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안드라 왓킨스 지음, 신승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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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안드라 왓킨스 지음, 신승미 옮김, 글담출판사, 초판 1쇄 발행: 2017.11.20 , 375page

 

 

안드라 왓킨스의 <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은 2015년 1월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그해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문학 작품을 저술한 작가에게 수여하는 '내셔널 북 어워드' 후보작으로 선정된 책이다. 저자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아버지와의 여행 과정을 공개하면서 미국 언론과 글로벌 독자들에게 격렬한 찬사와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이 책은, <Not Without My Father> 라는 원제로 대중에게 공개 되었다.

 

 

 

<Not Without My Father>, One Woman's 444-Mile Walk of the Natchez T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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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라 왓킨스의 책, <Not Without My Father>를 소개 하는 글 / 발췌

Can an epic adventure succeed without a hero?

Andra Watkins needs a wingman to help her become the first living person

to walk the historic 444-mile Natchez Trace as the pioneers did.

Fifteen miles of rugged highway each day for thirty-four days.


After striking-out with everyone in her life, she settles upon her disinterested eighty-year-old father.

And his gas. The sleep apnea machine and self-scratching.

Sharing a bathroom with a man whose gut obliterates his aim.

Her father is every grown child’s nightmare of embarrassing behavior.

They’ve never gotten along.


As Watkins trudges America's forgotten highway, she loses herself in despair and pain.

Her tenuous connection to her father unravels in a series of epic misunderstandings.

Will they finish the trip and turn ‘I wish I had’ into ‘I’m glad I did?’

Or will they kill each other?


Not Without My Father: One Woman’s 444-Mile Walk of the Natchez Trace is a New York Times

best selling memoir for everyone who suffers from shattered dreams

and dysfunctional relationships.

If you like Cheryl Strayed, Bill Bryson, or Elizabeth Gilbert,

you’ll love this humorous, heartbreaking memoir

from New York Times best selling author Andra Watkins.


- (빈약한 번역)


영웅없이 모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안드라 왓킨스(Andra Watkins)는 개척자들이 그랬듯

역사적인 나체즈 길-무려 444 마일이나 되는-을 걸을 수 있게 도와줄 조력자가 필요합니다.

34일간 울퉁불퉁한 고속도로를 매일 15마일씩 걸을 거거든요.

모진 인생의 풍파를 겪은 후, 무관심한 80세의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그녀.

아가는 데 있어 더는 어떠한 목표도 없는 것 같은 아버지, 수

면 무호흡증 기계, 코골이를 견뎌야 하는데다 화장실까지 나눠써야 하는 상황.

아버지의 당혹스러운 행동은 그녀에게 악몽과도 같습니다. 

도저히 사이가 좋아질 기미가 없는 상황.

사람들에게 잊혀진 옛 도로를 걸어가며 안드라는 절망과 고통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릴 듯 위태롭지만,

아버지와 함께 하며 그간의 오해가 점차 풀리는데요.

여행을 끝내고 난 이후 그들의 '내가 원했던가?' 싶었던 마음이 '해내서 기쁘다!'로 바뀌게 될까요,

아니면 서로를 엄청나게 미워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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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한 줄 모르고 당연히 여기며 살아간다.

소중한 가족과 추억을 만들어야 하는 순간에도
다음이라는 말로 미루기 일쑤다.
그러나 다음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삶이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버리기 때문이다.

<책 여는 말 중에서>, 안드라

 

 

 

안드라 왓킨스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소중한 사람을 붙들라고, "그걸 못 한 게 한이 돼요." 라는 말을 "같이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라는 말로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지금 당장 이 순간에 치이듯 살며,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훗날의 어느 순간으로 미뤄버린다. 그러나 그 훗날이 올까. 안드라는 반문한다.

 


내 마흔네 번째 생일 전 주의 일이었다. 아빠의 어깨가 내 눈앞에서 축 쳐졌다. 나는 아빠가 내슈빌까지 버티지 못할까 봐 걱정됐다. 아빠가 다음 날 아침에 과연 잠에서 깨아날 수 있을지 혹은 그날 오후에 중풍으로 쓰러져버리지나 않을지 불안했다. 아빠는 설탕이 든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었고 내가 몸을 움직이게 할 때마다 불평을 늘어놨다. 그러나 엄마한테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엄마는 다 알았다. 우리는 죽어가는 아빠를 보고 있었다.
나는 걱정을 떨쳐내고 엄마의 괴로운 생각을 중단시키려고 몸을 쭉쭉 펴며 스트레칭을 했다. 아무리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날마다 조금씩 죽어간다. / 부모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 209page

 

 

안드라의 아버지는 맹장이 터진 이후 급속도로 노쇠하여 볼일을 가리는 것도 힘든 상황. 계단 오르는 것이 힘겨워 안드라와 다닐 때조차 1층에서 숙박하기를 고집하기도 한다. 그런 아버지를 안드라는 게으른 것이며 고집스러운 아버지의 성격 탓이라고 판단하고 말아버리지만, 하루하루 힘들게 걷는 여정이 계속되고 온몸이 심하게 아파오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아, 아버지는 이렇게 힘든 몸으로 걸어다니시는 걸까.' 이전에는 본인이 젊고 건강해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늙음'과 '노쇠함'에 관하여 안드라는 다시 돌아본다. "우리는 죽어가는 아빠를 보고 있었다."

