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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카르디아와 비밀의 방
권혁진 지음, 안병현 그림 / 라곰스쿨 / 2024년 7월
평점 :
책을 받아 든 첫 느낌은 '색다르다'였다. 글의 처음은 글이 아니라 그림으로 시작한다. 추리소설처럼 단서를 주고 무슨 얘기를 할 것 같은지 생각해보게 했다. 날아다니는 베개, B100은 지하 100층?, 803호는 출입금지란 글자가 있는데 이건 잘 모르겠다. 물이 없는 수영장, 다리가 여기저기 파인 의자, 뽑기 기계인데... 아이를 뽑나?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호텔 델루나가 떠오르는 호텔 로비의 "자, 그럼 첫 손님을 맞아 볼까?"라는 글을 보며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빠져든다.
책은 6개의 이야기로 옴니버스 구성을 했다. 부모와 자녀, 아빠와 아들,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견과 견주, 매일 아웅다웅 하는 형제, 여자 친구 셋,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와 탐정 지망생. 이렇게 6개의 이야기에 서로 다른 마음을 담아 흔히 볼 수 있는 고민이나 갈등 상황을 호텔 카르디아에서 해소하게 되는 이야기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부드럽게 풀어 쓴 글과 글의 내용에 힘을 실어주는 삽화는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는 것은 분명 장점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아쉬움이 계속 들었다. 일단 아이들이 호텔 카르디아로 가게 되는 과정이 아쉽다. 학교에선 유괴예방교육을 포함해 온갖 안전 교육을 하고 있다. 이런 교육이 무색하게도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너무 쉽게 스팸일지 모르는 글을 누르고, 밤 중에 (그것도 혼자!) 의심스러운 문자가 알려주는 장소에 간다. 그리고 등장인물 간의 서사나 갈등을 잘 묘사한 것에 비해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이 너무 급작스럽고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은 에피소드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호텔 카르디아를 다녀와 개인의 노력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다. 호텔 카르디아만 가면 모든 문제가 봉합 되는 전개가 정말 아쉽다. 책의 구성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얼마든지 에피소드를 만들어 2권, 3권 쓸 수 있을 것 같다. 차라리 6개의 에피소드를 줄여서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이나 본래 삶으로 돌아와서 노력하는 과정을 더 담아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담은 엘라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단 세 쪽에 간단하게 담을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2권을 보고 넘기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