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 편지 왔습니다, 조선에서!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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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왜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좋습니다.

지금의 현재도 먼 훗날에는 역사이겠지만 과거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역사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역사를 접하는 방법은 대부분 역사교과서를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역사교과서와 위인전이 대부분이지요.

물론 요즘은 정보를 접하는 방법이 많아서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보고는 합니다.

그래서 벌거벗은 세계사나 벌거벗은 한국사 같은 티브이 프로그램도 만들어졌겠죠.

사실 벌거벗은 한국사는 좀 실망이 큽니다.

저 정도는 사극드라마만 좀 열심히 봤다면 다 아는 내용이죠.

그래서 저는 통사 위주의 역사보다는 좀더 세밀한 역사를 좋아합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우리가 잘 알지 못하지만 대단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가 궁금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저의 궁금증을 많이 해소해주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조선의 사람들이 서로 주고 받았던 편지들이 소개되었습니다.

부부간에 , 부모와 자식간에, 연인들이 주고 받았던 편지들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조선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기에 소개된 것이 전부를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교과서나 사극에서 접하는 역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가령 부인이 남편에게 보낸 편지에는 노비가 말을 듣지 않아 속상하다는 내용이라던지

어떤 노비는 소작료를 제대로 내지 않고 배째라 라고 버티어서 할 수 없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노비는 상전에게 꼼짝도 못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공부를 열심히 안 한다고 꾸짖는 편지에서는 과거나 현재나 똑같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죠.

사람 사는게 다 거기거 거기인가보다 라고 생각됩니다.

지방관으로 발령받은 자식이 모친에게 힘들어서 못해먹겠다는 내용으로 편지를 보낸 것을 보면

흔히 삼정문란으로 대표되는 조선 후기의 시대상에서 고을의 수령들도 말 못할 고충이 많구나 느껴집니다.

조금만 가혹하게 하면 민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며 고을백성의 눈치를 살핀다는 내용을 보면

가혹한 가렴주구는 남의 나라 일인 것만 같습니다.

양반집이 다 넉넉한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네요.

자식이 과거를 보러갔는데 돈이 모자라 이곳저곳에서 빌려야 하는 일도 다반사구요

이렇게 저렇게 겨우겨우 가사를 꾸려나가는 집 안주인의 고충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런 가문이 몰락한 양반이 아니라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명문가라는게 더욱 재미가 있습니다.

기생을 사모하여 연서를 보낸 사람과 그 고백을 모멸차게 거절하는 기생의 답장도 재미가 있어요.

저자는 딴지일보에 역사, 사회, 정치, 문화등의 조잡한 글을 올리다 여기까지 왔다고 하네요.

책은 독자들이 읽기 쉽게 한문이나 중세국어로 되어 있는 원문을 현대어로 옮겨 적어놓았어요.

조선사람들의 편지는 세가지 형태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첫째가 개인문집, 두번째가 가문에서 전해져 온 편지들, 세번째가 무덤에서 발굴된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은진송씨 가문 간찰', '현풍곽씨언간'등이 있지요.

다산 정약용선생께서 자식과 부인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는 책으로 출판되어

베스트셀러이기도 합니다.

'안동 의성김씨 천전파 종택 간찰' '대전 안동권씨 유회당가 한글 간찰', '안동 고성이씨 팔회당 종택 간찰'등

명문가에는 조상님의 편지를 잘 보관하고 있었던가 봅니다.

그 덕분에 이렇게 옛사람들의 삶을 엿볼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네요.

모든 가문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렇다 보니 이 저자의 다음책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도 무척이나 궁금해졌어요.

ps. 이 책을 읽다보니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 펴낸 [실용서로 읽는 조선]이라는 책에서 편지 쓰는 법에 대한 내용이 생각나서 덧붙여봅니다.

제가 어릴때 학교에서 배웠던 편지쓰기의 순서는 받는사람, 첫인사, 쓸내용, 끝인사, 날짜였던 것 같은데

편지쓰기의 형식이 요즘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보더군요.

조선시대에는 편지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형식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했나봅니다.

하긴 예송논쟁 까지 벌일 정도이니 예의는 아주 중요했겠죠.

하지만 예에 맞춰 편지를 쓰는게 학식이 높은 양반들도 어려웠나봅니다.

그래서 [간식유편]이라는 편지쓰기 메뉴얼집이 발간되었네요.

간식유편이 어떤 책인가는 떼어놓고 책에 있는 편지쓰는 법만 살펴볼게요.

편지에는 왕서식(往書式)과 답서식(答書式) 두 종류가 있구요.

글이 너무 길어지니 왕서식만 보겠습니다.

왕서식은 간활류 -> 첨양류 -> 즉일류 -> 시령류 -> 복유류 -> 기거류 -> 흔희류 -> 자서용 -> 소품류(혹은 입사류) -> 임서류 -> 보중류 -> 결미류 -> 기량류 로 이루어 집니다.

(1) 간활류 :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소식이 소원했다는 문구를 표현한다.

(2) 첨양류 : 상대방을 몹시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심정을 표현한다.

(3) 즉일류 : 편지를 보내는 시점을 표현한다.