 

 

수없이 생겼다 가라앉고 또다시 생기는 겹겹의 물집이 이기적인 동기를 덮어버렸다. 내가 걷는 목적은 단순히 책 때문이 아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나는 늙어가는 부모와 함께하는 모험의 가치를 결코 몰랐다. 문명은 역사의 실수를 되풀이한다. 마찬가지로 가족은 불화를 대대손손 답습한다. 714킬로미터를 혼자 걷는 도보 여행은 허황된 기대들을 벗겨냈고 나를 엄마와 아빠에게 밀접하게 결합시켰다. 우리는 과거의 자리에서 벗어나 역사를 다시 쓰게 되리라. / 언젠가는 이 순간을 그리워할 것을 알기에, 307page

 

 

처음 미시시피주 나체즈부터 테네시주 내슈빌까지 이어지는 나체즈 트레이스 파크웨이, 444마일(=714킬로미터)을 아버지와 함께 걷기로 결심한 것이 그녀가 책을 쓰게 된 동기이다. 그녀의 초심은 처녀작 발표를 앞두고, 1만 년의 역사를 지닌 길을 조상들과 똑같이 걷는 살아있는 최초의 사람이 되는 동시에 본인의 소설의 주인공이자 저 유명한 루이스와 클라크 탐험대의 한 축인 탐험가 메리웨더 루이스를 재현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길을 계속해서 걸으며, 그녀의 생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하는 이 순간순간이, 되돌아 오지 않을 선물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내 마음은 5주 동안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 아무도 지울 수 없는 추억으로 밝게 빛났다. 한 시간 한 시간이 지나 하루가 되고 하루하루가 지나 일주일이 되는 과정의 모든 순간에 기쁨에 대한 교훈이 담겨 있었다. 나는 부모님의 관 앞에 서서 "우리가 그걸 같이 못 한 게 한이 돼요"라는 말을 중얼거릴 일이 없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뒤늦은 후회는 아무 소용없다. 못해서 한이 될 일을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삶에 구멍이 사라지고 빛을 발한다. 속에 담아둔 소원을 끄집어내 이루며 후회 없이 사는 게 진정한 삶이다. / 못해서 한이 될 일은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360~361page

 

 

 

결국 그녀는 모든 코스(?)를 완주한다. 도보 여행을 시작하는 처음, 완주할 용기도 배짱도 없어 모두 앞에 약속하고 떠나겠다는 명목 하에 홈페이지에 본인의 여정을 알렸던 그녀였지만, 결국 용감하게 모든 여정을 마무리하고 축하를 받으며 기뻐한다.
그러나 떠들썩한 자리도 끝나고, 가족들과 3킬로미터 뒤에 있는 커다란 돌 표지판으로 돌아가 나체즈 길과 작별할 준비를 다시 하는 안드라.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모든 모험을 마무리 하는 자리에서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누군가 우리를 기억하는 한 우리는 영원히 사는 것이니까."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의 기억에서 영원히 살기도 하고, 또 영원히 죽기도 한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무관심과 서로에 대한 비난으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 쉬운 요즘 시대.


나 역시 다음으로 미루기 일쑤인 그렇고 그런 사람 중 하나였지만 지금부터라도 안드라 왓킨스가 던지는 사랑의 메시지를 떠올리며, 장장 몇 주 간에 걸친 그녀와 같은 모험은 아닐지라도 당장 오늘부터 아빠 엄마를 꼭 안아드릴 1분의 시간을 내보기로 했다.
'다음은 영원히 오지 않으며, 예측할 수 없는 삶이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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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8 (10주년 특집판)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8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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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8-황금 개의 해,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 김난도,전미영,이향은,이준영,김서영,최지혜,이수진,서유현 저

/ 미래의 창 출판사 / 초판 1쇄 발행일: 2017.10.27 / 487page

 

 

 

김난도 저자의 <트렌드 코리아 2018>이 발행된 지 한 달 여의 시간이 흘렀다. 올해는 이 책이 발행된지 10년째를 맞이하는 해이자, 트렌드 코리아를 발행할 때 책에서 대표로 내세우는 12간지의 동물들이 모두 한 번씩은 나온 기념비적인 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에서는 지난 10년 동안의 트렌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트렌드 코리아 2007-2018’을 표로 만들어 책 사이에 간지로 삽입하기도(32, 33페이지 사이) 하고, 지난 12년간의 키워드를 정리하여 그로부터 대한민국의 최근 10년 간의 메가트렌드를 분석하는 특집 원고를 준비하기도 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메가트렌드라는 스펠링의 각 두운을 잡아 M부터 D에 이르기까지 9개의 주제로 원고를 써 나갔다는 것.

 

 

 

 

 

최근 있었던 책의 저자 전미영 교수의 강의를 다녀온 데다 책을 읽기까지 하니 책의 내용이 내 머릿속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다... 와 같은 내용을 쓰고 싶고, 쓴다면 무척 이상적인 독자임에 다름 없겠지만 실은 키워드의 나열인 이 책이 내게 주는 건 그 내용을 달달달 외우고 정리하는 치밀함이 아니라, ‘아 이런 것들이 나를 스쳐지나갔었지’ 혹은 ‘맞아 이건 내 얘기야’ 혹은 ‘이건 나랑은 맞지 않지만 내 친구들은 그렇다고 했었지 참 ...’ 의 나열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트렌드 코리아 2018의 저자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독자는 아닐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도 별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 꽤 괜찮은 독자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을 해본다. 그리고 책이 불러일으키는 이러한 공감대는, 트렌더스날을 포함한 많은 조사와 연구를 통해 나온 치밀함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트렌드센터는 2004년에 조직된 그룹으로, 2007년부터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발간하기 시작했으며 그 이전 2년 간은 신문에 원고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12간지를 내세워 각 원고 혹은 책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매번 짜 왔고, 다음해인 2018년은 무술년 개띠이므로 ‘황금 개의 해’로 칭하기로 정했으며 관련 키워드로 ‘WAG THE DOGS’를 정하였다고 한다.
(상식 하나. 우리 나라의 오방색인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 흰색, 검정색 이 다섯 가지의 색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두 글자씩과 맞닿아 있으며 올해는 무술년이므로 ‘무, 기’라는 두 글자가 노란색을 상징하는 글자임에 노란색 개-좋게 칭하여 황금 개, 로 설정했다.)

