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기는 왜 훔쳐봐 가지고
권승호.김경희 지음 / 미스터제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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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부부들은 어떻게 사는지 늘 궁금했다. 사람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하다고 하는데 그래도 뭔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타인의 삶이 궁금한 것도 있고, 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다는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을 보니 남의 일기를 훔쳐봐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좀 망설여졌는데, 누구에게 말하는 걸까? 아마 남편인 듯 하다.

 

책은 아내의 일기 다음 남편의 일기로 되어 있는 구성이었다. 그렇다면 교환일기를 쓴 것인가? 혼자 일기를 쓴 것보다 더 대단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일기는 저자가 꾸준히 썼고, 나중에 그 일기를 읽은 남편이 답을 하듯 일기를 쓴 걸 엮어낸 책이었다.

 

부부는 많은 시간을 같이 있으면서도, 여러 상황을 같이 겪으면서도 서로를 이해하기가 힘든 관계인 것 같다. 저자의 일기를 본 저자의 남편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나 또한 남편과 살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가 궁금할 때가 종종 있다. 나도 남편의 일기를 훔쳐보면 좀 더 이해할 수 있을까? (내 남편은 일기를 쓰지 않는다;;;) 일기는 본인의 삶을 기록하는데 일차적인 의미가 있지만 이차적으로는 서로를 이해하는데 좋은 도구가 된다.

 

저자는 소박하게 사는 삶을 꿈꾸는 것 같다. 남편도 그렇고. 그리고 당당한 성격이나 사람을 좋아하고 관계를 중시하는 그런 사람인 듯 하다. 어쩌면 나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대학교에서 상담을 하고 있으니, 직업도 나와 비슷하고. 그만큼 읽는데 거부감이 없었다.

 

저자의 남편은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내가 진심으로 함께한 기쁨과 행복이 상대방에게 배가 되어 전달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책은 분명 누구나 있음직한, 누구나 생각할만한, 누구나 겪을만한 그런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나도 내가 먼저 죽을까, 남편이 먼저 죽을까 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다들 사는 건 비슷하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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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리커버 에디션)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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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이라는 작가를 몰랐다. 이 책 제목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만 이상하게 멋있어 보이는,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요즘, 아니 한참 유행하는 책 중에 하나다. 자기를 돌아보게 해주고 괜찮다 괜찮다 해주는 책

늘 생각한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5년 후에 이 일을 기억하게 된다면 별개 아닌 게 될 거라고, 그러면서 위로를 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내가 5년 후 보다 더 어리고 이 어려운 일이 너무 크게 다가오지만 5년 후에는 내가 더 크고 그 어려웠던 일이 별 게 아닌 게 될 거라는 것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사는 게 아니라 현재를 사는데, 그래도 사람들의 삶은 다 달라도 그 시기마다 겪는 건 비슷하니 앞서 간 사람이 자신의 20대를 기억하며,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에 대해 알려준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현재를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 나는 젊지 않기 때문에 도움이나 위로보다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함께 20대를 기억하는 과정이 되었다.

우정, 여행, 사랑, 재능, 멘토, 행복, 장소, 탐닉, 화폐, 직업, 방황, 소통, 타인, 배움, 정치, 가족, 젠더, 죽음, 예술, 질문 이라는 주제에 저자의 경험이나 생각이 들어 있다. 너무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주제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꼭 필요한 것들

저자는 이 책을 [내 청춘의 아름다운 뒤풀이] 라고 말한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생활하다보니 나에게 청춘이 있었는지 혹은 나는 청춘에 어떤 모습이었는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진다. 아이를 낳고 힘들다 힘들다 할 때마다 내가 찬란했던 내 청춘에 대한 기억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어쩌면 내 청춘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좋은 글귀가 많아 포스트잇은 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이승원의 사진은 여행에세이를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여행일지도 모르니, 관계가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체는 아니다. 곱씹어 읽어야 좋은 글귀가 많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나에게 좋은 글귀는 마음을 찡하게 하는 걸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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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얼마나 자랐을까? - 아이의 말문이 트일 때부터 3년의 성장 기록
코리아닷컴 편집팀 지음, 박은영 그림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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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더 예뻐진다. 어느 정도 대화가 될 정도가 되면 뭔가 통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이의 어휘가 늘어나는 것은 매우 신기하다.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서 예상치도 못한 표현을 듣고 있으면 웃음이 나기도 박장대소하기도 입을 쩍 벌리며 놀라기도 한다.