(4) 시령류 : 1월부터 12월까지의 절기를 말한다.

(5) 복유류 : 보내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처음 편지를 보내기에 상대방의 안부가 어던지 모르므로 상대방에개 묻건데 라는 문구를 쓴다.

(6) 기거류 : 받는 사람의 안후를 묻는 말을 표현한다.

(7) 흔희류 : 보내는 이가 상대방이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리워하는 심정을 표현한다.

(1)부터 (7)까지는 받는 사람과 관련된 부분이다.

(8) 자서용 : 보내는 사람이 자신의 안부를 전하는 대목이다.

(9) 소품류 또는 입사류 : 앞의 내용을 구만두고 화제를 돌리거나 편지를 쓰게된 본격적인 사연으로 들어가는 부분이다.

(10) 임서류 : 사연을 매듭짓고 자신이 쓴 편지를 보면서 한 번 더 상대방에 대한 그리운 마음이 든다는 표현을 한다.

(11) 보중류 : 상대방에게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인사드리는 대목이다.

(12) 결미류 : 요즘 표현으로 이만 줄인다 는 뜻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13) 기량류 : 자신이 쓴 편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잘 살펴달라는 표현을 쓰는 곳이다.

답서식은 왕서식에서 욕승류(뜻밖에 상대방이 보내 준 편지를 받았다는 표현), 심지류(상대방이 보내준 편지를 통해서 이미 상대방의 안부를 들어 알고 있다는 표현), 인편류(상대방에게 가는 인편이 있어서 몇 글자 써서 부친다는 표현)정도만 다르다고 합니다.

예로 실려있는 편지 한통을 보겠습니다.

<뜻밖에 만나 뵌 것이 이미 여러 날 흘렀습니다. 우러러 사모하는 마음이 날이 갈수록 깊어집니다. 근래 추위가 점점 누그러져 완연한 봄이 되었습니다. 요즘 건강은 편안하십니까? 그리워하는 마음 가눌 길이 없습니다. 아무개는 염려 덕분에 근근이 지내고 있어서 달리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에 평소 사랑해주심을 믿고 감히 아무개 일로 아룁니다. 편지에 임해서 죄송한 마음 지극합니다. 항상 더욱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나머지는 다 갖추지 않겠습니다.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모월 모일 아무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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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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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기록에 미친 나라이다.

조선왕조실록도 그렇지만 승정원일기를 보다보면 더욱 그렇다.


조선왕조실록은 승정원일기를 축약 편집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조선왕조실록은 번역(번역이라고 하니 이상합니다만)이 끝났지만 승정원일기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번역작업을 하는 중이라 하는데 몇십년이 걸릴지 알수가 없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이 6400만자의 기록이라면 승정원일기는 임진왜란때 절반이 불타버려 288년 분량만 남아 있음에도 2억 5천만자라고 하니 그 분량을 가늠할 수조차 없다.

그런데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고자 할 때 국가의 공식기록 말고도 개인의 기록을 통해서도 많은 부분을 알 수가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조선시대 개인일기 학술조사에 따르면 현재 확인된 조선의 개인일기가 무려 1431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 책은 조선사람들이 남긴 개인의 일기를 통해 조선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껴보자는데 의의가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전작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을 읽고 나니 이 책도 읽어봐야겠다 싶어 구입했는데 전편만큼이나 재미나게 읽었다.

우선 전작과 다르게 책의 초입에 등장인물 소개라는 걸 넣었는데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참고한 개인 일기의 저자이다.

계암일록의 저자인 김령(구운몽으로 유명한 김만중의 그 광산김씨).

매원일기의 저자 김광계(김령의 조카)

노상추일기의 저자 노상추(이분은 전작인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에서 편지도 엄청 많이 쓰신분이다)

쇄미록의 저자인 오희문

묵재일기와 양아록의 저자 이문건(개인적으로 가문의 선조이기도 하고, 형제투금이라는 고사성어와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라는 시조로 유명한 이조년의 후손이기도 하다)

남천일록의 저자 심노숭

서수일기의 저자 박래겸

지암일기의 저자 윤이후

이분들의 일기를 지금의 사람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현대어로 고쳐서 수록하고 저자의 생각을 끼워넣었다.

이 중에서 첫 번째장인 나는 네가 과거시험장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와

두 번째 신입사원들의 관직생활 분투기 네 번째 아니, 이게 무슨 소리요. 내가 암행어사라니!는 다른 책에서도 많이 읽었던 부분이라 크게 새롭지 않았는데 나머지 부분은 새롭게 만난 부분이라 재미나게 읽었다.

노비와 관련된 부분이나 집안 경제살림 내용은 전작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과 겹치기도 하지만 그건 전작을 읽은 나에게 해당되는 것이고 이 책만 읽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을 것이다.

책을 통해 조선시대 사람들의 일기를 읽다보니 세상사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사람사는 것은 다 똑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지인을 통해 청탁을 한다던가 시험정보를 얻기 위해 출제위원의 수업노트를 얻기 위해 혈안이 되는 것은 지금도 늘 보는 일이다.