 

 

 

 

 


‘WAG THE DOGS’ 이 말인 즉슨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의미로 보통은 금융과 관련한 곳에서 쓰던 숙어였지만, 근래 들어 대형회사가 시장이나 소비자에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하는 소규모 회사를 견제하는 흐름을 보이는 요즘의 추세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키워드로 잡았다는 부연이 이어졌다.

 

 

트렌드는 갑자기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2017년 키워드부터 나열해보겠다는 전미영 교수. 2017년은 리뉴얼 제품 / B군 제품의 프리미엄화 / VR+AR서비스 / K뱅크와 카카오뱅크 / 인형뽑기-탕진잼 / 택시운전사(영화) / 푸드트럭 / 홈트레이닝 / 횡단보도 그늘막 / 힐링 예능 등이 두드러지는 해였다.

2018년은 수출은 많지만 내수경제는 어려움이 계속되는 해로,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나 희망이 사라진 해라는 이야기를 하며 내년은 소비자들이 실제 느끼는 경제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미영 교수. 기대감이 사라지기에 지갑은 열리지 않고, 내수경제는 점차 어려워져만 가고.

 

 

 

 


<소확행 / 작지만 확실한 행복>

그래서 등장한 것이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지었다는 이 단어, 소확행은 (작가 입장에서) 아침에 침대에 폴짝 뛰어 올라와 발을 간지럽히는 고양이의 촉감, 옷장을 열었는데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옷가지들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섬유유연제의 향, 갓구운 빵에서 나는 향기와 살짝 집어 조금씩 뜯어먹을 때 손끝에 느껴지는 온기 같은 것이라고 한다.

덴마크, 스웨덴, 일본 등 잘 사는 나라의 소소한 행복들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많은데 휘게, 오캄, 라곰 등이 그러한 단어라 한다. 전미영 교수는 요즘 유행하는 미슐랭가이드/별따기와 파나소닉의 91번째 평소 프리미엄-일상을 담은 냉장고 광고, 한화의 워터파크 광고-대야에 발담그기 같은 자료들을 보여주었다. 더불어 예전에는 ‘소비와 행복은 반비례’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이제는 ‘소비와 행복의 궁극적 목적은 <관계>와 맞닿아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일본의 개인화 정서를 담은 Half birthday를 이야기했다.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하다>

2017년에는 샤오미나 빽다방 커피처럼 가격대비 가성비가 괜찮은 제품들(가성비 1.0)이 유행하는 것에서, 가격은 비싸지만 만족감을 주는 다이슨 무선청소기 같은 제품(가성비 2.0)이 유행했다.

2018년에는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한 제품(가성비 3.0)이 유행하면서 가격과 심리적 효용, 혜택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에 주력하는 상품들의 등장이 예견됐다. 강의에서는 ‘성능은 객관적이지 않고,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객관적이지 않음’을 이야기하며 약 개발을 할 때 플라세보 효과로 낫는 것과 비교했을 때 실제 효능이 더 좋은 의약제품을 개발하는 이야기를 함께 해주었다. (+뷰코셋 바이오)

 

 

<워라밸, Work-Life-Balance>
“부장님 이상은 소득 만불 이하의 후진국, 부장님 미만은 소득 3만불 이상의 선진국 시대인데 어떻게 부장님과 사원의 성장 배경이 같다고 할 수 있겠어요.”

전미영 교수의 웃픈 농담이 이어지며 삶의 가치관과 성장 환경이 그만큼 다른 서로의 삶의 운용 방식을 존중해야지 않겠냐는 워라밸과 관련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사장껌과 부장껌이라는 아이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언택트 기술>
사람이 대면하여 서비스하던 컨택트 방식에서 기계가 서비스하는 형태로 변경됨을 의미하는 언택트 기술. 로봇이 서비스 하는 일본의 ‘이상한 호텔(호텔 이름이 정말 이렇다 한다)’ 이나 개인적으로도 무릎을 탁 치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이니스프리의 장바구니(혼자볼게요/도움이 필요해요)의 예시가 나왔는데, 전미영 교수는 2018 키오스크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일자리가 감축 혹은 축소되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고객의 마음에 집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고객에게 직접 컨택하지 않는다면 고객을 어떻게 케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하며 단순한 것은 기계에게 맡기고 개별 서비스를 더욱 전문화해야한다는 메시지를 전달. [contact의 방법 모색 / contact과 uncontact할 지점을 선별하라]


<나만의 캐렌시아>
투우 경기 시 소가 오롯이 혼자만 쉴 수 있는 공간을 캐렌시아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에 자신만의 캐렌시아를 꿈꾼다. 그것이 행동이든 장소든 공간이든, 바쁘게 살아가는 이 시대엔 개인만의 숨고르기가 필요한 것이라고.
집 전체 가구비를 다 합쳐도 침실 내부 가구비보다 저렴하다는 이야기는 생각해볼 바가 많았던 부분이었다.


<SaaS(software as a service)-> EaaS>
어도비나 클라우드 서비스가 판매 대신 대여의 형태를 띠는 것으로 변화하는 추세. 개인적으로 인공지능 스피커 예시는 충격적이었다. 스피커가 선이냐, 스트리밍 프로그램이 선이냐. 주객전도의 이야기. 그리고 플랫폼을 누가 쥐게 될 것이냐.

 

 

<cutocracy>

귀여운 게 짱이야. 매력과 자본의 연결고리.
매력의 보상.
나를 좋아해줄 것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심리.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스마트폰. 구닥 어플.


