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지금+여기 3
오찬호 지음 / 개마고원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말에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에서 나는 이 시대의 희망을 보았다.

하지만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데에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작년의 20대와 이 책의 20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인 것이가.

주위의 약자를 돌아볼 줄 아는 착한 심성을 가졌던 20대와

경쟁에서 이겨내기 위하여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차별을 당연시하는 20대.

 

연세대는 서강대를 서강대는 성균관대를 성균관대는 중앙대를....

밑으로 밑으로 이어지는 차별의 대물림.

나는 그들과 당연히 다르다는 그 인식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치열한 경쟁의 시대로 돌입하게 되었고

공무원이 되는 것이 지상과제가 되어버린 이 시대의 대학생들.

 

그런데 이 현상이 지금만의 현상인가 하는 물음을 하고 싶다.

 

조선시대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가?

사농공상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고 서자를 차별하고 반상의 법도라는 것을 지켜내고

노비를 인간이 아닌 물건취급했던 것 또한 우리 시대의 일이었다.

 

현대로 넘어와서는 또 다른가

남녀의 차별을 두어 아직도 그 차별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고

장애인을 차별했고 성적소수자를 차별하고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차별하고 있다.

 

왜?왜?왜?

내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이다.

나의 것을 지키려면 남의 것을 빼앗지는 않더라도 내 것을 넘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넘보는 것이 아니라 넘보려는 마음조차 먹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나는 당신들과 다르다는 선민사상을 지금 이 시대의 20대들이 갖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언급된 내용이 20대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차별을 없애려는 사람들의 목소리보다 차별은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것만은 사실이다.

 

예전에는 숨죽이고 목소리내지 못하고 있던 사실들이 이제는 수면위로 마구마구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소수였던 사람이 어느새 큰 목소리를 내면서 다수인 양 하고 있다.

 

교육의 문제인 것일까

사회시스템의 문제인 것일까

실업률의 문제인 것일까

하나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문제는 항상 복합적이다.

문제를 풀어내는 실마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얼마전 읽은 신문기사제목은 "50대에 은퇴한 부모는 20대의 적이다"였다.

이제 직장을 두고 아버지와 자식이 대결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세대간 갈등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 시작되었다.

박근혜후보를 지지한 층과 문재인을 지지한 층의 세대가 확연히 갈라졌고

그 50대와 20대가 이제는 하나의 직장을 두고 대결하고 있다.

50대는 현재가 불안하고 20대는 미래가 암울하다.

 

80년대 민주화를 외쳤던 50대는 자신들의 자식들에게 민주화대신 무한경쟁과 차별을 요구하고 있다.

20대는 밀리고 밀려 벼랑끝에 서 있다.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앞에 서 있는 자들을 제쳐내어야 하고 내 뒤로 끌어내려야 한다.

 

슬프고 슬프다.

연대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다.

다만 나보다 약자의 아픔과 슬픔을 돌아보자고 하면 너무 뜬구름잡는 소리일까.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을 바라보자고 하면 현실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말만 듣겠지.

그런데 어쩌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이것 뿐인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을 스치는 바람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온전히 작가에 대한 믿음으로만 선택을 하게 된 책이다.

전작인 뿌리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을 너무나도 재미나게 읽었기 때문에 이 책 역시나 그럴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선택은 어긋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긴장하게 만들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은 나를 즐겁게 했다.

 

처음 책 소개를 접했을 때는 간수와 윤동주간의 글 대결일거라 생각을 했었는데

뭐 비슷하기는 하지만 더 많은 내용을 풍부하게 담아놓아 좋았다.

 

2차대전말 일본의 한 감옥에서 벌어진 간수의 살해사건과 그 사건을 파헤쳐가는 어린 간수병의 활약.

사실 이 내용은 뿌리깊은 나무와 비슷하기는 했다.

읽으면서 이건 작가의 자기복제다 하는 생각을 가졌다.

