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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물결 - 자크 아탈리
자크 아탈리 지음, 양영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1월을 시작하는 책.
세계를 지배했던 아홉개의 거점은 유럽을 지나 아메리카로 방향을 틀며 세계의 산업과 금융을, 마치 제국처럼 지배해왔다. 지금은 세계가 미국 (특히 지금의 거점지역을 저자는 '로스엔젤레스'라 짚었다.)의 휘하에 놓여 경제와 산업의 흐름을 쫓고 있다. 앞장에서 짚어주는 거점지역에 관한 글은, 어떻게 하여 '거점'이 그 지역에 둥지를 틀었는지, 왜 세계를 지배하는 거점 지역을 내놓아야 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상업적 체제에서의 자유를 꿈꿨으나, 결국 21세기 인간은 시간이라는 자유속에 속박되어 유목민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문체는 마치 비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듯 낙관적이며, 미래에 대해 조심스럽게 점치는 듯 하지만 결론은 깨끗하다. 어쨌든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일 뿐이니까.
속박당한다는 두려움 내지는 집착을 피하기 위해 무관심을 가장하는 것이 오히려 서로를 매혹하는 수단으로 발전할 것이다. 176.
이동하는 사람의 수도 점점 증가할 것이다. 직업적인 이유 때문에 이동을 감수하는 사람들은 경제 사절로서, 혹은 금융 산업, 문화사절로서 출신 국가의 입지를 강화하겠지만 반면 점점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와는 반대되게 자기 나라의 세제나 법률 문화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국을 등지게 될것이다. 요컨대 이들은 완전히 잠적하기 위해, 새로운 정체성을 얻기 위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자기 나라를 떠나 나른 나라로 향한다. 지금으로부터 25년 후에는 해마다 5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든 삶의 터전을 옮길 것이고, 10억명은 태어난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살게 될 것이다. 194.
초기 단계에는 책이나 음반, 황화 등 물질적인 방식으로 저장을 했고 오늘날엔 이를 비물질적인 수단, 즉 가상현실에서 파일 형태로 무제한 저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 이처럼 무제한으로 쌓아 놓은 무형의 지식이나 정보는 언젠가 쓰일 수 있는 가능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기 일쑤기 때문이다. 210.
저자는 미래의 모습을 '하이퍼 제국; 하이퍼 분쟁; 하이퍼 민주주의' 세가지로 분석해 풀어낸다. 결국 미래의 지구에는 어떤 거점 도시도 없을 것이며, 각자가 각자의 콘텐츠를 가지고 살게 될 것이고, 따라서 여러가지 상업적인 체제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사람은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어 자기 몸에 보건 칩을 감싸고 감시 카메라에 의지 하게 될테지만 결국 사람은 사람을 믿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이 시대가 되면 결국 거점도시라는 말도 사라질 것이고, 보스턴, 뉴욕, 로스엔젤레스라는 세 거점 도시를 가진 거점국가 아메리카는 그 최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고 스스로도 원하지 않게 될 것이다.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 덕분에 아메리카의 보존 자체가 위협받을테니 말이다. 수없는 분쟁이 일어날 것이지만 수없는 사람들이 깨어나게 될 것이다. 누구든지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정보를 공유하고 받을 수 있다.
한국을 위한 한국편은, 꼭 개인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한번씩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지구 반대편의 조그만 국가 한국을 굉장한 에너지로 충만해있다고 말한다. 단지 섬세하고 미묘한 국제 정세에 들어맞는 중개자이자 디딤역할을 잘해야 할 나라가 한국이라고 짚는다. 반도라는 이점과 일본.중국처럼 1인자에 대한 욕심이 없지만 엄청난 속도의 경제 성장을 맛본 내공이 있는 나라.조금씩 두각을 나타내는 젊고 강한 아시아의 주요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결국 미래의 핵심 역할은 아시아가 하게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역할이 매우 필요하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면, 북한이 경제적, 정치적으로 결국 파국을 맞게 되었고 수만 난민이 남쪽으로 내려와 한국이 북한의 복지를 챙겨야 하는 경우와, 북한 미사일 문제가 불거졌을 경우. 이 두가지이다. 어쨌든 책 틈틈이 한국에 관한 내용을 애정어리게 심어 놓은 것도 특이하다. 아,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문제점도 사정없이 찍었더라. 수천억을 들여 사교육을 하지만 토플은 110위, 서울대는 세계 86위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