<meaning out>
개인의 적극성. 표현해서 나를 알린다!
개인의 취향을, 그룹으로 다시 묶어주는 해시태그.

오늘의 패션. 오늘은 과연 검.스를 신어도 좋은 날씨인가? 궁금하다면 해시태그로!

 
<Gig-relationship Alt-family>
우리 관계가 Gig해지고 있다. 상황별 친구설정.
스터디 밥터디 영화친구 술자리친구 ...

이 관계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관계에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한 세대.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가 재구성된다.

 

 

<자기밀도 / 자존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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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부분.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는 집단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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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
폴 비티 지음, 이나경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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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배반, 폴 비티 지음, 이나경 옮김, 열린책들, 초판 1쇄 발행일: 2017.10.20, 402page

 

 


이 도시 전체가 프로이트적 실언(무의식 속에 숨겨 둔 속마음이 말실수로 들키는 경우를 일컫는 용어)이자 미국의 행적과 악행에 흥분한 콘크리트 페니스다. /12p


고대 로마든 현대 미국이든 사람은 시민 아니면 노예다. 사자 아니면 유대인이다.(고대 로마에서 유대인들을 콜로세움에 사자 밥으로 던져주었다.) /13p


유색 인종이라는 이유로 기소당하고, 임신 중절을 거부당하고, 국기를 불태우며, 수정헌법 5조를 들먹이며 법정 증언을 거부한(인종 차별, 임신 중절, 국기 훼손, 증언의 의무는 모두 미국 헌법의 인권 보장 문제와 관련해서 논란이 되어 온 쟁점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재심을 요구하라고 해라. 내가 이 땅에서 가장 높은 법정에서 마리화나에 취해 더 높이 붕 떠오르고 있으니까. /15p


내가 드레스 스콧의 직계 후손인지 확인할 것이다. 자유주에 살던 유색인 노예로,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주인에게 자유를 달라고 고소한 인간이었지만, 헌법 기준으로는 인간이 아니었던 드레스 스콧 말이다. /17p




<법 앞에 평등한 정의!>


대법원 앞에 ‘그렇게 태평하게 써 붙여 놓은 <법 앞에 평등한 정의>를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투쟁하다 죽어 갔지만, 무죄든 유죄든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여기까지 와보지도 못한다’. 특히 흑인들은 ‘엄마들이 울면서 주님의 은총이나 할머니 집 대출 융자 2차 상환액을 외치는 데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인, 거의 대부분이 유죄 판결을 받고 나면 그에 항소를 제기하거나 본인이 무죄임을 밝힐 어떤 노력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야 마는 현실을 책 초반에서부터 작가는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태어날 때 백인이 아니라 흑인이었다는, 본인이 선택하거나 본인의 ‘노-오력’으로는 되돌이킬 수도 없는 사유로 인해 죄인처럼 살아가는 흑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작가는 매 문장문장마다 신랄하게 꼬집고 있으며 이런 비판 하나하나가 미국의 역사와 흑인 탄압 사건, 인종 분리 정책, 인종 혐오에 대한 표현 등과 어우러져 읽은 동안에는 그야말로 ‘문학적인 꼬집기’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를 내가 옆에서 바로 지켜보고 있는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지상에서 제일 불쌍한 것들. 햄프턴은 우리를 그렇게 부른다. 너무 가난해서 케이블 TV 값을 낼 수 없고, 너무 멍청해서 케이블을 보지 않아도 잃을 게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 “장발장이 나를 변호사로 삼았더라면 <레미제라블>은 6 페이지밖에 안 됐을걸. 빵 좀도둑질-기각.” 그는 곧잘 이렇게 말한다.
-
형사재판에 자신만만한 변호사 햄프턴을 통해 자신을 변호하려는 주인공 미(mee). 처음부터 재판을 받을 미가 마리화나를 피며 몽롱한 상태로 있던 모습이나, 본인의 마음 속 생각과 그것이 실제 다른 사람에게 들리게끔 중얼거리는 상황에 당황스러움을 느꼈던 나. 그리고...

 

 



아버지는 내게 주머니에 1달러 지폐를 잔뜩 꽂고, 최신 헤드폰을 쓰고, 목에는 힙합 금목걸이를 걸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혼다 시빅의 바닥 매트를 웨이터가 타월을 걸듯이  팔에 걸치고 근처 사람이 가장 많이 다니는 교차로에 서 있게 했다. ... 아버지는 구경꾼들 앞에서 나를 쳐서 쓰러뜨렸는데, 그 구경꾼들은 가만있지 않았다. ... 날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를 돕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아버지를 도와 팔꿈치로 나를 가격하고, 레슬링 선수처럼 집어던졌다. ... 아버지는 공격자들에게 설문 조사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타주의 실천을 위해 힘을 쓴 뒤라, 얼굴은 땀범벅에 가슴이 벌렁거리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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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는 사람은 아들을 본인의 심리학 연구를 담은 논문의 생생한 증거이자, 이론의 결과물로 생각한 채 미의 탄생 이후부터 본인의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의 온 순간을 아들은 단지 연구를 통해 본인의 이론을 증거할 연구 대상으로만 여기고 대할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너무 끔찍하고 읽기 힘들었다.

 

 



인종차별은 현실적으로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백인과 흑인은 절대 통합될 수 없는 것 아닐까... 미는 그 생각으로 <인종 분리>를 떠올리며 적극적으로 ‘그들만의 공동체 감정’을 형성하는 것이 더 빠른 것 아니느냐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무리한 생각이지만 왜 그렇게까지 생각할수밖에 없었을까. 아, 저 생각이 도출될 수밖에 없었겠구나, 끄덕이며 납득할 수밖에 없는 장면장면...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다.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인종차별. 이는 비단 흑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우리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느꼈다.

