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기담』 - 사람이 사는 도시 경성 그 시대는 혼란스럽고 우울했다. 일제에 의해 주권을 잃어버렸고 급격한 개화에 따라 전통적인 가치와 근대적인 가치가 맹렬하게 충돌했다. 이 시대에 대해 우리들은 흔히 박제된 교과서 적인 사실들을 배우고 듣는다. 이것은 그 시대에도 일상이 존재했고,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겪어내고 있었다는 느낌을 지워낸다. 경성기담을 읽는 동안 나는 그 시대 일상의 존재감을 되살려낼 수 있었다. 사람냄새가 나는 책이다. 책의 전반은 기괴하고 살벌한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책의 후반은 경성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캔들을 다루고 있다. 어쩌면 기괴하고 살벌한 살인 사건과 스캔들을 통해 일상의 존재감을 되살려내고 사람냄새를 느낀다는 표현은 조금 이상하게 들려올지도 모른다. 살인 사건과 스캔들이란 것은 비일상적이고 특별한 사건들이며 책의 서두에 일러두기에서 밝힌 것 처럼 그 당시 신문에 10여 차례 이상 보도된 내용들이다. 이런 사건들은 일상의 존재감을 살려내기에는 너무 일상에서 벗어난 사건들이 아닌가. 만약 경성기담이 사건 그 자체에만 집중을 하였다면 사람냄새가 난다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경성기담은 사건의 시작부터 결말까지 주욱 따라가면서 그 시대의 주변을 차분하게 조망한다. 그리고 거기에 추임새를 덧붙이면서 혼란과 우울, 희망과 좌절을 그려낸다. 거기서 나는 사람냄새를 찾을 수 있었다. 힘겨운 삶의 굴곡을 찾을 수 있었다. 2007/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