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슬쩍 뾰로롱 ㅣ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남온유 지음, 이갑규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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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인상적이다. 얘들은 뭐지? 완두콩 같기도 하고, 야구공 같기도 하고, 먼지가 잔뜩 붙은 솜뭉치 같기도 한데 팔 다리가 달렸다. 조금 열린 틈 사이로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아이의 시선을 피해 요리조리 피하는 모습은 '스리슬쩍'과도 잘 어울리고, '뾰로롱'과도 찰떡이기도 하다. 


면지는 한밤중의 아파트 단지를 비춰준다. 그러다 갑자기 "쾅!" 소리가 들린다. 잠에서 깬 가족은 쓰러진 자전거를 보며 어리둥절해한다. 자전거를 다시 세우고, 엉덩이를 긁으며 방으로 돌아가는 가족의 모습에서 무덤덤함을 느끼다가도 자전거 바퀴에 보이는 형체에 앞으로 이 집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이 몰려온다. 앗! 표지에서 봤던 그 녀석들이다. 완두콩 같기도 하고, 야구공 같기도 하고, 먼지가 잔뜩 붙은 솜뭉치 같기도 했던 그 녀석들! 얘들이 자전거를 쓰러뜨린 범인이었구나!  


한밤중에 집에 곳곳에서 말썽을 피우다가, 누군가 꼬깃꼬깃 숨겨 둔 물건을 발견하면 두 손 가득 보물을 챙겨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진다. '저건 가져가면 안 될 것 같은데?' 싶은 물건도 있다. 다음날 아침 물건이 보이지 않아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는 것도 관전포인트다.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등장인물의 이름 짓기 대회를 하면 재미가 있겠다. 누가 어떤 물건을 가져갔는지, 부엌 어디에서 장난을 치던 캐릭터는 누구였는지 기억력 테스트도 해봄직 하다. 그림을 찬찬히 보는 요소가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나 둘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져간 물건들은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도 찾아봤으면 한다. 각양각색의 물건을 모아 어떤 모습을 만들었는지 상상해보고, 작가가 그려낸 세계는 어떤 모습인지 보여줬을 때 아이들이 어떤 반응일지 상상해보니 즐거움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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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카르디아와 비밀의 방
권혁진 지음, 안병현 그림 / 라곰스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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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 든 첫 느낌은 '색다르다'였다. 글의 처음은 글이 아니라 그림으로 시작한다. 추리소설처럼 단서를 주고 무슨 얘기를 할 것 같은지 생각해보게 했다. 날아다니는 베개, B100은 지하 100층?, 803호는 출입금지란 글자가 있는데 이건 잘 모르겠다. 물이 없는 수영장, 다리가 여기저기 파인 의자, 뽑기 기계인데... 아이를 뽑나?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호텔 델루나가 떠오르는 호텔 로비의 "자, 그럼 첫 손님을 맞아 볼까?"라는 글을 보며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빠져든다. 


책은 6개의 이야기로 옴니버스 구성을 했다. 부모와 자녀, 아빠와 아들,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견과 견주, 매일 아웅다웅 하는 형제, 여자 친구 셋,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와 탐정 지망생. 이렇게 6개의 이야기에 서로 다른 마음을 담아 흔히 볼 수 있는 고민이나 갈등 상황을 호텔 카르디아에서 해소하게 되는 이야기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부드럽게 풀어 쓴 글과 글의 내용에 힘을 실어주는 삽화는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는 것은 분명 장점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아쉬움이 계속 들었다. 일단 아이들이 호텔 카르디아로 가게 되는 과정이 아쉽다. 학교에선 유괴예방교육을 포함해 온갖 안전 교육을 하고 있다. 이런 교육이 무색하게도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너무 쉽게 스팸일지 모르는 글을 누르고, 밤 중에 (그것도 혼자!) 의심스러운 문자가 알려주는 장소에 간다. 그리고 등장인물 간의 서사나 갈등을 잘 묘사한 것에 비해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이 너무 급작스럽고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은 에피소드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호텔 카르디아를 다녀와 개인의 노력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다. 호텔 카르디아만 가면 모든 문제가 봉합 되는 전개가 정말 아쉽다. 책의 구성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얼마든지 에피소드를 만들어 2권, 3권 쓸 수 있을 것 같다. 차라리 6개의 에피소드를 줄여서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이나 본래 삶으로 돌아와서 노력하는 과정을 더 담아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담은 엘라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단 세 쪽에 간단하게 담을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2권을 보고 넘기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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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을 달려라, 부르릉 소파! ㅣ 북멘토 그림책 23
박규빈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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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박규빈 작가의 책의 이미지가 있어서 그럴까? 제목만 봐도 벌써 웃기다. 부르릉 소파라니! 게다가 여름 방학을 달려라! 까지 붙어있다. 그림도 심상치 않다. 바퀴 달린 소파는 파도가 넘실거리는 해변으로 향하고 소파 위엔 세 가족이 환한 얼굴로 앉아있다. 뭔가 묘하다. 멀쩡한 자동차나 비행기를 두고 왜 소파를 타고 갈까? 보통 소파는 늘어짐의 상징 아닌가? 우스갯소리로 '교사가 미칠 때 즈음 방학이 오고, 부모가 미칠 때 즈음 개학이 온다'는 말도 있는데, 이 가족의 얼굴은 너무나 해맑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길래 이럴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