서로가 노력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타고난 생리적 특질로 인해 차별받는다면 그는 너무 슬픈 일 아닐까 여기는 동시에 왜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는 교류의 시대에도 이런 차별과 비공감은 여전한 것일까... 읽으면서도 못내 안타까운 느낌이 계속 들었던 폴 비티의 <배반>.


흑인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때는 우리가 정말로 뭔가 잘못했을 때뿐임을 드디어 알게 되었다. 우리가 흑인이지만 동시에 무죄라는 인지 부조화에서 벗어날 수 있고, 교도소에 가게 된다는 사실이 어떤 면에서는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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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시에 들었던 또 다른 생각은 철학과 미국 전반의 역사, 인종차별과 우월주의, 광고나 쇼 혹은 유명인사의 이름 등... 사소한 것부터 어려운 개념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문화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이 내용을 한 번 틀어놓거나 꼬아놓음으로서 조소 혹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듯한 '블랙 코미디'를, 각주 없이는 당췌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무척 아쉬웠다는 점이다. 물론 나의 부족함이지만 좀 더 능동적인 독자가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던 책. 그런 의미에서 맨부커상 심사위원회의 심사평은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고 공감되었다. 

문학은 진정 편안하기만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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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회적 금기와 정치적 올바름을 건드려, 눈살을 찌푸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책이다. 문학은 읽는 이에게 편안하기만 해선 안 된다. 진실은 아름답기 어려우며, 읽는 이의 가슴에 못을 박기도 한다. 이 책은 너무 재미있고 고통스럽다. 이것이 진짜 <우리 시대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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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세우는 단단한 힘 문사철
이지성.스토리베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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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세우는 단단한 힘-문사철, 이지성 지음, 자음과모음 출판사, 초판 1쇄 발행일: 2017년 10월 23일, 327page

 

 

 

<꿈꾸는 다락방>, <리딩으로 리드하라>로 화제를 모았던 작가 이지성이 새로운 신간을 들고 돌아왔다. 바로 문학과 역사 그리고 철학의 아름다운 모음인 <나를 세우는 단단한 힘-문사철>.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이라 예상이 가는 친절한 이 책은, 마치 소설과 같은 형태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기존의 역사서와 철학서가 답습해오던 설명문 식의 흐름에서 벗어나 주인공인 서른살 '제갈대로'와 그 친구들인 '유명환'과 '한방인'이 지닌 뜻대로 되지 않는 인간 관계와 직장 생활에서의 고민들을 보여주고, 문사철을 접하게 되면서 어떻게 변화하고 또 미래를 그리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지를 그리고 있다.

 

 

지금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 40p

 

"스스로에게 좋은 질문을 많이 하세요.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원하는 것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원하는 것을 가진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좋은 질문은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죠. 질문의 질이 인생의 질을 결정한다고나 할까요. 질문은 잠들어 있는 우리를 깨워주지요."
"질문에는 생각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힘이 있어요. 누구나 질문을 하지만 누구나 훌륭한 질문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좋은 질문은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사실이에요."

 

 

학생 때는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고 마음 속으로 여러 번 되뇌곤 했지만 당장의 닥친 일들이 너무 많고 분주해서 정작 이런 본질적인 질문은 더 정성스럽게 고민해 답을 내야 한다고 핑계를 댄 채로 미뤄버리기 일쑤였다. 나는 또래 친구에 비해 사춘기가 아주 늦게 온 편이었다. 생각해보면 내 기분이나 감정에 집중하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입장이나 감정, 그들이 생각하고 바라보는 나에 대한 시선에 더 민감했기-다시 말해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상태이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일단 질문이 시작되면 답을 찾는데 부지런해지지만, 그 질문을 시작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허비한 건 아닐까. 그래서 학생 시절을 지나 직장 생활을 하는 지금까지도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며 사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늘 꼬리표처럼 나를 따라다닌다.

 

 

지금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 70-71p
플라톤의 <국가> 를 이야기하며

 

"각자가 자기 취향이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나씩 갖는 것. 이 세상에서 자기 성향에 맞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1인 1업은 국가 만들기의 기초래"
"자기와 딱 맞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일할 때마다 억지로 한다기보다 자발적으로 하려는 마음이 더 강하지 않겠어요? 즐기는 사람을 이기기는 어렵잖아요. 이렇게 만들어진 국가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기 일에 대한 절제, 용기, 지혜가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해봐요. ... 이게 바로 국가 정의를 세우는 기초인 셈이에요. 이런 것들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정의가 살아 있다고 하는 게 아닐까요? 국가 정의가 살아 있으면 당연히 개인 정의도 살아 있겠지요?"

 

 

이런 고민은 플라톤의 <국가>에서 나오는 국가 정의의 기초에 대한 언급과도 맞닿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으로부터 얻어지는 열매와 같다. 장고(長考)가 비단 좋은 것이다, 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이야말로 긴 삶을 사는 데 있어 비축해야 할 에너지 같은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의 욕망을 아는 것은 나의 꿈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 와중,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대한 문사철 대화 중 눈이 반짝 뜨이는 파트가 있었다.

 

 

지식을 넘어 지혜를 향하여 / 184p,192p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이야기하며

 

"사실 우리 모두는 어떤 대상을 자발적으로 원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사이에 매개자가 있는 거지요. 이게 르네 지라르가 말한 '욕망의 삼각형'이에요. 우리가 목표한 곳을 가기 위해 이정표를 따라가듯 원하는 이상을 얻기 위해 롤모델을 두는 것 같은 거지요. 만약 우리에게 '욕망'이 없다면 어땠을까요?"