직장에서 상사가 부하직원을 괴롭히는 일은 조선시대에도 즐비했던 것 같다. 허참례라는 걸 통해 신입직원을 골려먹는 걸 국가에서 금지시키지만 관례라고 우기며 하는 것을 보면 요즘 차라리 직장내 괴롭힘 금지라는 법이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자식을 좋은 혼처에 결혼시키기 위해 애쓰시는 부모님, 혼수가 부족하지는 않을까 걱정하시고 시댁살이가 힘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시는 부모님은 지금도 우리 곁에 계신다.

추노라는 드라마는 실제가 아니었나보다.

선조들의 일기를 보면 노비가 툭하면 도망을 가버려 잡지도 못했다는 내용도 자주 나오고 노비가 주인에게 벌벌 떨었을 것만 같은데 오히려 꾀를 부려 주인을 골탕먹이는 내용도 자주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사장님 뒷담화는 술자리에게 가장 맛있는 술안주인가보다.

가장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는 위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비슷한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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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 × 기후시민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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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지식채널 ⓔ 제작팀에서 또 한권의 책을 출판했다.

언제나처럼 한치의 의심도 없이 구매했고 금방 읽어냈다.

이번에도 역시 초판 1쇄이다.

이번의 내용은 기후변화 기후위기와 관련된 내용이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기후에 많은 변화가 왔고 지구와 인류에게 큰 위험이 닥쳐오고 있다는 이야기는

매스컴을 통해서 많이 듣고 있지만 실제 몸에 와닿지는 않는다.

다른 국가들에는 여름에 40도가 넘어가고 산불이 몇달씩 지속되고 영구동토층에 얼음이 녹는 등

일상생활에서 체감을 하지만 유독 한국인들은 뭔가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누군가가 우스개 소리로 한국인들은 사계절이 있어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못 느끼는게 아닌가 라고 한다.

'올해 여름은 좀 길구나, 올 여름은 작년보다 좀 덥네, 장마가 좀 기네, 이번 겨울은 별로 안 춥고 지나가네' 등등

폭염주의보가 내려도 해마다 폭염은 늘 있었고 열대야도 항상 있고, 아무리 더워도 광복절만 지나면 더위가 꺾인다는 둥

처서가 지났으니 이번 여름도 다 지나갔다는 식이다 보니 날씨 변화에 훨씬 더 둔감하다.

하지만 아무리 둔감하다고 해도 기후위기인 것은 분명해보인다.

어떤 학자는 기후위기를 인류에게 위기이지 지구에게 위기는 아니라고 했다.

지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빙하기도 있었고 모든 생물의 멸종을 가져오는 또 다른 기후변화도 있었지만 지구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고, 다만 인류가 살아남느냐 멸종하느냐의 문제라고 했는데 충분히 공감한다.

이제 책의 내용을 통해 지구가 아닌 인류에게 어떤 위기가 도래했고 또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1)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 녹기 시작하면서 얼어있던 동식물의 유기물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10만년전에 갇혀있던 바이러스가 대기중에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무런 면역력이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은 코로나19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질병을 맞닥뜨리게 된다고 한다.

(2) 2021년 7월 동해의 평균 해면 수온이 40년 이래 최고치를 갱신했다. 평년보다 2.7도가 높다고 한다. 최근들어 상승 온도가 더 빨라지는 중이라고 한다. 수온의 변화는 해양 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와 몇년 사이에 오징어와 명태의 생산량이 급감했다고 한다. 북극의 빙하가 녹을 거라는 건 이제 남일이 아니다.

(3) 기후난민 : 극심한 기후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게 된 사람들을 말한다. 국토 대부분이 물에 잠겨 세계 최초로 기후난민이 된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 난민은 이제 전쟁으로만 생겨나는게 아니다.

(4) 대한민국의 기후위기 : 기후위기를 자신의 일처럼 여긴다 64.5% 기후위기의 원인이 인간활동 탓 86.7% 하지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응답 26.3%

일회용품 줄이기 84.1% 자동차 이용줄이기 74.7% 배달음식 줄이기65.8% 육식줄이기 44.5% 동시에 일회용품이나 배달음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비율도 15.9%와 34.2%

다들 말로는 기후위기가 심각하다 어쩌다 하지만 배달앱은 날이 갈수록 성장을 하고 있고 배달음식의 대부분은 일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배달이 오면 그릇을 수거해가고 했지만 이제 그릇을 수거해가는 업체는 완전히 없는 것 같다.

(5) 데이터 센터는 검색, 클라우도, 온라인게임, VOD등 온라인 상의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시설이다. 우리가 영상을 클릭하면 데이터 센터의 자료가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OTT사이트부터 포털사이트까지 모든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운용한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데 이 과정에 열이 발생해 열기를 식히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GPT-3은 훈련과정에서 1,287메가와트/시의 전기를 소비해 약 502톤의 탄소를 배출했다. 이는 전 세계 사람이 100년간 배출하는 양으로 2020년 한국인이 1인당 배출하는 양의 43배에 달한다.

영상을 볼때 자동재생을 끄고 메일을 지우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실시간 스트리밍 보다는 다운로드하는 습관, 해상도를 낮는 방법,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쇼츠를 보다보면 어느새 한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말지. 핸드폰을 안 들여다 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지도 모르겠다.

