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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조건 - 『박사가 사랑한 수식』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연이란 연약하기 그지 없는 실과 같습니다. 언제 끊어질지 모르고, 끊어져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죠. 아무리 오랜 시간 잘 보듬으려 노력했던 인연이라도 한 순간에 끊어져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결국 지울 수 없는 흉터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연이란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조건이기도 합니다. 인연을 달리 표현하면 관계라고 할 수 있겠죠. 관계가 없이 홀로 남은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인간은 죽어서도 인간으로 남는 게 아닌 가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박사는 더 이상 인간으로 남기 힘든 상황에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기억이 지속되는 시간은 80분, 80분이 지나면 그 동안 쌓아왔던 연약한 관계들은 순식간에 무너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박사는 여전히 인간입니다. 박사의 단지 80분 밖에 지속되지 않지만 박사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파출부인 나'와 '아들 루트'에게 박사는 80분이 지나도 여전히 박사입니다. 박사 자신의 관계는 무너지지만 주변인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사의 병은 점점 더 악화돼서 결국 보호시설로 가게 되지만 박사는 여전히 인간입니다. 박사에게는 루트가 목에 걸어준 애나쓰의 카드가 있고, 그를 만나기 위해서 꾸준히 찾아가는 '파출부인 나'와 '아들 루트'가 있기 때문입니다.
人間, 사람 인에 사이 간입니다. 한자의 뜻풀이는 종종 혹은 대부분 그 단어의 중심을 짚어냅니다. 2005/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