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한숨 도감 큰곰자리 81
무라카미 시코 지음, 나카다 이쿠미 그림, 윤수정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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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의 여름방학'의 저자 무라카미 시코의 새 책이다. 저자만 봐도 점수를 주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다. 제목에 '도감'이 들어가서 한숨과 관련된 도감이 새로 나왔나 보다 하다가 표지는 누가 봐도 동화책인데, 속표지는 꼭 그림책 같다. 이 책의 정체성이 무엇일까 긁적이다가 차례를 뒤덮고 있는 한숨 말풍선의 선 모양과 한숨 글자를 이렇게 저렇게 읽으며 '이런 느낌일까? 혹시 이런 느낌인가?' 하다 보면 벌써 책이 재밌어진다. 


란타, 고유키, 고시로, 나나호 그리고 양호실에서 생활하는 유라. 이들이 모둠 과제로 한숨 도감을 만들게 되면서 일어나는 갈등,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 도감을 만들기 위해 인터뷰를 하면서 사건이 풀려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한숨 쉬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 한숨 요정을 갖고 있는데, 이 한숨 요정들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저마다의 내면도 또 하나의 재미 요소다. 이야기 중에 여러 한숨이 나오는데 잠깐 읽기를 멈추고, 이건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하고 꼭 흉내를 내보길 추천한다. 


분량이 좀 되는 편이라 출판사에선 큰곰자리 시리즈로 배정했다. 3-4학년이 읽기에 충분할 것 같고, 2학년이라면 담임교사가 읽어줘도 가능할 것 같다. 나의 한숨 요정 만들기, 모둠 00 도감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몇 장을 읽는 동안 생경한 감촉에 계속 문질러봤다. 다른 책에 비해 두꺼운 종이를 썼다. 빳빳한데, 매끈하고, 부드럽다. 이 촉감이 등장 인물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줬다.

누구에게나 돌아갈 곳이 필요해 - P24

억지로 하지는 말자, 몸에 안 좋아 - P54

83은 깔끔하잖아.
뭐가? - P93

실수를 하든 삼진을 당하든, 그런 걸로 야단치지 않아. 성적보다는 얼마만큼 진지한 태도로 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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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1 : 배려 편 - 문해력 어휘력 발달 프로젝트 문어 1
초등문해력교사연구회 지음, 박영 그림 / 픽(잇츠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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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을 못하는 어린이가 많다. 음가를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없는 글자를 넣어서 읽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해독의 영역인데 일부 아이들을 제외하곤 해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유창하게 읽는 아이들 중에서도 읽고 난 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상당하다. 독해가 안되는 것이다. 다행히 학생들은 학교 교육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진단, 보정을 받는다. 제 학년 수준의 문해력을 갖추지 못하면 학습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매년 진단하고, 해당 학년 수준을 배우기 위해 또는 좀 뒤쳐졌지만 천천히 배워서 따라갈 수 있는 힘을 갖게 하기 위한 보정 학습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기류 때문인지 요즘 이런 교재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문해력이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정말 문해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돕는 교재는 많지 않다. 문해력과 어휘력은 글을 읽어야 발달하는데, 글 읽기가 어려운 아이들에겐 지문을 읽어내는 첫 걸음부터 어렵다. 제대로 해독도 못하는데 독해 문제를 풀어야 하니 흥미가 뚝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교재는 음원을 제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음원은 아주 친절하게 만들어졌다. 먼저 글을 눈으로 읽으면서 귀로 듣게 해준다. 아이들은 귀로 읽을 때 더 잘 이해한다. 그 다음엔 한 문장씩 따라 읽도록 만들어졌고, 마지막으로 음원 속도에 맞춰서 같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 익숙해진다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름도 잘 지었다. 문해력 어휘력 발달 프로젝트에서 '문.어' 라니! 제목만으로도 벌써 친근함이 느껴진다. 아이들과 공부를 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인데, 표지 그림과 제목만으로도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이야기도 재미있다. 동화책 18권에서 이야기를 발췌해 20회 차의 학습 활동을 만들어냈다. 동화책을 따로 읽어도 "어! 나 이거 문어할 때 읽은 건데!" 하면서 약간의 으스댐과 책에 대한 친밀감을 갖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저학년 수준에 맞는 어휘수에 맞춰 글의 길이를 조절했고, 꼭 알아야 할 어휘를 다른 색으로 표시해 주목성도 갖게 했다. 5일차마다 복습 활동을 배치했는데, 다양하게 구성해서 질리지 않도록 했다. 각 회차의 받아쓰기에 음원을 만들어 놓은 것도 가산점을 받을 수 있겠다. 


기초학력 지도를 해도 동시에 여럿을 하기 어려울 때, 기초학력 지도를 해야 하는데 학생이 따로 시간을 낼 수 없을 때 쓰기에 적합한 교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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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슬쩍 뾰로롱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남온유 지음, 이갑규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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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인상적이다. 얘들은 뭐지? 완두콩 같기도 하고, 야구공 같기도 하고, 먼지가 잔뜩 붙은 솜뭉치 같기도 한데 팔 다리가 달렸다. 조금 열린 틈 사이로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아이의 시선을 피해 요리조리 피하는 모습은 '스리슬쩍'과도 잘 어울리고, '뾰로롱'과도 찰떡이기도 하다. 