얼마전 한소희 배우가 2G폰을 사용한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카톡도 되고 하지만 좀 느리다는 것. 그래서 오히려 많이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하는데 어쩌면 굉장히 좋은 대안일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든다.

(5) 그린 위싱(greenwashing) : 에코백은 7,100번 사용해야 친환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도대체 1인당 평균 6개의 에코백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텀블러를 사용해서 일회용품을 줄이자고 하는데 텀블러는 또 몇개나 사서 모으고 있는건지. 입으로만 말로만 환경 환경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린위싱이라는 말은 친환경이 아니면서 친환경인것처럼 꾸미거나 속여서 이득을 취하는 말로 위장환경주의 녹색거짓말이라고 한다.

(6) 미세 플라스틱 : 태평양 한가운데 플라스틱 섬이 있다는 이야기는 매스컴에서 하도 많이 떠들어서 다들 알고 있고 미세플라스틱이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길이나 지름이 5나노미터 이하인 것을 말한다. 5나노미터라고 하니까 감이 잘 안올텐데 1나노미터는 머리카락의 10만분의 1 크기이다. 즉 5나노미터는 눈으로는 볼 수가 없다는 말이다. 이 미세플라스틱 조각은 해양생물이 섭취해서 인간의 몸까지 들어오거나 요즘은 식용소금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인류는 요즘 매주 신용카드 한장 분량의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7) 파인애플에서 섬유질을 추출해 고무성분을 제거한 피나텍스, 천연가죽을 대신할 친환경 소재의 소재. 거미의 DNA를 복제해 내구성이 강한 마이크로 실크를 개발 성공한 패션 디자이너. 버섯으로 만든 가죽 대체제. 세계의 명품 브랜드업체에서 동물 가죽을 대신할 친환경 소재의 새로운 가죽 대체제를 개발 상품화 하기 시작했다.

(8) 살아있는 동물의 세포를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배양해서 만든 배양육. 맛과 성분까지 일반 고기와 비슷하고 실험실같은 제한적인 공간에서 원하는 만큼 만들수 있다. 관행적인 축산업과 비교했을 때 배양육은 1%의 땅과 2%의 물만으로도 같은 양의 고기를 만들 수 있어 에너지 사용량은 55%, 온실가스 배출량은 87%까지 줄일 수 있다.

(9) 그레타 툰베리 : 2018년 15살이던 그녀는 어느날 학교를 결석하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 손에는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는 팻말을 들고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학교에서 공부나 하지라며 나무라는 어른들을 향해 툰베리는 이렇게 외쳤다. "미래가 없는데 공부는 해서 무엇하냐고." 매주 금요일마다 혼자 벌이던 시위는 얼마지나지 않아 전세계 수백만명의 학생들이 참가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이 되었다. 2019년 9월 23일 툰베리는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탄소배출 제로 보트를 타고 비행기로는 반나절이면 갈 수 있는 4,800킬로미터의 길을 바다를 건너 15일만에 도착했다. 툰베리의 행동은 우리가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10) 환경변화, 기후위기를 실감하지 못하는가? 원래 사과는 대구가 유명했다. 그래서 사과가 유명한 대구에서 미스코리아가 많이 나온다는 우스개소리도 있었다. 지금 사과는 어디가 유명한가? 대구를 훨씬 지나 청송, 영주, 안동 이런 곳이 유명하다. 기후변화로 사과가 잘 되는 지역이 북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올해 장마가 유독 길었다. 유독 길었다(?)라고 그냥 느낄 뿐이다. 가을 장마도 있었고 여름에는 소나기라고 불리는 스콜도 수시로 내렸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기후위기라는 단어는 학자들이나 지식인들의 말이라고 여길뿐이다.

사실 좀 많이 실천하기 많이 어렵다. 텀블러는 수시로 씻어야 하고 가끔씩 가방안에서 흘러 곤경을 치르기도 한다. 친환경마크가 붙으면 가격이 비싸진다. 오죽하면 환경운동은 먹고 살만한 중산층은 되어야 가능하다고 하겠는가. 돈없는 서민은 친환경이 문제가 아니라 한푼이라도 싼 물건을 구매한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 방출한다고 하는데 뭐 설비를 잘 갖추어 피해가 있던 말던 시간이 지나면 수산물의 가격은 요동을 칠 것이다.

동해, 남해에서 잡힌 수산물은 가격이 저렴해서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이나 먹을테고 부자들은 대서양에서 잡힌 수산물을 소비하겠지. 벌써부터 동해, 남해 수산물을 원산지를 바꾸고 속인 업체와 가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적발되어 뉴스에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여러 사실들에서도 여전히 우리는 그냥 저냥 살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저렇게 위험한데도 쇼츠를 보느라 몇시간을 허비하고, 대기업은 5G폰을 계속 생산한다. 4~5년을 써도 무방한 폰을 2년 약정만 지나면 무조건 교체한다. 얼마전 어느 전기자동차 개발자가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전기자동차 대중화 10년 정도 지나면 이제 전기자동차 배터리가 대량으로 배출이 되어 큰 사회문제가 될 것 이라고. 핸드폰 밧데리는 이미 큰 문제가 되고 있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그렇지.

