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문한 새성경 2종이 왔다.
지난 주는 새로운 성경을 구입하고자 고민한 한 주였다. 예배용으로는 교회에서 개역개정판을 쓰고 있어서 집에서 통독용으로 읽을 쉽게 쓰여진 성경이 필요해서다. 이미 표준새번역(새번역)성경과 공동번역 성서도 가지고 있지만, 검색을 해보니 새로운 번역의 성경들이 많이 나와서 관심이 갔다.
오래 전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쉽게 성경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다. 그때는 [개역판]성경이어서 지금의 [개역개정]보다 더 고어에 가까웠다. '현대인의 성경'같은 것도 참고 하였으나 만족스럽지 않았고, 그 후 표준새번역[새번역]성경이 나와 참고하였다. [공동번역 성서]는 정말 마음에 들었으나 인명과 지명이 달라서 많이 참고 하지는 못했다.
원래 [공동번역 성서]는 가톨릭과 개신교에서 함께쓰려고 번역했는데, 개신교 쪽에서 너무 가톨릭식이라고 반대해서 가톨릭에서만 쓰게 되었다고 한다. 개신교는 이후 표준새번역도 반대하고 그 후 개역판을 조금 수정한 [개정개역판]만을 받아들였고, 그것도 각 교단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구절이 생기면 [개역판]으로 다시 돌아가는 번역으로 개정을 4번이나 해서 지금은 [개역개정4판]을 쓰고 있다고 한다. 성경의 번역에 대해서는 신학자나 목사가 아닌 평신도의 입장이라 신학적으로 뭐가 틀린건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성경번역의 개신교 역사를 보면 목회자나 신학자들의 보수적인 행태로 일반 평신도에게 성경을 쉽게 읽을 기회를 빼았고 있는 건 아닌 지 생각해 본다. 성경은 목회자들이 해석하고 해설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는 말씀을 잘 알아듣기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가톨릭은 개신교와 함께 번역했던 [공동번역성서]를 사용하다 지금은 자신들만의 새로운 [성경]을 쓰고있다.
여러 고민 끝에 선정한 성경은 3가지. 우선 구입한 위의 두 권과 나중에 구입할 가톨릭성경이다.
먼저 [NLT 우리말성경]은 두란노에서 번역한 [우리말성경]과 영어로 제일 쉽고 제일 많이본다는[ NLT판 영어성경]의 영한대조성경이다. 원래 따로 따로 구입할 예정이었는데, 같이 붙어있는 성경이 있길래 이걸로 구입했다. 천천히 살펴보니 [우리말성경]은 개역개정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어미의 고어체를 현대식으로 바꾼게 인상적이었다. [출애굽기]제목을 [출이집트기]라고 바꿔서 잠깐 웃었다. 어미와 조금씩 어려운 단어를 바꾼 것 만으로도 수월하게 읽히는 게 장점이다. 단점이라면 조금 더 쉽게 번역 할 수도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좀 남는다. [개역개정판]의 그늘이 많이 느껴진다. NLT영어성경은 쉬운 편이다. 미국의 초등학교6학년 수준의 영어란다.
다음으로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는 정말 쉽게 번역이 되어있다. 유진 피터슨 목사의 신학적 해설이 첨가 되었겠지만, 참 쉽게 성경에 다가갈 수 있다. 초신자들에게 추천하고픈 성경이다. 기존 성경에 익숙한 신자라면 미사여구가 많다고 느낄 것 같다. 일단 신약만 구입했다. 구약은 번역본이 몇 권으로 나뉘어 있어서 나중에 합본이 나오면 구입해 볼 예정이다.
주일학교때부터 가장 많이 암송했던 요한복음 3장16절을 비교해 보자.
개역개정판성경전서-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우리말성경-하나님께서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셔서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사람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그분은 하나뿐인 아들을 우리에게 주셨다. 그것은 아무도 멸망하지 않고,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온전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하시려는 것이다.
가톨릭판 성경-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한 구절만의 비교만으로도 얼마나 우리말 뉘앙스가 다른가! 난 카톨릭성경의 번역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려 하심이 아닌 "하셨다." 얼마나 은혜로운 번역인지.
먼저 우리말성경과 메세지신약을 통독하고, 가톨릭성경을 읽고자 아직 가톨릭성경은 구입하진 않았지만 기대가 된다. 평생의 절반을 세로로 된 개역성경을 봤고, 나머지 절반을 가로로 된 개역과 개역개정을 보고도 물론 성경의 은혜는 변함이 없으나, 말과 글이란 뉘앙스가 있어서 말씀의 은헤가 더 배가 된다면 그것도 기쁜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