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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 히토나리의 편지
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5월
평점 :
츠지를 만난 것은 냉정/열정. 그러나 여기서는 츠지보다는 에쿠니 가오리가 눈에 띄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별다른 인상없이 패쓰. 두번째, 해리포터를 빌리러 동네 대여점에 갔다가 구하지 못하고 대신 빌려온 것이 츠지의 '사랑을 주세요' 마치 할리X 스러운 제목이지만 내용은 전혀 딴판. 컴퓨터도, 텔레비전도 없던 그 토요일 오후에 완전 펑펑 울고 말았다. 마음을 쓸어내리는 스토리_ 반전까지. 그, 맘에 들었다.
이번엔 상마네 집에서 빌려온 '편지'. 사랑을 주세요를 꼭 사야 겠다고 결심했지만 또 왠지 내 것이 되면 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에서 포기하고 그 옆에 있던 이 책을 살까, 했던 책.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지 않기를 잘했다.
편지 대필작가 - 난 이 부분이 픽션인지, 그렇지 않은지 궁금하다- 로서 저자는 80점쯤 된다. 1층은 술집을 하는 건물의 2층에 살고있는 작가는 1층의 주인과 친해져 주인을 아는 동네 사람들로부터 알음알음 계속 일거리를 의뢰받게 된다. 대필편지, 하면 직결되는 '연애편지'로부터 시작. 유서, 이미 죽은 손자가 죽음을 목전에 둔 할머니에게 쓰는 편지, 이미 헤어졌음에도 나를 이용하는 남자에게 쓰는 편지, 헤어졌지만 잊을 수 없는 사랑에게 쓰는 편지, 80이 넘어 이제는 인생사 알거 다 아는 나이에 남편과 이혼을 하고자 하는 할머니의 편지... 모든 사연을 담고서 그는 편지를 쓴다. 작성자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고 마음을 알리고자, 그리고 작성자의 마음을 흔들고자, 그렇게 쓴다. 때론 거짓말도 해가면서, 그렇게 쓴다. 그런 그는 이미 의뢰자에게는 단순한 대필가의 역할을 넘어서 인생 상담사,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미 손으로 쓰는 글씨가 낯설어지고, 글씨가 잘 쓸 수 없게 되고, 그런 시점. 편지의 역할을 알면서도 쉽지 않은 시점. 편지에서는 그 사람의 마음이 전해진다. 마음은 손끝으로 나와 연필을 통해 이어지고 종이에 기록되며 또 그렇게 고스란히 상대에게 전달된다. 그것이 편지, 편지이다.
내가 대만에 있을때 내게 편지를 보내준 사람들의 노고와, 그들의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새삼스레 깨닫는다.
내가 쓰고서도 보내지 못한 편지, 아직 쓰지 않은 많은 편지들이, 마음에 아리긴 하나 _ 여전히 실천력 떨어지는 돌.
ㅉㅉ.
미안하다~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