한달에 한두번 음식을 시켜 먹는데 뭔 일회용 그릇이 이렇게나 많은지 면따로, 소스따로, 반찬따로 등등 짜장면 한그릇 시키면 일회용그릇이 대여섯개가 나온다. 종이빨대를 사용하라는데 종이빨대는 또 비닐봉지로 싸서 보관되어지고 있다.

그래도 또 나아진 점이라고 하면 이 책을 택배로 받았는데 박스 테이프가 종이테이프였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스카치테이프라고 하는 비닐소재였는데 종이테이프여서 오~~라고 감탄을 했다. 실제 회사에서 박스를 많이 쓰는데 폐박스를 모아 고물상이나 재활용센터에 보내는데 항상 박스에 테이프가 문제이기는 했다. 박스에 테이프를 제거해야 하는데 그냥 보내면 저건 종이인지 폐기물인지 구분이 안되겠지.

구번에서 이야기한 툰베리의 이야기는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일테지. 아마도 어른들은 어린게 뭘 안다고, 공부나 할 것이지, 또래 아이들은 관종이냐? 저거 다 학생부 잘 받을려고 등등의 이야기를 할테지.

얼마전 티브이를 보다가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이 환경위기라던지 그런 거시적인 전 지구적인 문제로 시위를 한다면서 아마도 핀란드가 중산층 중심의 제도를 운영하면서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사회라 그런게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본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생존과 관련한 시위가 많기도 하고 매스컴도 그런쪽 시위에만 주목을 하는데 환경과 관련한 문제는 정말 스쳐지나갈 뿐이다.

아쉽지만 현실이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문제의식은 느끼지만 한편으로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은 개인의 실천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토의정서 라던지 기후위기 회의 등 국제적이고 정부적인 차원에서 문제해결 방법과 대안 제시 또는 왜 안되는 건지에 대한 비판은 안 보인다. 얼마전 기후위기 세계정상다자간 회의에 참석 진행했던 학자의

글을 보았는데 정말 국가간 이견 격차가 너무도 크고 문제해결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이 회의를 왜 했는지 오히려 자괴감이 든다는 글을 보았다.

어쨌던 저쨌던 정부가 어떻게 하던간에(정말 이번 정부는 미춰버리겠다)또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해야지 라는 그린위싱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11) 몇 년전에 2년정도 노푸를 한 적이 있다. 노푸란 머리를 감을 때 샴푸를 사용하지 않고 비누를 쓰던지 아님 물로만 감는 것을 말한다. 나는 물로만 감았는데 이게 하다보니 오히려 물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단점이 있었다. 샴푸를 사용하지 않으니 머리카락이 뽀독뽀독 할때까지 하다보니 물 사용량이 엄청 늘었다. 게다가 샤워할 때도 머리를 감고 아침에 세수할 때도 물로 머리를 감다보니 물을 많이 쓰게 되었다. 그래도 꾸준히 할려고 했는데 머리카락에 힘이 없어지면서 탈모가 와서 그만두게 되었다. 뭔가 환경을 생각하는 생활이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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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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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은 영국인들이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사랑한다(요즘은 해리포터의 작가 J.K.롤링이 먼저라고도 한다)는 제인 오스틴 이라는 작가의 유명한 작품이다.

전 세계에 알려진 작품이며 명작이라고도 한다.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라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독서모임을 위해 직접 선정했고 이왕이면 최신 출판본을 구매하면 어떨까 하다가 표지 디자인이 초판본을 발견하게 되었고 특히 초호화 금장에디션을 구매했다.

예전에도 이 책을 읽으려 했으나 너무 흥미가 생겨나지 않아 포기하기를 두 번, 세 번째 만에 완독을 하게 되었다.

내용은 별게 없다.

엘리자베스라는 여자와 다아시라는 남자가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결혼을 하게 된다는 흔하디 흔한 내용이다.

시대와 장소를 떠나 사람사는 방식이 다들 비슷하다보니 내용도 그다지 새롭지 않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인류 보편의 내용이기도 하다.

여자는 편견을 갖고 남자를 대하니 싫었고 남자는 오만하기 짝이 없으니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엘리자베스에게는 새로운 남자가 두 번이나 생겼지만 이어지지 않았고 다아시에게는 오래전부터 사위로 삼고 싶어한 상류집안이 있었다.

요즘 재벌집에서 너 따위 천박한 집안에서 감히 우리 집안과 어쩌고 저쩌고 하는게 있다면 이 시대에서도 캐서린 영부인이 사륜마차를 타고 와서 감히 너 따위가 라고 화를 팍팍 내었다.

딸들이 부자집에 시집가는 것만이 제일 중요한 어머니, 천방지축 동생들.

여자집의 재산에만 관심이 있는 낭비벽이 심한 허우대 좋은 남자.

내가 왜 재미가 없었을까 생각해보니 아마도 공중파 아침드라마나 주말드라마에서 자주 보게 되는 막장드라마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였다.

게다가 문체나 세세한 내용전개가 이건 누가봐도 여성작가가 썼다라고 티가 팍팍 났던게 더욱 관심이 떨어지게 만들었다.