요즘 아이들은 방학을 해도 심심하다. 같이 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집에 아이는 하나 둘인데, 그나마 성별도 다르면 성향도 다른 경우가 태반이다. 게다가 엄마 아빠는 출근해서 집에 없다. 아침부터 방과후나 학원을 다녀오지만 잠시 재밌었을뿐 다시 심심해지기 일쑤다. 집집마다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지만 부모는 아이가 커가면서 슬슬 요령이 생기고, 귀찮음이 앞서서 쉽고 편하게 여름 휴가를 보낼 수 있을까 꾀를 내기도 한다. 아니나 다를까 지우네도 다를 바 없었고, 아이는 실망할 거라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작가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이 가족을 집 밖으로 끌어낸다. 끌어냈으니 지우의 소원대로 이루어지리라 생각하게 긴장이 풀어지게 만들더니 몇 번의 반전과 반전을 거쳐 모두의 여름 방학으로 이끌어냈다. 이러니 박규빈 박규빈 하지. 개학 날 이 책으로 시작하면 아이들이 내 방학은 어땠노라 신나게 얘기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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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 산 고양이 백꼬선생 4 - 1등 만들어 드림 ㅣ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정연철 지음, 오승민 그림 / 우리학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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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 병에 걸렸다. 운전하다 화가 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지나가는 고양이 한 마리만 보면 더위에 아이스크림 녹듯 사르르 마음이 풀어진다. 1층에 사는 고양이 라떼가 출근 시간에 맞춰 나와있으면 인사를 건네며 반갑다 인사를 하고, 밤에 하네스를 하고 산책을 나와 있는 모습을 보면 꼭 내 고양이 같이 사랑스럽다. 숏츠나 인스타에서 고양이를 보면 아내에게 보여주며 좋아한다. 


이 책의 주인공 백꼬선생도 고양이다. 고양이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데, 백 번 산 고양이란다. 묘생으로 백 번을 살면서 별의 별 일을 다 겪었을 것이고, 의뢰인의 문제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면서 만난 인간군상 또한 말도 못 할 만큼 많을 거다. 그러니 백꼬선생의 세상을 보는 눈은 얼마나 깊을까? 


표지 그림처럼 100점을 맞아야 하는 예나의 사정은 안타깝다. 캐슬에 사는 예서 같다가도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매일 여러 학원을 다녀야 하는 요즘 아이들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해서 더 공감이 된다. 부제 '1등을 만들어 드림'처럼 진짜 만들어 주는지 알아보는 재미도 있다. 책을 덮으며 예나의 성장과 선택이 반가웠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도 마법이 일어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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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읽는 나는, 특수학교 교사입니다 ㅣ 장애공감 2080
공진하 지음 / 한울림스페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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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학급 학생을 만난다. 통합학급 학생은 국어와 수학을 특수학급에 가서 배운다. 어떤 아이들은 완전통합학급 대상자로 분류되어 모든 교과를 같은 반 아이들과 함께 배우기도 한다. 그런데 가르쳐보니 난감하다. 솔직히 어렵다. 해당 학년에서 요구하는 성취기준에 도달하기 어려운 아이이기에 특수교육대상자다. 국어, 수학은 특수학급에서 배운다고 하더라도 학년이 올라가면 사회, 과학을 비롯한 다른 교과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배운다. 교사도 어렵지만, 아이는 더 어렵다. 모든 수업을 특수학생에게 맞출 수도 없고, 모든 수업을 투트랙으로 진행할 수도 없다. 박자 치기를 힘들어 하니 악기 연주는 더 어렵고, 다른 아이들은 높은 뜀틀을 뛸 때 낮은 뜀틀을 뛰니 효능감을 느끼도 어렵다. 그러다 느 날 가르쳤던 아이가 고학년이 되어 결국 특수학교로 갔다는 얘기를 듣고 '그 아이를 위해 다행인건가' 싶다가 '통합교육의 한계구나' 씁쓸함에 속이 쓰리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진실이 아니라 관점이다"라는 말이 있다. 전담교사로 만난 학생, 옆 반 교사로 어쩌다 한두 시간 수업하는 학생, 학교 주무를 맡으면서 만나는 특수교사, 특수교육대상자의 부모를 통해 은연중 형성된 관점으로 교육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진실, 특수교육대상자도 충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진실을 제대로 보고있지 못했다.  


어느 날 특수교사로부터 특수학생에 대한 강의를 듣고, 어떻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지 배우며 시각을 넓히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매번 만나는 것이 아니다보니 막상 만나면 온갖 시행착오도 겪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진 관점의 위험성과 나의 한계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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