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세우는 단단한 힘 문사철
이지성.스토리베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를 세우는 단단한 힘-문사철, 이지성 지음, 자음과모음 출판사, 초판 1쇄 발행일: 2017년 10월 23일, 327page

 

 

 

<꿈꾸는 다락방>, <리딩으로 리드하라>로 화제를 모았던 작가 이지성이 새로운 신간을 들고 돌아왔다. 바로 문학과 역사 그리고 철학의 아름다운 모음인 <나를 세우는 단단한 힘-문사철>.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이라 예상이 가는 친절한 이 책은, 마치 소설과 같은 형태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기존의 역사서와 철학서가 답습해오던 설명문 식의 흐름에서 벗어나 주인공인 서른살 '제갈대로'와 그 친구들인 '유명환'과 '한방인'이 지닌 뜻대로 되지 않는 인간 관계와 직장 생활에서의 고민들을 보여주고, 문사철을 접하게 되면서 어떻게 변화하고 또 미래를 그리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지를 그리고 있다.

 

 

지금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 40p

 

"스스로에게 좋은 질문을 많이 하세요.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원하는 것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원하는 것을 가진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좋은 질문은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죠. 질문의 질이 인생의 질을 결정한다고나 할까요. 질문은 잠들어 있는 우리를 깨워주지요."
"질문에는 생각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힘이 있어요. 누구나 질문을 하지만 누구나 훌륭한 질문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좋은 질문은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사실이에요."

 

 

학생 때는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고 마음 속으로 여러 번 되뇌곤 했지만 당장의 닥친 일들이 너무 많고 분주해서 정작 이런 본질적인 질문은 더 정성스럽게 고민해 답을 내야 한다고 핑계를 댄 채로 미뤄버리기 일쑤였다. 나는 또래 친구에 비해 사춘기가 아주 늦게 온 편이었다. 생각해보면 내 기분이나 감정에 집중하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입장이나 감정, 그들이 생각하고 바라보는 나에 대한 시선에 더 민감했기-다시 말해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상태이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일단 질문이 시작되면 답을 찾는데 부지런해지지만, 그 질문을 시작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허비한 건 아닐까. 그래서 학생 시절을 지나 직장 생활을 하는 지금까지도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며 사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늘 꼬리표처럼 나를 따라다닌다.

 

 

지금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 70-71p
플라톤의 <국가> 를 이야기하며

 

"각자가 자기 취향이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나씩 갖는 것. 이 세상에서 자기 성향에 맞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1인 1업은 국가 만들기의 기초래"
"자기와 딱 맞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일할 때마다 억지로 한다기보다 자발적으로 하려는 마음이 더 강하지 않겠어요? 즐기는 사람을 이기기는 어렵잖아요. 이렇게 만들어진 국가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기 일에 대한 절제, 용기, 지혜가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해봐요. ... 이게 바로 국가 정의를 세우는 기초인 셈이에요. 이런 것들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정의가 살아 있다고 하는 게 아닐까요? 국가 정의가 살아 있으면 당연히 개인 정의도 살아 있겠지요?"

 

 

이런 고민은 플라톤의 <국가>에서 나오는 국가 정의의 기초에 대한 언급과도 맞닿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으로부터 얻어지는 열매와 같다. 장고(長考)가 비단 좋은 것이다, 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이야말로 긴 삶을 사는 데 있어 비축해야 할 에너지 같은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의 욕망을 아는 것은 나의 꿈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 와중,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대한 문사철 대화 중 눈이 반짝 뜨이는 파트가 있었다.

 

 

지식을 넘어 지혜를 향하여 / 184p,192p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이야기하며

 

"사실 우리 모두는 어떤 대상을 자발적으로 원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사이에 매개자가 있는 거지요. 이게 르네 지라르가 말한 '욕망의 삼각형'이에요. 우리가 목표한 곳을 가기 위해 이정표를 따라가듯 원하는 이상을 얻기 위해 롤모델을 두는 것 같은 거지요. 만약 우리에게 '욕망'이 없다면 어땠을까요?"

"건강한 욕망은 나와 주변을 아름답게 변화시키지만 그렇지 않은 욕망은 탐욕이 되어 나와 주변을 망칠 수도 있어요. 여러분이 진짜 원하는 것은 뭔가요?"
"왜 꿈이 없다면 죽은 것과도 같다고 작가가 말했는지 조금은 알겠어요."

 

 

세상에는 저마다의 욕망이 있고, 그러한 욕망으로 인해 세상이 아름답게 변한다는 시각은 흥미로웠다. 돈키호테가 성으로 돌아와 꿈을 이루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가 아닌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던 결말에 대해 나 역시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꿈이 없이는 긴 생을 살아갈 힘도 비전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시선에 왠지 수긍이 됐다.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욕망(꿈)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의 원천은 정작 그 "꿈"에 있는 것이므로.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238-239p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이야기하며

 

"...신념이 있는 이들에게 장소가 그렇게 중요했을까요?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이들이라면 자리가 중요했을까요?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을.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은 어때요? 어쩌면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이 유배지가 아닐까요? 어떤 이에게는 자기를 갈고 다듬는 수양의 장이 되니 말이에요."
"진짜 마음 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삶은 일장춘몽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문사철 서적을 읽으면서 찾은 공통점은 '사랑'이에요. ... '나를 사랑하고 형제를 사랑하고 부모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백성을 사랑하고.' 만약 그들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없다면 잘 사는 것이 아니겠지요. 옆에서는 억울하고 괴로운 일로 통곡하는데, 그 일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치부하면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요?"

