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 폐쇄병동은 처음이지? - 어느 청소년 조울증 환자의 울고 웃었던 폐쇄병동 56일의 기록
다올 지음, 다올 아빠 그림 / 유심(USIM) / 2020년 10월
평점 :
이제 이런 책이 나올 때가 되었다. 정신과 병동에 입원했던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 말이다. 전문가들이 아무리 말해도 겪어보지 못한 영역일 뿐이었던 정신병원 입원 이야기. 나도 궁금했다. 어떤 느낌일지에 대해서
정신병원에서 근무해 본 적이 있다. 폐쇄병동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만났다.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 폐쇄병동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적응한 사람들도 있었고,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사회와 단절되어 있는, 자극이 없는 병동에 한 달만 입원해 몸과 마음을 쉬게 했으면 좋겠다는 철없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청소년이라고 한다. 2001년 생, 2019년에 입원했으니 나이가 18살 정도 되었겠다. 요즘엔 청소년이 병원에 입원하는 일은 이전에 비해 비교적 흔한 일이다. 입원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자는 우울감에 자살사고가 있었다. 그 밖에 다른 정신과적 증상들도
사실 일기를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린 나이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일기를 세상에 펼쳤다는 건 더 대단한 일이다. 입원한 첫날 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아침 : 굉장히 괴로웠음. 앞으로 이래야 한다면 죽고 싶었음.
하지만 그 날 같은 또래의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아주 멋진 스타트다. 그 이후의 일기는 병동 내에서 우여곡절이 그려진다. 병동도 하나의 사회와 마찬가지다. 공동체 집단, 자극은 있지만 그 자극이 사회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이다. 정신병원에 처음 입원한 사람들이 이런 심리상태를 지나가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입원 초반의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가야할지, 어떤 것은 가급적 피해야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주치의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대화내용과 함께 자신의 속마음을 적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의사가 눈치가 빠른 것 같다, 오늘은 의사가 반갑지 않다, 자신도 그런지 알고 있는 모양이다..... 치료를 하는 사람과 치료를 받는 사람으로만 나뉘어져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상담도 대화라 서로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 치료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진행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어폰을 사용해 목을 조르는 일, 손톱을 물어 뜯는 일, 샤프로 손목을 그은 일..... 자해를 하는 것도 나오고 그렇게 했을 때의 심리상태, 치료진의 대처방법도 알 수 있었다. 이어폰 줄을 이용해 목을 졸랐다고 이야기해야할지, 말아야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저자의 마음도 현실적이었다.
입원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입원을 해야하는 순간이 있다. 자신을 해하는 경우와 혹은 타인을 해하는 경우에는 입원이 안전할 수 있다. 정신과 병동은 절대 위험한 곳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증상이 그렇게 심하지 않은 것 같다고 느꼈는데 퇴원 후 다시 입원을 했다는 저자의 말에 마음이 철렁하다. 이번에는 어떤 기록을 남기게 될까?
입원한지 2주 차 때, 저자는 세 가지를 생각한다. 지나치게 타인의 눈치 보지 않기, 사람들 많이 있는 곳에서 말하기, 유난히 심한 감정 기복..... 2주 만에 저런 생각을 하다니, 다시 한 번 대단하다.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하는 사람은 발전가능성이 높다. 저자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호전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저자의 책을 다른 청소년이 봤으면 좋겠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저자 또래의 청소년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케이스가 있다면 나는 기꺼이 내 책을 건네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