나 뿐 아니라 이정명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뿌리깊은 나무의 어린 겸사복 강채윤과 별을 스치는 바람의 간수병 유이치.

 

살인사건의 전말을 조사하기에는 나이로 보나 직책으로 보나 걸맞지 않은 두사람.

처음에는 아무 의심없이 글의 흐름을 따라갔지만 마지막으로 가면서

강채윤과 유이치는 그냥 보이지 않는 커다란 손에 조종되는 뭐랄까 줄달린 인형이라고 할까

그런 생각을 가져본다.

 

감옥에서 한명의 간수가 살해를 당했다.

죄수들에게 폭군, 악마로 불렸던 간수가 살해를 당했다.

왜, 어째서, 누구에게서 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이 거대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간수의 슬픈 사연과 전쟁의 참혹상.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자와 빼앗아야 하면서도 지켜주어야 하는 자.

두 사람간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서로가 모르게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이야기.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가 되고 있다.

다른 이야기이면서 또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작가의 글맺기가 참 무섭다.

 

대부분이 허구이면서도 모든 것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사실적이다.

윤동주가 아마도 이런 심정으로 시를 썼으리라고 생각되고

정말 감옥에서 윤동주가 저렇게 죽어갔을거라고 믿고 싶다.

 

작가가 정말 많은 내용을 조사하고 준비하였구나 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언제 윤동주의 시를 다 읽어보겠는가.

기껏해야 교과서에 나오는 시들이 전부아니었겠는가.

참고서에서 일러주는대로 형식은 어떻고 내용은 어떻고 어떤 심상을 갖고 있고 등등

순전히 문제풀이를 위해서만 읽었던 시들을

정말 작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읽을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웠다.

소설속에서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는 시들을 따라가며 윤동주의 삶이 느껴진다.

 

이정명 작가 정말 대단하다.

뿌리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이 드라마로 제작되더니

이 책 또한 드라마로 제작될거라는 이야기가 있다.

개인적인 바램은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좀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떤 이의 블로그에 들어가봤더니 소설속 인물에 어떤 배우가 어울릴지 가상 캐스팅을 해 놓았는데

대부분이 정말 잘 어울리게 해놓았다.

궁금하신 분들은 잘 검색해보시기를....

 

만약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원작을 최대한 살려주는 방향으로 했으면 한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도 사실 영화로 만들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드라마가 책의 내용과는 많이 다르게 각색이 되어서 원작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아쉬움이 있지만

드라마도 너무 잘 만들어서 아쉽다고 하는 것도 사치가 아닐까 한다.

 

윤동주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

역사소설을 즐기는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표창원, 보수의 품격
표창원.구영식 지음 / 비아북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전 어떤 언론사이트에서 나의 정치 또는 이념적으로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점검해보는 설문이 있었다.

여러 정책을 나열해놓고 매우찬성 5점에서 매우반대 0점까지 점수를 매겨 그 결과로 내가 평소 갖고 있는 생각이 좌파인지 보수인지 확인해보는 것이었다.

주어진 질문에 꼼꼼히 답을 한 후 결과를 보고는 허탈해하고 말았다.

기억이 정확히 나지는 않는데 강경보수 중도보수 중도개혁 뭐 이런 식으로 나뉘었던 것 같은데

나는 중도보수의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결과였다.

나름 개혁과 진보를 바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여겼는데 그거에 반하는 결과를 놓고 많이 혼란스러웠다.

그러고서는 뭐 그러려니 하고 여겼는데 이 책을 읽고서 그때의 의문점이 조금 풀렸다.

평소 나의 생각은 진보가 아니고 보수라는 점이다.

 

그럼 따지기 전에 이 책의 저자(대담자)인 표창원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자.

 

프로파일러라고 알려져있는 범죄심리분석가.

경찰대를 졸업하고 얼마전까지 경찰대교수를 역임했던 사람.

