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판 기행 - 고개를 들면 역사가 보인다
김봉규 글.사진 / 담앤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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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부석사에 갔을 때 이야기다.

무량수전에서 바라보는 소백산맥의 경치가 너무 좋아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보고 있는데

한 모자가 무량수전에 왔다.

초등학교 5~6학년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를 데리고 오신 어머니는 아들에게 무량수전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저 현판이 고려 공민왕이 쓴 현판이니 어쩌니 하면서.

그런데 아들의 대답은 "엄마, 밥 언제 먹어?", "엄마, 집에 언제 가?"

아들은 부석사에 전혀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는 것은 부석사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흥미가 없기도 하거나

또는 이런 여행자체가 마음에 안 들기도 하겠지만,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 엄마의

화술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아들은 공민왕이 누군지 전혀 모르는데 공민왕이 쓴 현판이라고 하면 눈길이 가냐고.

그 장면을 보면서 깨달은 것 한가지.

내가 관심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것을 가져다놔도 다 쓰잘데기 없는 것.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정말 좋은 책이다.

평소 등산 겸 여행을 자주 다니다보니 유명 사찰이나 고택, 서원, 향교등을 자주 다니게 되었다.

그러다 보면 한옥을 보는 재미도 생기고 건물에 담겨있는 유래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맞잡지붕이니 팔작지붕이니 솟을대문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책에서 읽은 지식을 확인하는 것도 좋고 그것다 빼고 그냥 경치만 감상하는 것으로도 좋다.

 

하지만 지식이 짧으니 수박 겉핥기식의 구경에 그치는 경유가 많다.

짧은 한자실력으로 글씨나 겨우 읽어내고(그것도 해서체나 행서체일 경우의 이야기이고 초서체이면

완전 멘붕이다) 누구의 글씨이다라면 설명을 보면 한번 더 눈길을 주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 없다.

서예글씨체에 대한 이해도 그렇거니와 현판에 얽혀있는 여러 이야기들과 설명을 대하고 나니

그동안 다니면서 보았던 많은 건물과 현판을 새로이 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밀양 영남루, 화엄사 각황전, 쌍계사, 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소수서원, 활래정, 옥산서원, 송광사 등

다시 가보아야 할 곳들이 다시 떠오른다.

뿐만 아니라 책에 설명되어 있는 곳들도 가보고 싶지만 책에 나오지 않았더라도 이제 어디라도 가게 되면 현판뿐 아니라 주렴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되었다.

이번 주말 가장 가까이 있는 용산서원과 옥산서원부터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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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 조선의 책과 지식은 조선사회와 어떻게 만나고 헤어졌을까?
강명관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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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강명관 교수님의 책이다.

평소 거시적인 역사의 이야기보다 미시적인 역사에 관심이 많다보니 이런 류의 책에 관심이 많이 간다.

이번에는 활자와 인쇄의 이야기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 팔만대장경 등등

활자와 인쇄에서 우리는 세계에 내어 놓을만한 자랑거리를 갖고 있다.

당대의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활자기술.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200여년이 앞선다는 금속활자.

그런데 세계최초라는 것 말고 우리에게 남겨져 있는 것은 무엇인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성경의 대중화를 가져왔고-이 말은 지식이 일부의 독점에서 만인에게 공개되었음을 말한다-

이후 종교혁명이라는 엄청난 역사의 물결을 가져왔다.

종교혁명으로 유럽세계는 엄청난 역사의 변화를 갖게 된다.

구교와 신교의 갈등, 황제와 교황의 권력다툼.

그리고 르네상스의 도래 등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세상을 통채로 바꾸어버렸다.

 

그렇다면 우리의 금속활자, 그리고 활자는 어떤 역할을 하였을까

우리의 역사에서 활자가 발달은 하였으나 지식은 여전히 일부 양반네들에게 독점되어있어

지식의 독점은 권력의 독점으로 이어지니 양반은 여전히 양반, 상민은 여전히 상민인 것이다.

 

책의 독점과 관련해서는 요즘 나온 드라마 비밀의 문 1,2회에서 잘 나오고 있으니 드라마를 보시길.

지식의 독점과 관련해서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를 보시면 잘 설명되고 있으니 역시 드라마를 보시길.

그러고 보니 두 드라마 다 한석규가 등장하고 있네.

 

이야기가 곁다리로 흘렀다.

조선시대의 활자는 책을 그다지 많이 출판하지 않았다.

고작해야 100여권남짓.

그러니 책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돌려보는 귀중한 물건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 활자와 인쇄를 통하여 책과 지식이 어떻게 독점이 되었고

사회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조선 초기에서 중기를 지나 말기까지의 변화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으니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한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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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정원일기, 소통의 정치를 논하다
박홍갑 외 지음 / 산처럼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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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기록의 사회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바로 조선왕조실록이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 뒤지지 않는 또 하나의 기록이 승정원일기이다.
승정원은 국왕의 비서실. 이곳에서 매일 작성한 기록이 바로 승정원일기이다.

