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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온전히 작가에 대한 믿음으로만 선택을 하게 된 책이다.
전작인 뿌리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을 너무나도 재미나게 읽었기 때문에 이 책 역시나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선택은 어긋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긴장하게 만들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은 나를 즐겁게 했다.
처음 책 소개를 접했을 때는 간수와 윤동주간의 글 대결일거라 생각을 했었는데
뭐 비슷하기는 하지만 더 많은 내용을 풍부하게 담아놓아 좋았다.
2차대전말 일본의 한 감옥에서 벌어진 간수의 살해사건과 그 사건을 파헤쳐가는 어린 간수병의 활약.
사실 이 내용은 뿌리깊은 나무와 비슷하기는 했다.
읽으면서 이건 작가의 자기복제다 하는 생각을 가졌다.
나 뿐 아니라 이정명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뿌리깊은 나무의 어린 겸사복 강채윤과 별을 스치는 바람의 간수병 유이치.
살인사건의 전말을 조사하기에는 나이로 보나 직책으로 보나 걸맞지 않은 두사람.
처음에는 아무 의심없이 글의 흐름을 따라갔지만 마지막으로 가면서
강채윤과 유이치는 그냥 보이지 않는 커다란 손에 조종되는 뭐랄까 줄달린 인형이라고 할까
그런 생각을 가져본다.
감옥에서 한명의 간수가 살해를 당했다.
죄수들에게 폭군, 악마로 불렸던 간수가 살해를 당했다.
왜, 어째서, 누구에게서 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이 거대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간수의 슬픈 사연과 전쟁의 참혹상.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자와 빼앗아야 하면서도 지켜주어야 하는 자.
두 사람간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서로가 모르게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이야기.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가 되고 있다.
다른 이야기이면서 또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작가의 글맺기가 참 무섭다.
대부분이 허구이면서도 모든 것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사실적이다.
윤동주가 아마도 이런 심정으로 시를 썼으리라고 생각되고
정말 감옥에서 윤동주가 저렇게 죽어갔을거라고 믿고 싶다.
작가가 정말 많은 내용을 조사하고 준비하였구나 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언제 윤동주의 시를 다 읽어보겠는가.
기껏해야 교과서에 나오는 시들이 전부아니었겠는가.
참고서에서 일러주는대로 형식은 어떻고 내용은 어떻고 어떤 심상을 갖고 있고 등등
순전히 문제풀이를 위해서만 읽었던 시들을
정말 작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읽을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웠다.
소설속에서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는 시들을 따라가며 윤동주의 삶이 느껴진다.
이정명 작가 정말 대단하다.
뿌리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이 드라마로 제작되더니
이 책 또한 드라마로 제작될거라는 이야기가 있다.
개인적인 바램은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좀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떤 이의 블로그에 들어가봤더니 소설속 인물에 어떤 배우가 어울릴지 가상 캐스팅을 해 놓았는데
대부분이 정말 잘 어울리게 해놓았다.
궁금하신 분들은 잘 검색해보시기를....
만약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원작을 최대한 살려주는 방향으로 했으면 한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도 사실 영화로 만들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드라마가 책의 내용과는 많이 다르게 각색이 되어서 원작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아쉬움이 있지만
드라마도 너무 잘 만들어서 아쉽다고 하는 것도 사치가 아닐까 한다.
윤동주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
역사소설을 즐기는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