내가 여성작가의 작품(문체)을 싫어한다는 걸 이번에 확실하게 알았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나 하고 주위에 물어보니 많은 남자분들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인물을 지칭하는 명칭의 변화였다.

영어권에서 이름대신에 애칭을 쓴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익숙하지 않다보니 갑자기 다른 이름이 튀어나오거나 또는 결혼에 따른 호칭의 변화도 앞뒤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며 읽더라도 맥이 끊어지기에 충분했다.

한번 정리를 해보았다.

베넷 가족

베넷

베넷부인

첫째 딸 : 제인, 베넷양

둘째 딸 : 엘리자베스, 엘리자, 리지

셋째 딸 : 메리

넷째 딸 : 캐서린, 키티

다섯째 딸 : 리디아

이모 : 필립스 부인

이모부 : 필립스

외삼촌 : 가디너, 애드워드 가디너

외숙모 : 가디너부인

사촌 : 콜린스

빙리 가족

빙리 : 찰스

큰 누나 : 루이자, 허스트부인

매형 : 허스트

여동생 : 빙리양, 캐롤라인

다아시 가족

다아시

어머니 : 앤 다아시 영부인

여동생 : 조지애나

사촌 : 피츠윌리엄 대령

이모 : 캐서린 더 버그 영부인

드 버그 양 : 캐서린 영부인의 딸

이웃주민

루카스 경 : 윌리엄

루카스 부인

첫째 딸 : 루카스 양, 샬럿

둘째 딸 : 마리아

예를 들면 빙리양이라고 한참 나오다가 갑자기 캐롤라인이라고 한다던지 한참을 누이라고 했는데 허스트부인이라고 호칭이 변한다던지 한다.

다 읽고 나서 작품해설을 읽으니 작품해설을 읽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당시 영국의 시대상황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야 했다.

아니 대부분의 해외소설은 다 그렇다.

배경지식이 충분하지 않으면 깊이있는 이해가 부족하다.

외국소설을 읽으면서 항상 아~배경지식이 이렇게 중요한 거다, 이 당시의 사회상에 대한 충분한 공부가 있으면 훨씬 더 몰입도가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오만과 편견 또한 마찬가지이다.

전통적인 귀족계급과 신흥 부르조아 계급의 등장과 성장, 계급과 계급간의 충돌.

예절과 형식을 갖추어 인사하는 방법을 모르면 뭔 인사를 이렇게 거창하게 하는지 또는 의미없는 영혼없는 인사말을 하는지 따분할지도 모른다.

궁금한 점도 생겼다.

이 시대에는 친척집이나친구집에 여행을 가면 몇달씩 머무르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은지 신기하다.

집주인도 손님대접에 신경이 많이 쓰일텐데 며칠이면 몰라도 몇주씩 머물기도 하고 빙리와 다아시는 아예 같이 사는 것 같은데 이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가 콜린스와 결혼한 샬럿의 집에 방문을 했을 때도 6주나 머물렀는데 샬럿과 엘리자베스는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에 삼십분정도 대화를 나눈다고 되어 있다. 그 시대에 영국 샹류층은 이렇게 살았나?

책을 다 읽고 나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① 내가 마음에 쏙 드는 이성이 있는데 가족이 너무 개차반이면 결혼을 결심할 수 있을까?

개차반이라 함은 가난한게 아니라 가령 알콜중독이나 가정폭력등 인륜을 저버린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할 때 나는 선뜻 결혼을 한다고 나설 수 있을까?

② 살면서 편견과 선입관으로 사람을 평가해서 낭패를 보았던 경우가 있었나? 있었는데 지금까지 모르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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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양치기 소녀 마음을 키우는 문학여행 5
앤 로럴 카터 지음, 박미낭 옮김 / 파라주니어(=파라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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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지역에서 전쟁이 한창입니다.

하마스라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과 이스라엘 정부군간에 치열한(일방적인)전투가 연일 뉴스에 나오고 있습니다.

병원이 폭격을 받았다느니 무고한 민간인이 수백명 희생을 당했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죠.

중동지역 전문가라는 분들이 여러 매체에서 중동지역의 역사와 지금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열심히 설명하는 프로그램들이 매일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유대인들의 디아스포라, 오스만투르크제국이 영국에게 어쩌고 저쩌고, 영국이 뭐 이중약속을 어떻게 했니, 배경지식으로 영화 [아라비안의 로렌스]등등은 다른 유튜브나 블로그를 보세요.

책이 2009년에 출판되었으니 시대적 배경은 아마 2천년대 초반이겠죠.

여섯 살이 된 아마니는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지만 학교에 가기 싫었다. 아마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양떼를 몰고 산으로 갔던 날 양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고 무사히 양의 출산을 도왔던 그녀는 할아버지를 따라 양치기가 되기로 결심했다.

저녁 식사시간에 할아버지는 아마니에게 양치기를 물려주겠다고 말씀하셨고 모든 가족은 반대했지만 단호했던 할아버지의 태도에 가장의 말을 따르는 것이 팔레스타인의 관습이기에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말을 뜻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할아버지와 그녀의 어머니는, 팔레스타인에서 가장 어린 양치기가 된 소녀 아마니에게 헬멧을 쓴 군인들이 총을 겨누면 “군인들이 시키는 대로 해라. 그들이 움직여도 좋다고 할 때까지 길 위에서 조용히 기다려라.”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다.