우리 다섯살 딸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나에게 가장 큰 관심사이다. 내가 하는 질문에서는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혼자 놀이하다가 중얼거리거나 혹은 자려고 누웠을 때 갑자기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한다. (이럴 때 졸려도 끝까지 대화를 한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기 때문에, 내용도 중요하지만 쫑알쫑알 거리는 게 귀엽다) 역할 놀이를 하며 열심히 놀아주다가 내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는데 바로 대답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직 질문과 대답에 익숙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나의 질문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반대로 아이가 원할 때 내가 대답을 잘 해주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던 중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같은 질문으로 3년의 기록을 할 수 있다. 아이에게 물어보는 질문도 있고, 엄마에게 물어보는 질문도 있다. 3년을 채우고 나면 아이의 표현이 얼마나 풍성해 지는지, 아이의 관심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엄마는 아이를 키우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 수 있다.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할지 잘 모르는 부모도 (특히 엄마보다는 아빠가 많을 듯 하다) 365개의 질문을 마주하다보면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어떻게 질문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아이에 향한 관심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다.

언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아이가 이 책에 나온 질문을 이해할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을 잘 할 수 있을까? 언제 물어보는 것이 좋을까? 그리고 어떻게 기억을 했다가 기록을 하면 좋을까? 바로 기록을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기록을 좋아하는 엄마가 한 번 기록을 시작해 보겠다.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의 기억력은 짧고, 아이의 말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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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족이 힘들게 할까 - 지친 마음을 돌보는 관계 맞춤법
우즈훙 지음, 김희정 옮김 / 프런티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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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처럼 상담을 해보면 의외로 가족이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친밀한 사이일수록 마음의 상처를 주고 받기가 쉽다고 하는데 가족이라함은 태어나서 만나는 사람의 카테고리 중 (원하든 원치 않든) 가장 친밀하지 않을까. 그리고 가족 안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가족 밖의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 그러니 인생에 있어서 가족, 가족 안에서 경험은 정말 중요하다.

무의식 중에 어렸을 때 해결하지 못한 심리적인 부분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뛰어나온다. 알면서도 혹은 나도 모르게. 술을 마시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이 술을 마시게 될 확률이 높고, 아버지를 벗어나려고 해도 아버지와 비슷해진다는 건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그렇게 닮게 된다.

저자는 상담을 했던 사람이라 예시를 매우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엄마가 우울감이 있었던 왕강은 그녀의 얼굴에서 성스러운 우울감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다. 저자는 과거의 힘은 매우 강하다고 한다. 많은 경우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인의 모습은 부모를 닮았을 때가 많다고 한다.

[나쁜 엄마에 대한 집착은 위에둥에게 저주와도 같다. 이 저주를 풀지 못하면 위에등은 계속해서 여성에게 반감을 품을 것이다. 다시 좋은 객체를 만나면 이 저주의 일부는 플리겠지만, 반드시 자신도 좋은 객체가 되어야 한다.]

나는 나의 부모에게서 어떤 아빠, 어떤 엄마의 표상을 가지고 있을까? 남편은 어떤 아빠, 어떤 엄마의 표상을 가지고 있을까?나의 남편에게 좋은 객체가 되고 있는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안 중요해요. 중요한 건, 상대가 어떻게 느꼈는가 하는 겁니다. 가정에서는 특히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고요.]