간간히 TV교양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여러 정보를 주시던 사람.

그리고 잘 몰랐지만 토론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나왔던 사람.

이랬던 사람이 지난 대선때 국정원 여직원의 인터넷 댓글사건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람.

 

그때는 그가 단순히 국정원과 정권에 한없이 약해지는 경찰의 모습에 분노해서 글쓰고 거리로 뛰쳐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책을 통해 그의 생각을 읽음으로써 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제목이 보수의 품격이다.

스스로 보수라 자처하는 그가 한국의 보수라 여기는 사람들에게 무릇 보수란 이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특히 가장 많이 주장하는게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무한정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거다.

헌법에 명시되어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게 표교수의 생각이고 나 또한 그 생각에는 충분히 동의한다.

 

흔히들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보수가 없다고.

지금 스스로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은 보수가 아니라 기득권에 찌들은 반공주의자일뿐이다라고 한다.

그럼 보수는 무엇을 주장해야 하는가.

보수는 현재의 체제를 고수하며 그 속에서 점진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보수주의자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반대파들을 빨갱이

친북좌파라 몰아세우며 자신들은 보수라는 탈 뒤에 숨어있다.

법을 엄격이 지켜야 하는 것이 보수임에도 불구하고 위법, 탈법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들이 그 들이다.

국회 청문회를 보면서 어찌나 법을 어긴 사람들이 많은지 웃기지도 않는다.

위장전입, 탈세, 다운계약서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하고 있다.

북한을 주적이라 칭하며 없애야 한다는 사람들이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자식들까지 어떻게 하면 군대에 보내지 않는다.

그 뿐인가. 모 그룹의 회장은 자기 자식이 맞았다고 해서 조폭을 동원해서 보복폭행을 벌이기도 한다.

이번 정권에서 벌써 몇 명의 고위공무원들이 청문회에서 탈락했는지 이제 세는 것조차 지겹다.

 

그러면서 그러면 나는 진보인가 하는 질문을 해본다.

나는 표현의 자유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거짓말을 하는 것조차 그 사람의 자유이니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짓말하는 그 자체는 문제삼을 수 없으나 그 말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에 대해서 법으로 처벌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표현의 자유는 보수의 논리란다.

보수가 가장 엄격히 지켜야 할 권리 중 하나가 표현의 자유란다.

 

이제 멘탈붕괴가 시작되었다.

좋다. 그래 까짓것 보수면 어떠고 진보면 어떠하리.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대로만 된다면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가 될 것임은 분명할게다.

 

지금까지의 법은 만인에 평등한 것이 아니고 만명에게 평등했다고 한다.

만인에 평등하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고, 노력한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나라.

돈없어서 병원에 못가는 나라가 아니고, 건강한 모든 남자는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나라.

대통령을 비꼬았다고 경찰에 출두명령을 받는 나라가 아니라, 대통령을 개그의 소재로 삼아도 아무 걱정이 없는 나라.

그런 나라를 원한다.

 

차분이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는 치열한 사상논쟁의 시절이 없었다.

유럽이 시민혁명의 시기를 거치며 많은 사상가들이 나타나고 계몽혁명이니 뭐니 하면서 철학사조가 난무하면서 시민들의 의식이 성장하고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명확하게 하였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아픈 역사로 인해 반공이 국시인 나라에 살면서 반공 외에 그 어떤 사상도 용납하지 않았던 시간들을 보내다 보니 지금에 와서도 건전한 논쟁은 나타나지 않는다.

고대 중국처럼 제자백가들이 나타나 유가, 법가, 도가, 묵가등등 여러 사상들이 나타나 주류의 사조로 받아들여지기 위한 논의의 시간이 그다지 없었다.

 

고려때는 불교, 그리고 조선으로 넘어오며 유학에서 성리학으로

조선후기 실학이 나타났으나 당쟁과 세도정치, 그리고 성리학의 큰 벽을 넘지 못하고 개혁사상으로 주류사상이 되지 못한 것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이분법으로 나뉘어 있다.