할아버지는 이스라엘인들이 안전지대로 선포한 산의 북쪽 비탈로는 가지 말라고 했고 아마니의 행복한 양치기 생활은 시작되었다. 6~7년의 세월동안 아마니는 ‘양이 새끼를 낳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양 떼를 잘 돌보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학교를 가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

열세살이 된 아마니는 생리를 시작했지만 아마니가 나이를 먹은 만큼 할아버지도 쇠약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니가 사는 마을에도 이스라엘의 정착촌이 들어서고 있었다.

이스라엘인들은 새로운 정착촌을 만들고 팔레스타인의 마을을 관통해서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팔레스타인 곳곳에 이스라엘 정착촌이 건설되었고, 이스라엘 인들은 팔레스타인들의 땅과 물을 비롯한 모든 것을 빼앗았다. 법은 이스라엘인들만을 위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유없이 체포되고, 감옥에 가고, 총에 맞아 죽는일도 계속 생겼다.

큰아빠는 무기를 챙겨 싸우자고 말했고, 아빠는 반대하며 평화시위를 하자고 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당신이 당신의 아버지에게 받았던 양치기 지팡이를 아마니에게 유산으로 남겼다.

꿈이 과학자였던 오빠 오마르는 학교 성적이 좋아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했다.

반면 아마니는 여전히 양치기의 상징인 지팡이를 들고 매일 양 떼를 몰고 산으로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씨도(할아버지)의 산봉우리에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이 시작되었다.

이스라엘인이 정착촌을 건설한 뒤 아마니는 함부로 씨도의 산으로 가지 않았다. 그들과 마주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오아시스 근처에서 양 떼를 방목한 후 산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산을 올랐다.

양들이 풀을 뜯어먹는 동안 아마니는 정착촌 건설 현장을 살펴보았다. 인부들은 아마니를 한번 보더니 일에 열중했고 총을 든 군인들은 아마니에게 떠나라는 손짓을 보였다.

“아마니는 그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이곳은 수천 년도 넘게 우리 조상 땅이었어!”

사헴이 어딘가를 향해 짖었고 곧 엄청나게 큰 총소리가 울렸고 두 번째 총소리에 양 한 마리가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어린 양을 들쳐 안고 산 아래를 내달린 아마니는 이 사건 이후 학교에 가기로 결심했다.

“전 양치기예요. 정착민이 제 양을...... 한 마리 죽여요. 정착민은 영어를 써요. 난 영어가 필요해요. 그들을 말려야 하니까요.”

영어로 말해야 한다는 선생님 말에 아마니는 떠듬거리며 자신이 학교에 온 이유를 말했다. 아마니의 촌스러운 모습을 보고 킥킥거리던 아이들은 곧 웃음을 멈췄다. 아마니의 말이 끝나자 교실에는 침묵이 흘렀다.

정착촌은 밤마다 불빛이 환했고 고속도로는 마을의 중심을 정확히 관통했다. 아마니 가족의 포도과수원, 올리브과수원은 뭉텅 잘려나가 고속도로가 되었다. 양들에게 풀을 먹일 땅은 점점 줄었다.

포도주스 공장에서 오늘 밤 안으로 포도를 가져오면 모두 구입하겠다고 했다. 알칼릴을 통해 가야하지만 이스라엘 검문소에 막혀 갈 수가 없었다. 고속도로가 있지만 팔레스타인 땅에 있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용할 수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황천길이라 부르는 산길 도로를 이용해야 했다. 산길을 이용하면 포도가 다 물러터지기 때문에 큰아빠는 고속도로를 이용하기로 결심한다.

아빠는 반대했지만 큰아빠는 고속도로를 탔다. 전조등을 끄고 어둠속을 달렸지만 이스라엘 군인들이 나타났다. 군인들은 포도상자들을 도로위로 던졌고 가족들을 총으로 위협했고 큰아빠를 끌고 갔다.

올리브 수확 철이 왔고 온 가족이 올리브 수확에 힘들 보태야 했다. 학교에서는 올리브 방학을 주었고 먼 곳에 사는 친척들도 수확을 위해 찾아왔다.

올리브를 수확하는 도중 정착촌 사람들이 보였고 누군가가 올리브 과수원을 향해 총을 쏘았다. 군인과 정착민이 와서 올리브 과수원이 정착촌과 너무 가깝다는 이유러 더 이상 올리브 과수원에 오지 마라고 명령했다. 평화롭게 농사짓는 사람들이라고, 여기는 대대로 우리 집안의 땅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도대체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이러는지 모르겠소.”

그 장교가 냅다 소리를 질렀다. “우리의 안전을 지킬 권리요. 우리의 모든 권리는 거기에서 나온다는 걸 모르겠소?”

정착촌 사람들이 오아시스에 독을 푸는 바람에 오아시스 물을 마신 아마니의 양 떼들이 몰살당했다.