4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에서 56페이지에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 우리는 일어난 일 자체에 집착을 한다. 그러다보면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문제해결은 될지 모르지만 사람해결은 안 된다. 회사라면 모르겠지만 가족 안에서는 절대 그럴 수 없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를 키우는 일이라고 말한다. 아이를 잘 키워야 성인이 되어서도 불확실하지 않고 독립적인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꼭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아이는 부모를 보고 큰다. 부모의 말, 부모의 행동, 부모의 가치, 부모의 관계 이 모든 것의 영향을 받는다.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기도 좀 모자란다. 흡수한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나 또한 내 아이에게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내가 과연 잘 하고 있는지?

요즘은 나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고, 연애를 분석하는 TV프로그램도 나오고, 심리를 분석하는 책도 많이 나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해서 분석을 하거나, 상대방에 대해서 분석이 가능하기도 하다. 내가 나의 부모의 어떤 부분을 닮았는지, 나의 문제는 어디에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파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까지이다. 변화까지 가기는 어렵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 책을 보면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러 사례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말을 하고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다른 사람과 갈등이 생기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 번 쭉 읽었는데, 줄을 치며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상담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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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의 오류 - 데이터, 증거, 이론의 구조를 파헤친 사회학 거장의 탐구 보고서
하워드 S. 베커 지음, 서정아 옮김 / 책세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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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싫어해도, 이상하게 데이터에는 관심이 많다. 요즘 빅데이터 시대라고 많이들 하는데, 데이터를 분석해 무언가의 흐름을 읽는 일은 참 매력적인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데이터와는 거리가 먼 상담을 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상담 안에서도 데이터가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를 수집할 때는 대체로 연구를 많이 한다. 응답자가 어떤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는데, 그 대답에는 대체로 선택지가 있다. 그 선택지를 잘 설정하는 것이 분석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책에서는 선택 가능한 범위를 설정하여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이 명확하다고 말한다. 데이터가 명확할수록 당연히 분석은 정확하겠지.

[우리가 오랫동안 격은 문제와 앞으로 겪을 문제] 라는 주제에 대해서 저자가 써 놓은 글이 인상적이다. 종교, 결혼여부를 예로 들고 있지만 그 외에도 많을 것 같다. 종교는 우리가 생각하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 이외에 여러가지가 있다. 천주교는 의외로 간단하다고 말한다. 가톨릭교회에서 영세를 받은 사람은 누구나 천주교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가장 복장한 건 유대교다. 유대교 안에도 여러가지가 있고, 유대교 안에도 사상이나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종교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응답자를 나누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기혼, 미혼 이외의 여러 형태의 결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 나오는 연구들은 매우 흥미롭다. 주제에 따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따라서 혹은 분석했는지에 따라서 결과가 다르다. 이렇게 분석해도, 저렇게 분석해도 결과는 나온다. 원하는 정답이 있다면 그 정답대로 분석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요즘 보면 하나의 자료를 가지고 도출해내는 결과가 달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헷갈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저자가 말하는 증거의 오류다.

데이터 관리를 한 적이 있다. 여러 사람이 하나의 시스템에 정보를 넣으면 그것을 토대로 1차적으로는 실적을 뽑아내고 2차적으로는 분석을 하고, 3차적으로는 내년의 계획을 세우는 일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여러 사람이 같은 기준을 가지고 시스템에 정보를 넣는 것이다. 그리고 빈 곳이 없도록 충실히 정보를 넣는 것이다. 그래야 유의미한 데이터가 나오고 유의미한 분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어떻게 정보를 넣을 것인지에 대한 교육과 매뉴얼이 중요하다.

이 책은 데이터에 관심이 있는 사람, 실제로 연구를 하거나 논문을 쓰는 사람에게 유용할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든 본인에게 유리하게 분석을 해서 내놓는 기자나 연구원들도 반성하는 차원에서 읽어보면 좋겠다. 데이터에 속지 말아야 하는 건 우리기 때문에 우리도 반드시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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