진보라는 사람들은 보수를 보지 않고 보수라는 사람들은 진보를 등한시 한다.

그 틈에서 오히려 일베등등을 위시한 이상한 부류의 논리들이 판을 치고 있다.

 

학교에서부터 이런 것에 대해서 잘 배워야 할 것이나 지금이나 예전이나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도덕교과서에 나와있기는 한데 사상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것이 아니고 누구는 무슨 사상, 누구는 무슨 사상 하며 수박겉핥기식으로 배우고 나오니 서른이 넘어서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내가 어떤 정책을 지지해야 하고 어떤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지, 지금의 사회는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보수주의자들이 고민하는 교육의 목표는 아마 이럴지도 모른다.

삶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것.

 

어쨌던 글이 너무 길어졌다.

 

반복되는 내용이 좀 많기는 하지만, 한국의 진보와 보수를 고민한다면 한번쯤 읽어봐야 하는 책으로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비의 육아일기를 읽다 - 단맛 쓴맛 매운맛 더운맛 다 녹인 18년 사랑
김찬웅 엮음 / 글항아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얼마전 힐링캠프 김강우편을 보다가 김강우씨가 육아일기를 쓰게 된 계기가 양아록이라는 책을 읽고서라고 했었다.

그때 양아록이라는 책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긴 했으나 그냥 궁금증만으로 그쳤다.

그러다 이번에 읽은 역사 e에서 조부모의 육아와 관련한 꼭지에서 양아록이 또 언급이 되었다.

이제는 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찾아봤더니 양아록 원전은 없고 [선비의 육아일기를 읽다]라는 형식으로

출판된 책이 떡하니 검색이 되는거다.

어머, 이건 꼭 읽어야지. 지름신이 하늘에서 강림하고 계셨다.

 

지름신이 왜 나에게 왔는지 책을 받아보고서야 알았다.

이 책의 저자인 이문건 이라는 분이 집안 조상님이셨던거다.

 


더 위로 올라가면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귀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라는 한시를 쓰셨던 이조년이라는 분도 가문조상님이시다.

배움이 일천하여 가문의 조상님도 그동안 못 알아보고 있었구나.

무식한 후손을 용서하소서.

 

이조년이라는 분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형제투금이라는 고사성어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시다.

고등학교때 한문교과서에서 배웠던 그 내용의 실제인물인 이분들의 형제가 5형제인데

이백년, 이천년, 이만년, 이억년, 이조년이라고 하신다.

후손들이 잘 되라고 지어주신 이름이라고 하는데 조상님의 뜻을 가벼이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웃음이 나기도 한다.

 

 

다시 책의 내용으로 돌아가 이문건 이분의 생이 참 기구하다.

형제들은 모두 당쟁에 휘말려 다 돌아가시고 집안에 남은 인물이라고는 자신과 조카 몇.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자식과 조카를 잘 키워야 하나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거기다 자신까지 멀리 성주로 유배를 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 와중에 며느리가 아들을 낳고 딱히 할 일이 없었던 그는 집안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일념하에 손주를 직접

키우고 그 기록을 남기게 되니 그게 조선시대 사대부가 쓴 유일의 육아일기인 양아록이 된 것이다.

 

 

역사 e꼭지에서는 이렇게 써놓았다.

아이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조급하기 쉬운 부모의 속성

그래서 조선선비들이 찾아낸 최고의 선생님

[여러명의 아이들을 키운 풍부한 경험, 지혜와 연륜까지 겸비]

 

격대교육이라는 말을 다른 책에서도 읽은 적이 있었다.

세계명문가의 자녀교육인가(?)의 책에서도 격대교육을 언급했었다.

모두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톨스토이, 괴테, 타고르의 집안이 격대교육을 진행한다고 했었다.

