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존 카첸바크 지음, 나선숙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한동안 일본 소설만 읽다가 오래간만에 읽은 미국 소설이다. 그간 읽었던 소설들이 하나같이 템포가 빠른 소설이어서 그랬는지 그보다 호흡이 긴 진행 때문에 초반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50대 초반의 정신분석가 리키 스탁스는 매우 정적인 사람이다. 처음 개업했던 상담실을 같은 장소에서 25년간 운영 중이며 매일 매주, 매해 같은 스케줄로 생활한다. 아내가 죽은 이후로는 세상과도 멀어져 특별히 교류하는 친구도 친척도 동료도 없다. 여느 해와 같이 여름 휴가를 가려고 하는 그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편지를 보낸 것은 자칭 럼플스틸스킨이라는 이로 그는 리키의 과거 잘못을 비난하며 그 실수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망가졌기 때문에 자신은 리키에게 복수를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리키에게 제안한다. 15일 내에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알아내라고. 만약 그러지 못할 경우 리키의 친척 중 한 명의 인생을 망가뜨리겠다고. 그게 싫으면 필사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아내던가, 실패했을 경우 리키 자신이 자살하라고. 리키는 이 편지를 무시하려고 하지만 그러기에는 편지가 너무나 진지했기에 그가 제시하는 '게임' 속으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어렵지 않을 거라는 리키의 예상과는 달리 그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으며 그는 갖은 방법으로 리키의 인생을 망가뜨린다. 맛보기로 그의 친척 중 하나인 14살짜리 여자아이의 순수성을 파괴하고 과거 리키에게 상담 도중 강간당했다는 젊은 여자의 투고로 정신분석가로서 그의 명예를 떨어뜨린다. 그외에도 리키의 구좌에서 돈을 빼내고 그가 도움을 청했던 사람에게 사고가 나는 등 리키는 공포와 좌절감 속에서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숨어 있는 사냥꾼과 드러난 사냥감의 쫓고 쫓기는 두뇌싸움이 이 책의 묘미라고 하겠다. 주인공이 정신분석가인 만큼 사람의 심리를 파고들어 공포를 주는 데 대한 묘사 또한 뛰어나다.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앞부분의 호흡이 너무 길어서 책에 몰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반면에 뒤쪽은 호흡이 너무 빨라져서 독자가 주인공의 복수를 음미할 시간이 없다. 내 생각엔 전후의 균형이 잘 맞았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주인공의 심리묘사에 너무 치중하다보니 등장인물이 너무 적어서 범인이 누구인지 눈치 채기가 쉽다.

오래간만에 읽은 정통에 가까운 스릴러물이었다. 자잘한 재미는 없지만 대신 진중하게 읽는 맛이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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