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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ㅣ 지금+여기 3
오찬호 지음 / 개마고원 / 2013년 12월
평점 :
작년말에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에서 나는 이 시대의 희망을 보았다.
하지만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데에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작년의 20대와 이 책의 20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인 것이가.
주위의 약자를 돌아볼 줄 아는 착한 심성을 가졌던 20대와
경쟁에서 이겨내기 위하여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차별을 당연시하는 20대.
연세대는 서강대를 서강대는 성균관대를 성균관대는 중앙대를....
밑으로 밑으로 이어지는 차별의 대물림.
나는 그들과 당연히 다르다는 그 인식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치열한 경쟁의 시대로 돌입하게 되었고
공무원이 되는 것이 지상과제가 되어버린 이 시대의 대학생들.
그런데 이 현상이 지금만의 현상인가 하는 물음을 하고 싶다.
조선시대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가?
사농공상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고 서자를 차별하고 반상의 법도라는 것을 지켜내고
노비를 인간이 아닌 물건취급했던 것 또한 우리 시대의 일이었다.
현대로 넘어와서는 또 다른가
남녀의 차별을 두어 아직도 그 차별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고
장애인을 차별했고 성적소수자를 차별하고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차별하고 있다.
왜?왜?왜?
내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이다.
나의 것을 지키려면 남의 것을 빼앗지는 않더라도 내 것을 넘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넘보는 것이 아니라 넘보려는 마음조차 먹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나는 당신들과 다르다는 선민사상을 지금 이 시대의 20대들이 갖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언급된 내용이 20대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차별을 없애려는 사람들의 목소리보다 차별은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것만은 사실이다.
예전에는 숨죽이고 목소리내지 못하고 있던 사실들이 이제는 수면위로 마구마구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소수였던 사람이 어느새 큰 목소리를 내면서 다수인 양 하고 있다.
교육의 문제인 것일까
사회시스템의 문제인 것일까
실업률의 문제인 것일까
하나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문제는 항상 복합적이다.
문제를 풀어내는 실마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얼마전 읽은 신문기사제목은 "50대에 은퇴한 부모는 20대의 적이다"였다.
이제 직장을 두고 아버지와 자식이 대결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세대간 갈등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 시작되었다.
박근혜후보를 지지한 층과 문재인을 지지한 층의 세대가 확연히 갈라졌고
그 50대와 20대가 이제는 하나의 직장을 두고 대결하고 있다.
50대는 현재가 불안하고 20대는 미래가 암울하다.
80년대 민주화를 외쳤던 50대는 자신들의 자식들에게 민주화대신 무한경쟁과 차별을 요구하고 있다.
20대는 밀리고 밀려 벼랑끝에 서 있다.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앞에 서 있는 자들을 제쳐내어야 하고 내 뒤로 끌어내려야 한다.
슬프고 슬프다.
연대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다.
다만 나보다 약자의 아픔과 슬픔을 돌아보자고 하면 너무 뜬구름잡는 소리일까.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을 바라보자고 하면 현실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말만 듣겠지.
그런데 어쩌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이것 뿐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