결과론적인 말이겠지만 조부모의 역량에 달려있는 일이니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없겠다.

친구중에 아버님이 교장선생님으로 퇴임하신 녀석이 있는데 아버님의 교육방법을 인정하면서도 지금의 시대와는 맞지 않다고 푸념을 자주 하고는 한다.

하지만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손자녀석의 일생을 보아야 아는 법이니 지금 당장은 그 결과를 알수는 없는 법이다.

 

 

어쨌던 할아버지의 손자교육은 참 힘들고도 힘들다.

말 안듣는 손자와 그 손자를 어쨌던 키워서 가문을 일으켜야 하는 할아버지.

공부를 안 하는 것은 둘째치고 몸도 병약하여 수시로 아프다.

책의 많은 부분은 병치레 하는 것과 공부를 하지 않아 매를 드는 부분이다.

매를 들고 마음아파하는 할아버지와 그러면서도 또 매를 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의 반복.

책을 읽으면서 사극에서 보아왔던 사대부의 삶이 실제 삶과는 차이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양반가의 자손이라 하더라도(물론 유배를 와 있지만)늘 밖으로 나가 동네아이들과 뛰어노는 어린아이.

유학자이지만 점장이도 수시로 찾고, 스님도 찾아 조언을 구하는 모습도 그렇고 흔히 생각하는 조선시대 사대부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더 충격이었던 것은 유배를 온 사람의 모습이다.

유배에는 몇가지 종류가 있는데 가장 힘든 것은 위리안치라고 집의 울타리를 넘을수가 없는 것이라고 한다.

이문건의 받은 유배형은 거주제한인데 성주마을에서만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은 마을안에서는 어떻게 살아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벌의 목적은 중앙정치와 멀리 떨어져보내는 것에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언제 복원이 되어 돌아갈지 모르는 사람이기에 고을의 사또도 함부로 하지 못하고, 또 학연 지연으로 묶여있는 목민관이 오면 알게 모르게 편의도 많이 봐주고는 한다.

유배형을 받고 있는 사람이 돌잔치도 하고 고을 유지들을 불러 잔치를 벌리기도 하고 거기다 집안일때문에 다른 고을로 다녀오기도 한다.

 

어쨌던 이문건의 육아는 이문건 살아생전에는 실패로 끝났으나 이문건 사후 패륜아처럼 살것 같았던 손자는 임진왜란때 의병을 일으켜 나라에 큰 공을 세우게 된다.

나라에서 공을 치하하고자 하나 겸손하게 사양하고 고향마을에서 은둔을 하게 되니 할아버지의 교육이 늦게서야 빛을 발한 것이 아닌가 싶다.

 

 

책은 세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째장은 양아록의 내용을 한글로 해석하여 소설처럼 꾸며놓았고 두 번째 장은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될만한 역사지식과 인물지식을 풀어놓았다.

셋째장은 양아록 원문과 한자 뜻풀이를 해놓았다.

굳이 해석을 해놓지 않은 것은 첫째장에서 대부분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한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셋째장을 하나씩 풀이해가며 읽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책을 읽고서 자식교육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아직 미혼인지라 양육에 대해 생각이 이상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유부인 친구들과 만나 대화를 하다보면 니가 자식을 낳아봐라 그렇게 되는가 라는 핀잔을 많이 듣는다.

나도 총각때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결혼은 현실이다, 니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른다 등등

 

그렇겠지. 아마도 그렇겠지. 나도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준비하고 또 배우자가 될 사람과 대화하고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 또 한가지.

자식에 대한 기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고

아버지는 엄하고 어머니는 자애로우시다.

그리고 부모님의 사랑은 언제나 자식이 죽어도 따라갈 수 없다.

 

 

사족. 책을 받아보니 2008년에 출판된 책인데 초판본이다.

