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비
아사다 지로 지음, 김미란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아름답다, 아름답다.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어떤 단편집들보다도 이 책을 아사다지로다운 단편집이라고 꼽고 싶다.

그는 개인적인 감상 따위보다는 순전히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주인공들의 사정만을 이야기하는 작가다. 이 작품은 다소 감상적인데, 철도원보다도 괜찮은 작품이라고 평가받는 작품이라는 번역자의 이야기. 역자후기마저도 저자에 감동받아서인지 따뜻하기 이를데 없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역시나 바보다. 버림받고, 이용당하며 속임을 당해도 괜찮다. 그 사람들은 그저 우직하게만 한 평생 살아왔다. 그저 사랑하고 삶의 기대들이 세상으로부터 하나하나 거절당할때마다 점점 작아지면서,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다.  

단순하고 순진한 사람들을 농락하는, 욕심많고 약아빠진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마음의 어쩔 수 없음도 안다. 그렇게 그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그렇게 산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무언갈 잃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저, 착한 사람들일 뿐이고 그렇게 자리 하나를 더 내어줌으로 인해 그들은 한뼘 더 성장해간다는 느낌이다. 그것이 저자의 의도일지라도. 

사랑하고 사랑받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이 말들은 상관관계가 없다. 주고 받는게 아니다. 그냥 각자가 따로따로 누군가의 마음에 존재할 뿐.  

이 책을 다 읽은 것은 일요일 아침, 햇빛이 내리쬐는 2호선 대림역 맨 앞칸. 왠지 감성적이 되서 카메라를 들고 떠다니는 빛을 프레임 안에 넣어보았다. 그것만으로도,

모든게 괜찮아 지는 느낌이었다. 

아사다 지로, 세상은 살만한 곳이고 여러번 당해도 괜찮다고, 바보같이 살아도 괜찮다고

또 한번 설득당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