면지는 한밤중의 아파트 단지를 비춰준다. 그러다 갑자기 "쾅!" 소리가 들린다. 잠에서 깬 가족은 쓰러진 자전거를 보며 어리둥절해한다. 자전거를 다시 세우고, 엉덩이를 긁으며 방으로 돌아가는 가족의 모습에서 무덤덤함을 느끼다가도 자전거 바퀴에 보이는 형체에 앞으로 이 집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이 몰려온다. 앗! 표지에서 봤던 그 녀석들이다. 완두콩 같기도 하고, 야구공 같기도 하고, 먼지가 잔뜩 붙은 솜뭉치 같기도 했던 그 녀석들! 얘들이 자전거를 쓰러뜨린 범인이었구나!  


한밤중에 집에 곳곳에서 말썽을 피우다가, 누군가 꼬깃꼬깃 숨겨 둔 물건을 발견하면 두 손 가득 보물을 챙겨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진다. '저건 가져가면 안 될 것 같은데?' 싶은 물건도 있다. 다음날 아침 물건이 보이지 않아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는 것도 관전포인트다.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등장인물의 이름 짓기 대회를 하면 재미가 있겠다. 누가 어떤 물건을 가져갔는지, 부엌 어디에서 장난을 치던 캐릭터는 누구였는지 기억력 테스트도 해봄직 하다. 그림을 찬찬히 보는 요소가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나 둘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져간 물건들은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도 찾아봤으면 한다. 각양각색의 물건을 모아 어떤 모습을 만들었는지 상상해보고, 작가가 그려낸 세계는 어떤 모습인지 보여줬을 때 아이들이 어떤 반응일지 상상해보니 즐거움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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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카르디아와 비밀의 방
권혁진 지음, 안병현 그림 / 라곰스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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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 든 첫 느낌은 '색다르다'였다. 글의 처음은 글이 아니라 그림으로 시작한다. 추리소설처럼 단서를 주고 무슨 얘기를 할 것 같은지 생각해보게 했다. 날아다니는 베개, B100은 지하 100층?, 803호는 출입금지란 글자가 있는데 이건 잘 모르겠다. 물이 없는 수영장, 다리가 여기저기 파인 의자, 뽑기 기계인데... 아이를 뽑나?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호텔 델루나가 떠오르는 호텔 로비의 "자, 그럼 첫 손님을 맞아 볼까?"라는 글을 보며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빠져든다. 


책은 6개의 이야기로 옴니버스 구성을 했다. 부모와 자녀, 아빠와 아들,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견과 견주, 매일 아웅다웅 하는 형제, 여자 친구 셋,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와 탐정 지망생. 이렇게 6개의 이야기에 서로 다른 마음을 담아 흔히 볼 수 있는 고민이나 갈등 상황을 호텔 카르디아에서 해소하게 되는 이야기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부드럽게 풀어 쓴 글과 글의 내용에 힘을 실어주는 삽화는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는 것은 분명 장점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아쉬움이 계속 들었다. 일단 아이들이 호텔 카르디아로 가게 되는 과정이 아쉽다. 학교에선 유괴예방교육을 포함해 온갖 안전 교육을 하고 있다. 이런 교육이 무색하게도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너무 쉽게 스팸일지 모르는 글을 누르고, 밤 중에 (그것도 혼자!) 의심스러운 문자가 알려주는 장소에 간다. 그리고 등장인물 간의 서사나 갈등을 잘 묘사한 것에 비해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이 너무 급작스럽고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은 에피소드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호텔 카르디아를 다녀와 개인의 노력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다. 호텔 카르디아만 가면 모든 문제가 봉합 되는 전개가 정말 아쉽다. 책의 구성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얼마든지 에피소드를 만들어 2권, 3권 쓸 수 있을 것 같다. 차라리 6개의 에피소드를 줄여서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이나 본래 삶으로 돌아와서 노력하는 과정을 더 담아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담은 엘라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단 세 쪽에 간단하게 담을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2권을 보고 넘기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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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을 달려라, 부르릉 소파! 북멘토 그림책 23
박규빈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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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박규빈 작가의 책의 이미지가 있어서 그럴까? 제목만 봐도 벌써 웃기다. 부르릉 소파라니! 게다가 여름 방학을 달려라! 까지 붙어있다. 그림도 심상치 않다. 바퀴 달린 소파는 파도가 넘실거리는 해변으로 향하고 소파 위엔 세 가족이 환한 얼굴로 앉아있다. 뭔가 묘하다. 멀쩡한 자동차나 비행기를 두고 왜 소파를 타고 갈까? 보통 소파는 늘어짐의 상징 아닌가? 우스갯소리로 '교사가 미칠 때 즈음 방학이 오고, 부모가 미칠 때 즈음 개학이 온다'는 말도 있는데, 이 가족의 얼굴은 너무나 해맑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길래 이럴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


요즘 아이들은 방학을 해도 심심하다. 같이 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집에 아이는 하나 둘인데, 그나마 성별도 다르면 성향도 다른 경우가 태반이다. 게다가 엄마 아빠는 출근해서 집에 없다. 아침부터 방과후나 학원을 다녀오지만 잠시 재밌었을뿐 다시 심심해지기 일쑤다. 집집마다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지만 부모는 아이가 커가면서 슬슬 요령이 생기고, 귀찮음이 앞서서 쉽고 편하게 여름 휴가를 보낼 수 있을까 꾀를 내기도 한다. 아니나 다를까 지우네도 다를 바 없었고, 아이는 실망할 거라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작가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이 가족을 집 밖으로 끌어낸다. 끌어냈으니 지우의 소원대로 이루어지리라 생각하게 긴장이 풀어지게 만들더니 몇 번의 반전과 반전을 거쳐 모두의 여름 방학으로 이끌어냈다. 이러니 박규빈 박규빈 하지. 개학 날 이 책으로 시작하면 아이들이 내 방학은 어땠노라 신나게 얘기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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