내가 초판본을 구입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출판된지 꽤 되었지만 초판본이라...기분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 ⓔ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1
EBS 역사채널ⓔ.국사편찬위원회 기획 / 북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 e

EBS 지식채널의 역사 시리즈 첫권입니다.

출판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예약을 해놓고 2주일을 기다려 받았습니다.

받자마자 자리에 앉아서 신나게 읽었습니다.

다 읽고 독후감을 어떻게 써야 할까?

 

한줄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첫줄, 역사란 무엇인가? 한줄 써놓고 며칠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첫줄에서 한글자도 나아가지 못하다 “ 역사를 왜 공부하는가”에서

“역사공부는 왜 필요한가”로 그리고 마침내 “역사를 왜 읽는가?”로 마무리 했습니다.

책장에 꽂혀있는 역사관련 책이 수십권인데 또 역사책.

인류가 살아오면서 문자기록으로 남겨진 기간만해도 4천년이 넘을텐데 그 긴 시간동안

있었던 일을 다 배울려면 평생이 걸려도 부족하겠지 라는 마음으로 위안은 삼습니다.

 

읽어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을

들고 다니며 지적허영에 들떠있던 대학 새내기시절.

그 이후 역사에 대한 관심이 방향이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거대한 거시사 통시사 중심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생활모습,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눈길도 주지 않던 작은 사건과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역사는 훨씬 재밌어졌습니다.

위인전을 통해 처음 역사라는 것을 접하고 배우고 알게 되었지만

위인전으로 대표되는 승리자의 역사속에서 우리는 역사는 특별한 사람들만의 무대라는

지독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1부 어떻게 살 것인가

(1) 어떤 젊음

독립운동가 이회영 일가의 이야기입니다.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면 2조원의 재산을 몽땅 독립운동에 바친

이건영, 석영, 철영, 회영, 시영, 호영 6형제

우리에게는 헤이그 특사로 알려진 사건의 추진, 신흥무관학교 설립, 의열단 후원등

듣기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질 독립운동의 기반을 튼튼히 만드신 분들

(2) 이상한 밀지

광해군의 중립외교, 강홍립으로 하여금 전세가 불리하면 청에 항복하라.

이전부터 광해군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되고 있었지만 영화 광해로 인해 다시금

부각되고 있는 임금, 광해. 그는 과연 어떤 군주였는가

(3) 말의 길

조선시대 사관들의 이야기

조선은 기록의 나라라고 할만큼 방대한 분량의 기록을 남겼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이 되어있을정도.

그 기록을 남겼던 사람들, 사관.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4) 만년후를 기다리는 책

조선왕조실록은 어떤 책인가

(5) 영웅과 역적사이

임진왜란 때 조선에 투항한 일본군 장수

일본명 사야가, 조선으로부터 받은 이름 김충선

(6) 최고의 교육

조선시대 아이의 교육은 조부모들이 맡았다.

그 중 오직 한권의 책, 양아록.

할아버지의 육아일기

격대교육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이야기.

격대교육의 성공사례, 톨스토이, 타고르 등등

(7) 한류, 믿음을 통하다.

조선통신사는 조선과 일본에 어떤 의미였는가.

 

2부 나는 누구인가

(1) 자화상

윤두수의 자화상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윤두수는 어떤 사람인가.

(2) 왕의 남자

내시 또는 환관이라 불리는 남자들

(3) 고향으로 돌아온 여인들

화냥년의 어원인 환향녀

병자호란 후 청에 끌려갔다 돌아온 여인들

그들의 운명은...

영화 [최종병기 활]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던 단락.

(4) 네 개의 단서

일제가 두려워 단서조차 없애버린 안중근 의사의 무덤.

독립이 되면 고국에 묻히기를 염원했던 안중근 의사의 무덤은 지금도 찾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군인으로서 안중근이 아니라 동북평화론을 주장할만큼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

(5) 조선의 이방인, 백정

천민중에서도 천민, 백정

(6) 조선의 시간

세종, 일식을 예측시간이 15분의 차이를 가져옴에 따라 의문을 가짐.

