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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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사고방식을 가진 작가들, 특히 이쪽 중유럽에서는 동양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신비감 같은 것들이 다분하다. 흥미롭긴 하지만, 막상 다가가려고 하면 어려운 것이 동양의 문화인 것이다. 그 신비로움이 잘 동화되어 녹아 있는 역사 소설, Annam. 그리하여 베트남에 도착한 프랑스 선교사들의 삶은 그저 행복한 것으로 그저 밝고 건강한 들판 위에서의 삶. 자연과 동화되어 무거운 수녀복을 벗어놓았다고 묘사된다. 1990년대의 그들에게도 역시, 동양이 가지고 있는 신비성이 가라 앉지 않았다는 뜻이려니와, 베트남은 소설속의 주인공들에게 고향 프랑스를 잊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노스탈지어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들이 Annam에 도착하기 전까지 중간도착지점에서 고생한 이야기들은, 마치 신비의 섬에 들어가기전 그들이 겪어야 할 연습과정-혹은 고행과정으로 묘사된다. 그 모든 고행과정을 겪고 마지막에 살아 남은 두 사람, 수녀와 수사는 결국 인간의 정을 느끼고 사랑을 나눈다. 신을 잊고 인간의 길로 들어서니, 드디어 그들은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 줄거리는 이 짧은 소설의 단맥을 잇지만, 줄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소설은 전반의 느낌이 더욱 중요하다. 죽음과 맥이 닿은 삶. 죽음을 바탕에 깔고 있는 오묘한 신비감. 그 두가지 느낌의 봉합이 이 단 소설 하나로 스타작가 반열에 들어선 바타유의 흔적이다.

 

삶과 죽음의 그림자에 드리워진 햇살을 관찰하는 재미, 1780년대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지점에 선 그들의 행로. 특히 혁명으로 바쁘던 프랑스 역사에 낀 베트남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하지만, 역시나 역사소설은 소설의 뒤 끝에 역사를 뒤적여 보는 흥미를 갖게 한다.

 

사족. 이런..;;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국판으로도 번역이 되었구나. 이 100쪽 가량을 짧은 책을, 나는 2주에 걸쳐 읽었다는거. 번역하는 것도 아니고. 땀 닦아 가면서;

또 사족. 독일어 번역이 너무 딱딱해 다시 한국어로 읽어야 겠다 생각. 한국에 있다면 한국판을 읽었겠지만, 또 한편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독일판은 읽지 않았겠구나.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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