정착민들은 중장비를 동원해 올리브 과수원을 덮쳤다. 한그루의 올리브 나무도 남기지 않고 모두 베었고, 할아버지의 집을 깔아뭉갰고 다음으로 아마니의 집과 큰아빠의 집도 남기지 않았다.

불도저가 아마니의 집을 밀어버리는 순간 아마니는 불도저 앞에 버티고 서서 집과 자신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군인들이 다가와 아마니를 제압했고, 고개만 겨우 든 상태로 잡이 사라지는 장면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나귀를 타고 돌아오시던 아빠가 그 광경을 보고 군인들에게 돌진했고, 군인들은 아빠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나귀가 총에 맞아 쓰러졌고 같이 쓰러진 아빠를 군인들이 발로 짓밟고 질질 끌고 갔다. 아마니 옆에는 총에 맞아 죽은 양치기 개 ‘사헴’이 쓰러져 있었다.

모든 것이 다 사라졌다. 양 떼, 양치기 개 사헴, 올리브 과수원, 할아버지 집 그리고 자기집과 큰아빠의 집까지. 아마니는 돌을 들어 불도저를 향해 던졌다. 하나, 둘, 셋. 계속해서 돌을 던지고 그녀는 뒤를 돌아 도망갔다.

파괴된 아마니 집 아래쪽에 국제 적십자사에서 제공한 큰 텐트가 쳐졌다. 아마니 가족을 돕겠다고 사람들이 찾아왔다. 유대인 랍비도 있었고 미국 출신의 기독교인도 있었다. 텔아비브에 사는 인권 변호사도 와서 법적으로 국제 사회에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 아마니를 예뻐하던 학교 영어 선생님이 텐트를 찾았다. 선생님은 얇은 꾸러미를 내밀었다. 그 속에는 라말라에 있는 국제 학교 교육 프로그램 자료가 들어 있었다. 아마니만 원한다면 진학을 도와주겠다고 그녀를 설득했다. 하지만 아마니는 자신은 양치기로서 고향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조금 더 생각해보라는 말과 그러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에야 텐트를 떠났다.

선생님이 떠난 뒤, 아마니는 학교 소개서를 꺼냈다. 그녀의 발밑에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검은 양, ‘희망이’가 쉬고 있었다. 아마니는 ‘희망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골짜기 건너편으로 시선을 옮겼다. 부서진 집 잔해들이 바닥에 널려 있었다. 오아시스 아래 과수원 자리는 나무 하나 없는 텅 빈 언덕이 되어 있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과 관련해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팔레스타인 땅의 56%(56%에는 이 지역의 경제적 핵심인 올리브농장과 곡창지대 80%이다)를 유대인이 차지하도록 한 1947년 유엔 결의안 이후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고 불신하는 관계가 70년 넘게 이어지고 있죠.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떠나온 나라의 여권을 여전히 갖고 왔고(이중국적으로 언제든지 다시 떠날 수 있게), 팔레스타인 인들은 몇주 후면 집으로 돌아갈 줄 알고 집의 열쇠를 갖고 떠나왔다고 합니다.(팔레스타인 지역에 ‘귀향의 열쇠’라는 세상에서 제일 큰 열쇠상징물이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중동 각국 간에 여러 차례 전쟁이 있었고 또 평화협상도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었지만 여기에는 지정학적 문제와 정치, 종교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지인지 이야기하기 전에

올리브를 수확할 때 올리브나무 뒤에 저격수가 숨어있지 않나 의심하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그렇다면 당신들의 감시하에 올리브 수확을 하겠다 라고 하는 합리적인(이게 합리적이라고?)제안 조차도 되지 않는 인간관계가 너무 서글프더군요.

아마니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저는 이 책의 제목을 [이렇게 전사가 된다]라고 고쳐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자신의 눈앞에서 큰아빠와 아빠가 군인들에게 두들겨맞고 질질끌려가고, 대대로 가문의 땅이었던 올리브농장, 포도과수원이 폐허가 되고, 할아버지의 집, 큰아빠의 집과 자신의 집이 불도저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지만 그래도 그것까지는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양들을 죽이기 위해 오아시스에 독을 풀고 양치기 개를 총으로 죽이는 것까지 참을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누가 분노를 누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시위하고 법적으로 법정에서 다투고 국제사회에 호소하자고 하면 올타꾸나 하고 같이 할까? 아닐껄요? 오히려 누군가가 총을 주면서 우리와 같이 싸우자고 하면 땡큐하며 분연히 총을 들고 전사가 되는게 당연한게 아닐까요?

팔레스타인의 어린 소녀가 치마속에 폭탄을 숨기고 자살 폭탄테러를 감행했다는 국제뉴스를 가끔 보게 됩니다. 우리는 그렇게 말하죠.

어린 소녀에게 얼마나 세뇌를 시켰으면 자살폭탄테러를 하냐 잔인한 놈들이다 라고 욕을 하며 티브이를 보죠. 하지만 당해보지 않았으면 이해하지 못합니다.(그렇다고 제가 경험이 있다는 건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아마니가 존경했거나 좋아했던 사람들인 학교 선생님이나 수의사, 인권변호사들을 보며 그들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르죠.

어떤 길을 하던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팔레스타인분쟁이 빨리 종식되고 완전 평화가 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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