중국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이 경도의 차이에 의해 다른 것임을 자각하고

우리만의 달력과 시간을 만들어 냄

아라비아와 중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일식을 정확하게 예측.

훈민정음과 해시계, 물시계뿐 아니라 달력까지.

뿌리깊은 나무를 다시 봐야 하지 않을까

(7) 보이지 않는 시선

네명의 죄수를 찍은 사진.

사진을 통해 강대국들은 약소국을 마음껏 유린하였다.

조선은 사진으로 인해 열등하고 미개하고 비위생적인 인간들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누구에 의해서? 사진을 가진 일본에 의해서.

 

3부.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1) 999번째 수요일

수요집회를 아십니까?

정신대, 위안부로 통칭되는 강제적인 일본군 성노예였던 우리의 할머니들

2013년 1월부로 58분의 할머님들만 살아계십니다.

(2) 기억을 기억하라

역사를 기록으로 남겼던 세명의 사람

안네, 이재영, 주소연

안네는 안네의 일기가 워낙 유명하니 다들 알고 있는 사람일테고

이재영과 주소연은 과연 누구?

1960년 4월 여고 2학년이었던 한 소녀의 일기

개인의 일기이지만 시대와 역사의 관찰기. 4.19혁명의 공적기록

1980년 5월 전남도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여고3학년의 소녀가 대학노트에

본것, 생각한 것, 느낀 것과 신문스크랩.

당시 공공기관의 기록과는 너무나도 달랐던 현장 목격자의 기록.

1980년 5월 광주에서의 열흘을 기록한 주소연씨의 일기장은 2012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3) 1894년 그날

1894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동물농장? 우리는 이제 동학농민전쟁을 기억해야 합니다.

황토현과 우금치 전투. 눈물로는 다 읽을 수 없는 우리네의 역사

(4) 어떤 반란

국사책에서 배웠던 속오군.

임진왜란때 만들었던 양반과 상민이 함께 한 군대.

전쟁이 끝나고 양반들은 자신의 특권을 다시 찾아가기 위해 제일 먼저 없애버린

속오군 제도.

(5) 승자없는 전쟁

신미양요. 제너럴 셔먼호의 사건을 빌미로 삼아 미국이 벌인 전쟁

미군의 평가, 전투에서는 이겼으나 전쟁에서는 졌다.

조선의 평가, 미군을 몰아내었으니 이긴 전쟁이다.

(6) 100년만의 귀환

북관대첩비를 아십니까?

얼마전 뉴스에서 자주 나왔으니 들어봤던 사람들은 많을테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요?

임진왜란 때 함경도에서 벌어졌던 최대의 전투

일본 최강의 가토부대 2만2천명과 조선의 정문부가 이끄는 의병부대 200명

이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북관대첩비

노일전쟁때 일본군에 의해 발견되어 야스쿠니 신사 구석에 쳐박혀 있던 우리의 역사

일본 치욕의 역사는 우리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돌아왔고 원래 있던 곳

북한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직도 해외에 남아있는 수많은 우리 문화유산

(7) 폭파위기의 덕수궁

625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대반격

서울진격을 위해 공습을 해야 하나 북한군이 덕수궁에 집결.

덕수궁을 폭격하라는 상관의 명령과 명령에 불복하는 미공군 장교

 

 

 

어제 어처구니 없는 방송을 보았네요.

학생들에게 인터뷰를 하면서 이완용이 누군가 물었는데, 독립운동가, 일본에 대항한 사람등등으로 대답한 학생들이 많았다는 사실.

역사공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명백한 사실.

그리고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선조들의 가르침.

조선 최대의 폭군 연산군이 남겼다는 말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역사뿐이다”

오늘도 뉴스를 보며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짐을 두려워해야 할 사람들이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며 또 한번 왜 역사를 공부해야하는 가를 절가하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