"건강한 욕망은 나와 주변을 아름답게 변화시키지만 그렇지 않은 욕망은 탐욕이 되어 나와 주변을 망칠 수도 있어요. 여러분이 진짜 원하는 것은 뭔가요?"
"왜 꿈이 없다면 죽은 것과도 같다고 작가가 말했는지 조금은 알겠어요."

 

 

세상에는 저마다의 욕망이 있고, 그러한 욕망으로 인해 세상이 아름답게 변한다는 시각은 흥미로웠다. 돈키호테가 성으로 돌아와 꿈을 이루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가 아닌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던 결말에 대해 나 역시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꿈이 없이는 긴 생을 살아갈 힘도 비전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시선에 왠지 수긍이 됐다.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욕망(꿈)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의 원천은 정작 그 "꿈"에 있는 것이므로.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238-239p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이야기하며

 

"...신념이 있는 이들에게 장소가 그렇게 중요했을까요?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이들이라면 자리가 중요했을까요?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을.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은 어때요? 어쩌면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이 유배지가 아닐까요? 어떤 이에게는 자기를 갈고 다듬는 수양의 장이 되니 말이에요."
"진짜 마음 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삶은 일장춘몽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문사철 서적을 읽으면서 찾은 공통점은 '사랑'이에요. ... '나를 사랑하고 형제를 사랑하고 부모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백성을 사랑하고.' 만약 그들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없다면 잘 사는 것이 아니겠지요. 옆에서는 억울하고 괴로운 일로 통곡하는데, 그 일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치부하면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요?"

 

 

책에서 말하는 문사철, 문학과 역사와 철학은 나 혼자 잘 살고 깨달음을 얻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와 행복을 나누는 '공동선'을 지향하는 데에도 그 목표가 닿아있다는 시선. 책을 읽고 그것을 죽어있는 '지식'으로 그치는 데 만족할 것이냐 살아있는 '실천'으로 발전시킬 것이냐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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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257p
칸트의 '비판 시리즈' 를 이야기하며

 

"읽기는 잘 읽었는데 뭔가 답답한 건 왜일까요?"
... 그들은 대충 무슨 말인지 감은 잡았지만 완전히 자기 것이 됐다고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론이 그저 이론에 멈춰서 그래요. 책을 읽고 '아, 이것은 A를 설명하는 것이고 저것은 B를 말하는 거네' 하며 책을 덮는다면 그것은 그냥 글자에 불과하지요. 전에도 말했지만 그래서 정약용이 실천하지 않는 학문은 죽은 학문이라고 한 게 아닐까요?"
"우리가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는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되지 않아서 그런 거였어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겠는데, 우리가 책의 내용을 생활에 적용하지 못해서였어요."


"다시 목적 없이 꽃을 보거나 도덕적 덕을 쌓으면서 자기가 한 행동을 인식할 수 있다면 칸트가 말한 미(美)나 절대선을 확연하게 인지할 수 있겠지요. 칸트가 한 말을 대신해볼게요. '인간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이 세계가 아름답고 조화로운 합목적적인 질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판단력비판>을 쓴 것은 그것을 밝히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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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262-265p
공자의 <논어>와 플라톤의 <국가> 를 이야기하며

 

"공자 자신도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젊었을 때 사회의 밑바닥에서 일했다. 그래서 비천한 일을 포함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집안의 출신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인(仁)을 애인(愛人)이라고 볼 수 있었을 거예요. 백성을 사랑하지 않고 어떻게 올바른 정치가 나오겠어요."

"어떤 인물이 군자가 되거나 소인이 되는 것은 환경 탓이 아닌 것 같아요. 물론환경이 주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플라톤과 공자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럼 뭐가 좌우하는 것이냐고 대로가 다시 물었다.
"그 사람의 인품이에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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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283p
공자의 <논어>를 이야기하며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고전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이 나에게는 스승이에요. 이황이 쓴 도산십이곡 중에 12곡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어요.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알며 실천하는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닌가? 스승이 될 만한 성인도 못 다 행하니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쉽든 어렵든 간에 학문을 닦는 생활 속에 늙어가는 줄 모르는구나'라고요."

 

 

그리고 이런 깨달음은 사랑을 거쳐 다른 이에게 베푸는 봉사로까지 이어진다.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308p

 

"봉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봉사를 하면 내가 무엇인가를 받는다는 거예요."
"일종의 선물을 받아요. 만약 여러분이 봉사를 할 때 누군가를 도와준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진정한 봉사가 아니에요, 계몽이지. 여러분이 결코 그들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동등한 사람이지. 누군가를 부러 일깨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깨우침이란 내가 준다고 해서 상대가 느끼는 건 아니니까요. 상대가 먼저 느껴야 깨우칠 수 있지요. 나는 너희보다 잘 살아. 그리고 나는 너희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지. 그러니 내가 하는 방식대로 너희는 따라와야 해. 이런 식의 태도로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하지 않느니만 못해요. 성인들이 우리에게 한 이야기를 생각해보세요. 오긍에서부터 토머스 모어까지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이렇게 살라고 강요하지는 않았잖아요. 다만 우리가 그들의 말씀을 보고 듣고 생각한 후에 지금처럼 살면 안 되겠구나 깨달아서 행동에 변화를 보이는 거잖아요. 또 성인들의 말씀을 아무 때나 듣는다고 깨달음이 생기지는 않아요. 깨달음도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일을 하며 봉사를 함께 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 봉사도 공부를 기반으로 해야하는 것이라 일과 함께 그 계획을 어떻게 병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길었기 때문에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도 큰 편이다. 다시 말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내 욕망을 계획'하는 중인데,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무릎을 탁 치면서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던 고정관념이 '박살'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 부분이 바로 여기였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고 일한다는 생각이 오만이었고, 이런 착각을 이제 동등한 일대일의 관계로 다시 재조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때나 듣는다고 깨달음이 생기지 않으며, 이해하고(납득하고) 받아들이는 데에도 다 그 정해진 '때'가 있다는 말도 깊이 와닿았다. 문사철을 읽으며 내 자신을 다스리고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내 것으로 받아들여 동시에 실천으로 옮기고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살아있는 문사철의 현신을 드러낼 때는 과연 언제쯤 올런지 이 책을 덮으며 새삼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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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복수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단숨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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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복수,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자음과모음 출판사, 초판 1쇄 발행일: 2017년 9월 18일, 523page.

