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일시품절


엄마가 말이야, 아빠를 사랑하기는 하는데 좋아하지는 않는대... 그건 어떻게 다른걸까 내내 생각해봤어. 사랑하면 말이야, 그 사람이 고통스럽기를 바라게 돼. 다른 걸로는 말고 나 때문에, 나 때문에 고통스럽기를. 내가 고통스러운 것보다 조금만 더 고통스럽기를... - 홍-95쪽

더 많이 사랑했던 사람하고, 더 아팠던 사람하고, 정말 처음이었떤 사람들이 이미 불행하기로 되어 있었던 걸 너는 모르겠지. 영영 그렇게 모르겠지. - 홍
-101쪽

나는 정원의 의자에 앉았다. 헤어짐이 슬픈 건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가치를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존재했던 모든 것이 그 빈자리 속에서 비로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되기 때문에. -109쪽

나는 자신이 있었다. 나는 내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온 우주의 풍요로움이 나를 도와줄거라고 굳게 믿었다. 문제는 사랑이 사랑 자신을 배반하는 일 같은 것을 상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의 속성이었다. 우리는 사랑이 영원할거라고 믿게하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이 가지고 있는 속임수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의 빛이 내 마음속에서 밝아질수록 외로움이라는 그림자가 그만큼 짙게 드리워진다는 건 세상천지가 다 아는 일이었지만, 나만은 다를거라고. 우리의 사랑만은 다를 거라고 믿었다. 그것자체도 사랑이 우리를 속이는 방식이라고 지희는 분석하곤 했었다.-112쪽

그냥 시간에 널 맡겨봐. 그리고 너 자신을 들여다봐 약간은 구경하는 기분으로 말이야. 네 마음의 강에 물결이 잦아들고 그리고 고요해진 다음 어디로 흘러가고 싶어하는지, 눈이 아프도록 들여다봐. 그건 어쩌면 순응같고 어쩌면 회피같을지 모르지만 실은 우리가 삶에 대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대응일지도 몰라. 적어도 시간은 우리에게 늘 정직한 치구니까, 네 방에 불을 켜듯 네 마음에 블을 하나 켜고... 이제 너를 믿어봐. 그리고 언제나 네 곁에 있는 이 든든한 친구도. - 지희 -130쪽

그리고 그를 너무나 사랑했다는 것도, 결코 잊을 수 없을 거라는 것도, 하필이면 떠나는 순간에 알게 되었다. -207쪽

너랑 먼저 연애라는 걸 했었다 해도, 아니 너랑 결혼하고 있었다 해도 애가 넷이나 있었다 해도... 그 사람이 왔으면 나는 처음처럼 그렇게 가슴이 철렁했을거야. 누굴 먼저 만나고 누구와 먼저 연애하고 그런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아. - 홍-223쪽

결국 또 내 가슴을 철렁이게 할 단 한사람, 헤어진대도 헤어지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떠나보낸 그 사람, 내 심장의 과녁을 정확히 맞추며 내 인생 속으로 뛰어들었던 그 사람,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만년을 함께했던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을 주었던 그 사람, 내 존재 깊은 곳을 떨게 했던 이 지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사람, 그때 내 처지가 어떨지, 혹은 그를 향한 자세가 어떨지 그것은 알 수 없지만 한번 심어진 사랑의 구근은 아무리 많은 세월이 지나도 죽지 않고 다시 일어나 조그만 싹을 내밀 것이다. 그런 구근의 싹을 틔우는 사람이, 먼 하늘 너머 있다는 것이 꼭 나쁜일은 아닌것 같았다. 사랑한다고 해서 꼭 그를 곁에 두고 있어야하는것이 아니라는 것도 느껴졌다. 옷자락을 붙들고 가지 말라고 해서 갈 것들이 그게 설사 내 마음이라고 해도 가지 않는 일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22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의 그림자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구판절판


어떻게 우리는 다른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지, 우리가 그들을 필요로 하거나 그들을 빼앗길때까지 우리가 행하는 경멸의 비열함을 깨닫지 못하는지 참 희한해. 우린 그들을 빼앗기지. 왜냐하면 한번도 우리의 소유였던 적이 없었으니까.... - 이삭-189쪽

때때로 우린 사람들이 복권같은거라고 생각하지 우리의 말도 안되는 꿈을 이뤄주기 위해 거기에 있는 것으로 말야. - 이삭-189쪽

돈을 벌기만 하는건 어려운 게 아냐. 그는 이렇게 한탄했지. 인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게 어려운 거지. - 미켈을 회상하며, 누리아-215쪽

세월은 공허할수록 더 빨리 지나가지. 의미없는 삶들은 역에 서지 않는 기차들처럼 우리 곁은 스치고 지나가는 법이거든. - 누리아-30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구판절판


나쁜게 아녜요. 페르민이 반대했다. 개자식들이지. 그것과는 다르죠. 악은 도덕적인 결정, 의도 그리고 특정한 사고를 상정하지요. 개자식이나 야만인은 생각하고나 설명하기 위해 멈추질 않아요. 악은 우리에 있는 야수처럼 자기가 선을 행한다고 호가신하고 언제나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며, 피부색이나 신념, 언어, 국정 또는 돈 페데리코의 경우처럼 여가의 습관 같은 것들이 자기와 다른 모든 이들을 괴롭히는 걸 자랑하고 다니며 본능적으로 행동하지요. 세상에 필요한 건 진짜로 나쁜 사람들이고 그 경계에 있는 짐승같은 놈들이 줄어드는 거지요.
- 페르민-248쪽

누군가 그가 살아있길 원한다는 걸, 그를 기억한다는 걸 알았더라면 좋아했을 텐데요. 누군가 우리를 기억하기에 우리가 존재한다고, 그는 종종 말하곤 했거든요.
- 누리아-276쪽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긴 시간 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모르겠어." 그녀가 결국 중얼거렸다. "모르겠어."
"언젠가 누가 그랬어.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생각해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춰섰다면, 그땐 이미 그 사람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거라고."
내가 말했다. 베아는 내 얼굴을 재빨리 쳐다보며 내 말에 진심이 담겨있는지 확인하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그랬는데?"
"훌리안 카락스라는 사람"-282쪽

"좋은 아버지요?"
"그래. 너희 아버지 같은. 머리와 가슴과 영혼이 있는 그런 남자 말야. 자식의 말을 경청할 줄 알고, 자식을 이끌면서도 또 동시에 존중할 줄 아는 남자, 하지만 자기 결점을 자식에게서 보상받으려 하지 않는 그런 남자 말야. 아들이 그냥 자기 아버지이기에 좋아해주는 그런 사람 말고 그의 인간성으로 인해 감격해하는 그런 남자. 아들이 닮고 싶어하는 그런 남자 말야." - 페르민-298쪽

세월이 가면 중요한 건 때떄로 무엇을 주느냐가 아니고 무엇을 양보하느냐라는 것을 알게 될거야.
- 페르민-299쪽

이봐, 다니엘. 여자들이란, 이웃에 사는 메르세디타스처럼 대단한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들보다 더 똑똑하단다. 아니면 적어도 자기들이 원하거나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지. 너나 세상사람들에게 말하고 않고는 또 다른 문제야. 넌 지금 본성의 수수께끼에 직면해 있는 거란다. 여자란 바벨탑이자 미로지.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면, 넌 지게 돼.이 말을 기억하라구.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정신. 사랑을 갈구하는 자의 코드지. -30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