기록으로 따지면 승정원일기가 조선왕조실록보다 훨씬 더 대단할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이 사관의 기록을 토대로 재편집하여 작성한 2차 기록물이라면
승정원일기는 모든 것을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예를 든다면 정조시대에 영남의 선비들이 상소를 올렸다.
그 유명한 만인상소문이다. 선비만명의 연명으로 사도세자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한 상소문이다.
이걸 비교해보면 조선왕조실록에는 이러한 내용의 상소문이 올라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면 승정원일기에는 상소문 전문과 만명의 이름 전부를 다 기록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 분량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이 6400만자의 기록이라면 승정원일기는 임진왜란때 절반일 불타고
288년 분량만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3245책 2억5천만자로 조선왕조실록의 다섯배에 달하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번역을 하고자 함에도 몇십년이 걸릴 양이라고 하니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그럼 그 내용은 어떠한가
매일의 기록이다보니 날짜, 날씨, 기록자의 이름, 임금에게 올린 보고사항과 처리사항,
상소와 지방관의 장계, 임금의 행사, 그 외의 신하접견등등.
임금의 모든 일거수 일투족을 다 기록했다고 한다.

 

그럼 지금의 시대는 어떠한가 되돌아보자.
노무현정부때의 기록물의 양은 825만3715건,
이명박정부때의 기록물의 양은 약 82만건이라고 한다.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얼마전 서울시에서 기록과 관련된 일화가 있었다고 한다.
현 박원순 서울시장은 조선시대 사관같은 제도를 운영중이라고 한다.
회의와 보고 등 서울시장의 업무내용을 문서로 기록하고 녹취하며 영상으로 촬영한다고 한다.
어느 국장급 간부가 시장의 지시에 반하는 내용으로 업무처리를 해놓고서는 시장에게 구두로 보고했고 시장이 승인했다고 했는데 모든 기록물을 뒤져본 결과 그런 일이 없어 국장이 시장을 속일려고 한 사실이 드러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기록이 많으면 많을수록 보다 청렴한 사회가 될 것은 분명하다.
오죽하면 연산군도 "오직 두려운 것은 역사뿐이다"라고 말을 했겠는가.

 

얼마전에는 80년 5월광주민주항쟁 당시 도청에 있었던 한 여고생의 일기가 국가의 중요기록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국가의 기록을 보충하기 위해 개인의 기록 또한 중요하게 대접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우리의 기록도 중요하게 되었다.
일인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웹상에 많은 기록이 난무하게 되었다.
SNS에 지금도 생성되고 있는 수많은 말과 글들.
지울 수 없는 과거가 되어버렸다.
얼마전 1박2일에 출연했던 한 선생님은 과거에 썼던 글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다.
오죽하면 이제는 과거에 썼던 글을 찾아 지워주는 사업까지 생겼을까.

기록을 뒤돌아보면 참 재미있기도 하다.
내가 전에는 이런 생각을 했었던가 하기도 하고 또 손발이 오그라드는 글에
민망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워버리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제 한발 한발 나서는게 두려워졌을 뿐.

 

서산대사의 踏雪夜中去는 한번 음미해볼만하다.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
발걸음을 함부로 어지러이 하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이 발자국은
뒷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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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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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국제적 기준으로 마흔이다. 라고 우겨본다.
언제부터인가 나이를 들먹이는 마케팅이 유행인가 보다.
서른이 심리학에게 어쩌고 저쩌고 하는 책이 베스트셀러이더니 서른과 마흔만 검색해도 수십권의 책이 올라온다.
그러고 보면 20대때도 그런 책들이 있었다.

스무살에 꼭 해야 될 몇가지 뭐 그런 류의 책들.
책장을 뒤져보니 마흔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이 세권이나 있다.
마흔. 참으로 애매한 나이가 되어벼렸다.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도 계속 하고 있기에도 힘든 나이, 마흔
그런데 항상 그랬다.
서른살에도 뭔가 새출발을 할려고 하니 늦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되돌아보면 지금 그 나이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장석주의 [마흔의 서재]
마흔이라기보다는 40대에 읽었으면 하는 저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독후감 및 독서에세이라고나 할까.
일전에 읽었던 파워클래식이 여러사람의 책에 대한 생각이라면
이 책은 한 사람의 여러책에 대한 생각이다.
마흔, 불혹.
예전의 마흔은 세상사에 미혹되지 않는 자신의 생각이 튼튼히 자리잡혔는데 지금의 마흔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다만 불혹이 아니라 부록이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마흔은 꽤 매력있는 나이임이 분명하다.
적당히 노련해서 쉬이 넘어가지 않고, 여러 불편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고, 체력적으로도 그나마 버텨줄 수 있는 나이.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감출 수 없는 나이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면 통곡을 할 사람이 한명 떠 올랐다.
그 사람에게 선물해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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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신자들 - 대중운동의 본질에 관한 125가지 단상
에릭 호퍼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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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끝이 나고 보니 이 책을 잘 읽었다는 생각이다.
대중운동의 맹신자들
The true believer
진짜 믿는사람들 쯤으로 해석되는 책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여기서 대중운동은 시민사회단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가진 모든 움직임을 말한다.
정당이라던지 히틀러시절의 나치라던가 등등.
우리나라도 요즘은 보수(보수가 진짜 보수인지 진보가 진짜 진보인지 논외로 하고)와 진보로 나뉘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책이 1951년에 쓰여졌다는게 정말 놀라울 정도로 지금 시대에 읽어도 대중운동의 맹점과 그 지지자들에게 맹렬한 자기반성의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가끔씩 밖에서 들여다보면 안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잘 보일때가 있다.
아무쪼록 대중운동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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