 

추리 소설에는 전지적 독자 시점-다시 말해 독자들에게 범인이 누구인지 먼저 공개한 상태-에서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있다. 개인적으로 시시각각 벌어지는 치밀한 스토리에 빠져들게 하는 힘은 바로 작가의 '필력'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분야의 책도 그렇지만 특히 추리소설을 읽을 때면 자극적 소재와 상황 설정 때문인지는 몰라도 작가의 글을 이끌어가는 힘이 더 도드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안드레아스 그루버의 소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접해보았는데, 다음 편을 연이어 읽고 싶을 만큼 그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심장을 옥죄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기시 유스케의 소설, <검은 집>이 있는데 그 새벽 내내 소설의 여운으로 소름이 끼쳐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이 책이 그 때의 기억을 건드린 것을 보면 아무래도 스토리에 푹 빠져 긴장한 상태로 읽은 모양이다. 그만큼 몰두하게 만드는 책, 작가의 필력 뿜뿜한 이 책 <가을의 복수>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다뤄 본다.

 

사건은 독일 라이프치히의 어느 강물에서 열아홉 살 '나탈리 주코바'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주인공인 '발터 풀라스키' 형사가 그 현장을 보존하고 증거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사건 현장으로 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두드러진다. 그가 파악한 시체의 특징은 첫 번째, 관절 마디마디가 모두 부러져 마치 마리오네트의 인형과 같은 것. 두 번째, 온 몸의 피가 모두 빠져나간 상태인 것.

나탈리의 어머니, '미카엘라 주코바'는 동생인 '다나'와 함께 집을 떠나 전화 통화로만 근근이 연락하던 첫째 나탈리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서야 만나게 된다. 딸이 살해된 이유를 경찰에게 묻지만, 돈을 벌기 위해 매춘을 하다 마약 중독으로 죽었을 뿐이라는 경찰의 설명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현장 출동팀 수사관인 풀라스키 형사를 만난 미카엘라는 그에게 둘째딸 다나를 찾아달라고 요청하지만, 천식 발작이 심해져 범죄수사국에서 조기 은퇴하고 아내 없이 외동딸을 키우는 풀라스키 형사였기에 적극적으로 그녀를 도우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딸이 죽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그리고 행방이 묘연한 둘째딸 다나를 찾기 위해 재혼한 남편이 모아놓은 돈과 권총을 훔쳐 달아나고, 마약중독자 소굴로 들어가는 미카엘라의 위험천만한 모습을 본 풀라스키 형사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와 함께 용의자의 행적을 밟아나가기 시작한다. (죽은 아내를 떠올리게 하는 미카엘라의 모습이 풀라스키 형사를 더욱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발터 풀라스키 형사가 소설의 주인공으로서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에 있어 미카엘라의 단독 행동이 방해가 된다는 점이다. 돈과 총기를 가지고 달아난 미카엘라를 신고한 남편 '티모' 때문에 경찰에 잡힐까 풀라스키를 버려둔 채 그의 차를 훔쳐 달아나기도 하고, 단서라고 생각되는 인물을 찾기 위해 맹목적으로 그를 쫓아 사라져버리기도 해 풀라스키의 분노를 사는 그녀. 그러나 큰 그림을 보면 되려 그녀의 고집이 실마리가 되어 다음 단서를 찾게도 하고, 풀라스키 형사와의 협응력도 점차 좋아져 결국에는 범인을 잡는데 일조하는 인물이 되는 희한한 구성.
두 번째는 두 사람이 함께 단서를 찾음과 동시에 용의자의 시선을 조명한다는 점이다. 용의자는 암에 걸린 의사로, 본인의 상태가 호전되기 힘든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다. 똑똑하고 이성적인 사람이지만 생명을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인간이기에 '신비주의'를 탐하는 그. 

 

 

p.371~372
람베르크는 책장을 따라가다가 2절판 책 몇 권을 빼서 풀라스키 앞에 있는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즉흥적으로 읊어댔다. "전갈은 앞 몸통에 집게발이 있고 꼬리처럼 생긴 꽁무니에 독침이 있는 동물이다. 전갈은 대부분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기어 나와 활동하는 야행성이며 육식을 한다. 점성학적 관점에서 볼 때 전갈은 삶과 죽음, 그리고 생성의 비밀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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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3년 전에는 출생, 2년 전에 탈피, 1년 전은 아직 모르는 상태이고, 올해는 부활인 셈이네요." 풀라스키가 순서대로 요약했다. "그렇다면 살인범은 그와 같은 탈바꿈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겠군." 람베르크는 생각에 잠겨 신화학 사전을 들춰보았다. "기독교 신앙과는 무관한 것 같은데." 그가 중얼거렸다. "아시아 문화권과도 거리가 먼 것 같고, 이교나 주술 쪽일 듯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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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레이스터 크롤리(20세기 초반 유럽을 떨게 만들었던 마법사로 끊임없이 배덕적인 마술 의식을 행함으로써 '세계 최대의 악인', '타락 마왕' 등의 악명이 붙었다)에게 전갈은 죽음과 흡혈 행위, 그리고 부활을 상징한다."