 

 

책에서 말하는 문사철, 문학과 역사와 철학은 나 혼자 잘 살고 깨달음을 얻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와 행복을 나누는 '공동선'을 지향하는 데에도 그 목표가 닿아있다는 시선. 책을 읽고 그것을 죽어있는 '지식'으로 그치는 데 만족할 것이냐 살아있는 '실천'으로 발전시킬 것이냐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는 듯하다.

 

 

-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257p
칸트의 '비판 시리즈' 를 이야기하며

 

"읽기는 잘 읽었는데 뭔가 답답한 건 왜일까요?"
... 그들은 대충 무슨 말인지 감은 잡았지만 완전히 자기 것이 됐다고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론이 그저 이론에 멈춰서 그래요. 책을 읽고 '아, 이것은 A를 설명하는 것이고 저것은 B를 말하는 거네' 하며 책을 덮는다면 그것은 그냥 글자에 불과하지요. 전에도 말했지만 그래서 정약용이 실천하지 않는 학문은 죽은 학문이라고 한 게 아닐까요?"
"우리가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는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되지 않아서 그런 거였어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겠는데, 우리가 책의 내용을 생활에 적용하지 못해서였어요."


"다시 목적 없이 꽃을 보거나 도덕적 덕을 쌓으면서 자기가 한 행동을 인식할 수 있다면 칸트가 말한 미(美)나 절대선을 확연하게 인지할 수 있겠지요. 칸트가 한 말을 대신해볼게요. '인간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이 세계가 아름답고 조화로운 합목적적인 질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판단력비판>을 쓴 것은 그것을 밝히기 위함이다."

 

 

-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262-265p
공자의 <논어>와 플라톤의 <국가> 를 이야기하며

 

"공자 자신도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젊었을 때 사회의 밑바닥에서 일했다. 그래서 비천한 일을 포함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집안의 출신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인(仁)을 애인(愛人)이라고 볼 수 있었을 거예요. 백성을 사랑하지 않고 어떻게 올바른 정치가 나오겠어요."

"어떤 인물이 군자가 되거나 소인이 되는 것은 환경 탓이 아닌 것 같아요. 물론환경이 주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플라톤과 공자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럼 뭐가 좌우하는 것이냐고 대로가 다시 물었다.
"그 사람의 인품이에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283p
공자의 <논어>를 이야기하며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고전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이 나에게는 스승이에요. 이황이 쓴 도산십이곡 중에 12곡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어요.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알며 실천하는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닌가? 스승이 될 만한 성인도 못 다 행하니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쉽든 어렵든 간에 학문을 닦는 생활 속에 늙어가는 줄 모르는구나'라고요."

 

 

그리고 이런 깨달음은 사랑을 거쳐 다른 이에게 베푸는 봉사로까지 이어진다.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308p

 

"봉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봉사를 하면 내가 무엇인가를 받는다는 거예요."
"일종의 선물을 받아요. 만약 여러분이 봉사를 할 때 누군가를 도와준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진정한 봉사가 아니에요, 계몽이지. 여러분이 결코 그들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동등한 사람이지. 누군가를 부러 일깨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깨우침이란 내가 준다고 해서 상대가 느끼는 건 아니니까요. 상대가 먼저 느껴야 깨우칠 수 있지요. 나는 너희보다 잘 살아. 그리고 나는 너희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지. 그러니 내가 하는 방식대로 너희는 따라와야 해. 이런 식의 태도로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하지 않느니만 못해요. 성인들이 우리에게 한 이야기를 생각해보세요. 오긍에서부터 토머스 모어까지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이렇게 살라고 강요하지는 않았잖아요. 다만 우리가 그들의 말씀을 보고 듣고 생각한 후에 지금처럼 살면 안 되겠구나 깨달아서 행동에 변화를 보이는 거잖아요. 또 성인들의 말씀을 아무 때나 듣는다고 깨달음이 생기지는 않아요. 깨달음도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일을 하며 봉사를 함께 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 봉사도 공부를 기반으로 해야하는 것이라 일과 함께 그 계획을 어떻게 병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길었기 때문에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도 큰 편이다. 다시 말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내 욕망을 계획'하는 중인데,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무릎을 탁 치면서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던 고정관념이 '박살'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 부분이 바로 여기였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고 일한다는 생각이 오만이었고, 이런 착각을 이제 동등한 일대일의 관계로 다시 재조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때나 듣는다고 깨달음이 생기지 않으며, 이해하고(납득하고) 받아들이는 데에도 다 그 정해진 '때'가 있다는 말도 깊이 와닿았다. 문사철을 읽으며 내 자신을 다스리고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내 것으로 받아들여 동시에 실천으로 옮기고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살아있는 문사철의 현신을 드러낼 때는 과연 언제쯤 올런지 이 책을 덮으며 새삼 기대가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