 

 

p.402
그는 천장에 달린 조명 스위치를 켰다. 두 팔을 뻗고 몸에 네온등을 쏘였다. 빛에 닿으니 따끔따끔했다. 인광 물질이 충전되는 느낌이 들었다. 빛이 저장되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기막히게 될 것이다. 그는 인지했다. 느꼈다. 사실 의과대 학생이었을 때는 빛이 나는 문신을 믿지 못했지만 실제로는 항상 있어왔던 일이다. 학문이 한계에 다다르고 비참하게 실패하면 인간은 신비주의를 향한다.

신비주의는 답을 주니까. 적어도 그에게는 그랬다. 그래서 그는 이 길을 갔다!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대장암을 물려주었고 그의 유전자에 기생충 같은 종양을 심어주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깨끗하지 못한 전갈이었으니까. 독침으로 그를 오염시킨, 동구권에서 온 탕녀였다. 그래서 그는 이민자의 피를 뽑았다.
그가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아무도 모순에 담긴 독창성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답은 아주 간단하다. 자기 어머니와 아주 흡사한 외국 매춘부들의 피가 필요했다. 동종 요법의 원칙에 맞는 방법이니까. 해마다 그의 몸에 문신으로 저장되는 독은 치료제를 함유하고 있다. 그는 다시 태어날 것이다. 더 강해질 것이다. 완전히 건강한 몸으로 말이다. 그런 다음 남미로 떠날 것이다. 그곳은 바로 위대한 붉은색 전갈 '캐리비안 블루'의 고향이었다.

 

 

 

범인인 콘스탄틴은 전갈이 되고자 한다. 암에 걸린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 부활하는 전갈이 되어 남미로 떠나는 것만이 그의 목적이다. 그의 살해 동기는 바로 '부활'이다. 그래서 그는 독일 라이프치히, 체코 프라하, 독일 파사우 등을 거치며 사라져도 쉽게 눈에 띄지 않을 전갈자리의 매춘 여성들을 찾아 살인을 저지른다. 빛을 받으면 그를 흡수해 어둠 속에서 빛을 뿜어내는 유광 물질과 함께 여성들에게서 뽑아낸 혈액 앰플을 섞어 온 몸 구석구석에 전갈 문신을 넣는 그. 부활과 삶에 대한 의지로 살인을 저지르고, 그녀들에게서 채취한 혈액으로 문신을 새기는 그 모습에 오소소 소름이 돋음과 동시에, 이처럼 입체적인 인물을 구상해낸 작가의 상상력과 그를 표현해 내는 필력이 독자를 소설에 빨아들이는 힘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와 같이 첫째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둘째딸을 찾기 위한 미카엘라의 집념이 결국엔 답을 찾는 실마리를 연달아 발견하게 한다는 구성 덕분에 미카엘라라는 인물에 대한 짜증이 끝으로 갈수록 온데간데 없어진다는 점이 왠지 재미있게 느껴졌고, 단서를 찾는 두 사람(미카엘라와 풀라스키)의 시선과 범인(콘스탄틴)의 시선을 교차하며 보여준다는 점이 큰 그림을 본 작가의 '신의 한 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이 둘의 콤비만으로 이야기가 재미있게 풀려나갈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긴 스토리에 두 인물의 시각으로만 풀어나가다 보면 지루해질 수 있다. 그 부분을 위해 작가는 하나의 스토리를 덧붙여 냈다. 그 스토리의 주인공은 변호사 '에블린 마이어스'. 똑똑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사랑하는 연인이자 사립 탐정인  '파트릭'과 함께 수년간 같이 일해온 그녀가 범인인 '로베르트 콘스탄틴'의 변호를 맡게 된 것이다.

그녀의 등장으로 긴장감이 더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스토리를 풀어내는 데 있어 조금은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첫 번째, 범인인 콘스탄틴의 변호를 맡게 된 이유가 단지 검사장인 '오스트로프스키'가 자신이 의뢰인을 변호하거나 거절할 권한을 마음대로 정하는 태도에 호승심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 두 번째, 남자친구인 '파트릭'과의 감정적인 대립에 대한 묘사가 길어져 파트릭이 알아낸 범인의 중요한 단서가 파트릭의 죽음과 맞물려 답답한 형태로 풀려나갔던 것. 세 번째, 미카엘라의 도움으로 범인의 집에서 풀려나 끝 부분이 허탈하게 마무리 된 것. 개인적으로 이 세 가지가 읽는 내내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부분이었다고 털어놓음과 동시에, 다른 독자들에게는 이 요소들이 어떻게 느껴졌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p.390~391
발걸음을 서두르면서 걷다 보니 다른 화면이 보였다. 현재 세계 인구수였다. 70억이 넘었다. 마지막 숫자가 초 단위로 올라갔다. 불현듯 미카엘라는 자신이 보잘것없는 미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와 카를라, 슬라빅 두 사람도 이렇게 엄청난 숫자에 미미하게 변화를 주었을 뿐이다. 규모로 본다면 두 사람의 생명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태어나고 죽고 태어나고 죽고... 세상은 회전목마처럼 계속 돌아간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그 아무리 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또 많은 생명이 진다 한들, 각각의 생은 태어나면서 주변의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또 그들의 마음 사이에 자리잡는다. 딸을 잃고 허무함을 느끼는 미카엘라의 심정과 그와 반대로 초 단위로 올라가는 세계 인구수의 대조가 두드러지게 표현된 이 장면이 내게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안드레아스 그루버의 전작 <여름의 복수>도 함께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하면서, 감정을 마구 쏟아내지도, 호소하지도 않지만 깊은 슬픔이 느껴지는 인용문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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