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걷자! 창덕궁·창경궁 어린이 궁궐 탐험대
이시우 지음, 서평화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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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창덕궁과 창경궁을 합쳐 '동궐'이라 부른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동궐도'라는 그림이 있다는 것도. 


어른인 나도 몰랐던 배경지식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지만, 세밀한 시선으로 궁궐 곳곳을 바라보며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니... 자연스레 이 책을 들고 궁궐을 한번 다녀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미래 세대가 읽는 책이니까 그들의 마음을 똑똑 두드리고 내밀한 속내까지 가 닿을 듯한 화법을 택한 듯해 그 또한 좋았다. 그리고 실제로 이시우 선생님을 만난 분들이 알 수 있는, 작가의 말투와 화법을 참 잘 담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서평화 작가님의 섬세한 그림은 실제 고궁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넣은 태가 났다. 아무래도 고증(?)이 되어야 하는 책이다 보니 실제 궁궐을 답사도 하셨겠고 사진 자료도 많이 찾아보셨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 그림은 볼 때마다 따듯하고 몽글몽글한 기분이 든다. 궁궐의 세세한 부분까지 잘 살렸고, 소컷까지 합하면 정말 그림을 많이 그려주셨기에 독자 입장에서 보는 재미도 컸다.



이 책의 장점을 몇 가지 추려 보자면!


하나. 실용성(보고 덮는 책에서 그치지 않고)

경복궁 편에서도 장점으로 꼽았던 재킷 뒷면이 고궁의 지도를 담고 있어, 이 한 장만 있으면 궁궐 내 나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기 좋고, 장별로 나뉜 장소별 정보와 함께 궁궐을 살펴볼 수 있으니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깊이 있는 고궁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도 좋다.


둘. 미감(매 페이지 기분 좋은)

앞서 말했던 서평화 작가님의 그림이 엄청난 장점으로 작용하는 책이다. 좀 더 세밀하게는 재킷과 안 표지를 각기 다르게 그렸다는 점, 목차 속 그림과 각 장별로 들어가는 대컷/소컷 모두가 엄청나게 귀엽다는 점을 꼽고 싶다.



특히 글로만 읽었을 땐 상상되지 않는 궁궐의 전경(ex. 30쪽 | 창덕궁 인정전)과 세밀한 설명이 필요한 장면(ex. 23쪽, 24쪽 | 금천교 현무, 백택, 귀면)을 전부 한 컷씩 그려 주었기에, 글의 이해를 돕는 그림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내면서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사진 자료를 찾아보는 것보단 직접 궁궐에 가서 비교하고픈 마음이 컸다.


셋. 과제(만인의 책에서 나만의 책으로)

각 장이 끝나고 나면 책의 전 내용을 아우르는 숙제 하나가 주어진다. 어느 방향에서 본 궁궐이 가장 아름답나요? 회화나무의 온 줄기는 왜 뒤틀린 모습일까요? 창덕궁 돈화문과 경복궁 광화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처럼, 궁궐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열린 질문들이 많아서 좋았다.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재밌게걷자창덕궁창경궁 #이시우 #서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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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판판 포피포피 판판판 웅진 모두의 그림책 62
제레미 모로 지음, 이나무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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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까지 알라딘 북펀딩(with 손수건)으로 선독자를 모았던 <판판판 포피포피 판판판>. 아름다운 그림부터 눈길을 사로잡고, 은율감 느껴지는 제목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책이 얼마나 궁금했는지! 어린이책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볼로냐 라가치상'. 그중 코믹스 YA 부문 대상을 수상(작품: 표범이 말했다)한, 제레미 모로Jeremie Moreau 작가의 따끈따끈한 신간입니다.


더불어 제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이 책을 번역한 '이나무' 선생님의 이력 덕분이기도 한데요. 앞서 제레미 모로가 영예의 수상을 안았던 <표범이 말했다>를 번역한 분이기도 하며, 주로 어린이책과 다수의 프랑스 철학서를 번역했다고 합니다. 프랑스 파리 4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이후 파리 8대에서학 철학박사 과정을 마치셨대요.


제레미 모로는 환경 오염과 기후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판타지 요소인 '판'과 '용'을 끌어와 들려주었는데, 이런 내용과 이나무 번역가의 조합은 꽤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름다운 면지 뒤로, 책은 갑작스럽게 워렌의 세계로 우리를 끌어당깁니다. 할머니가 주룩 눈물을 흘리고, 걱정이 된 주인공 워렌은 할머니에게 물어요. "할머니, 왜 울어요?" 하고요. 그러자 할머니는 '숲이 더는 노래하지 않'아서 운다고 합니다. 나무들이 빽빽한 숲이 너르게 이어지고, 영화의 도입처럼 제목이 그 위로 떠오릅니다.


워렌은 우연히 만난 이 동물을 자꾸자꾸 떠올려요. 밤마다 그 동물(판)의 꿈도 꾸지요. 판은 워렌의 꿈 속에서 팬플룻 부는 일도, 노래도, 자신도 잊다... 결국 팬플룻을 꿀꺽 삼킨 채 용이 되어 버립니다. 꿈에서 깬 워렌의 몸 위로 개미 떼가 기어다니고 있네요. 여왕개미가 저보다 큰 워렌에게 말을 겁니다. "작은 아이야, 위대한 신 판이 이제 더는 피리를 불지 못하게 되었단다."​


저도 모르는 사이 개미들은 판을 목도한 자신을 보았던가 봅니다. 그리고 이름 모를 그 동물의 이름이 '판'이고, 아무도 자기 연주를 듣지 않자 판도 멜로디를 잊어버리고 화가 나 피리를 삼켜 버렸다는 사연을 전해 주지요. 




판이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자연의 신이 노래하지 않으면, 계절의 리듬은 깨지고 자연은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진다는데요. 이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잊고 끊임없이 개발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 사회에 대한 비판을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잠들어 버린 용, 판이 깨어나면 세상에는 재앙이 몰아칠 것이라 워렌의 방으로 하나둘씩... 피난하는 동물들이 모여듭니다.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이어질까요? 그리고 그들의 노랫소리는 과연 어떻게 판의 가슴에 가닿을까요? 감동적인 <판판판 포피포피 판판판>을 한번 읽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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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 현지인이 다니는, 전면개정판 자기만의 방
네모 tokyo_nemo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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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에 관심 많던 한 일본인은 한국어를 공부하러 와, 한국 음식에 폭 빠져 버렸다. 그리고 맛있는 한국 음식을 소개해 주었던 친구들처럼, 자신도 일본의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고 싶어 책까지 냈다. 반응이 좋아 곧바로 개정판을 내려 했으나, 아뿔싸. 팬데믹이 터졌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차분하고 느긋하게 맛집을 찾고 기록했다. 폐업한 곳은 제외하고 달라진 부분은 바꾸어 기재했으며 새로운 맛집을 찾아 넣었다. 그리고 그 책은 (표지에는 "전면 개정판"이라 쓰여 있으나) 새로이 단장한 친절한 도쿄 음식 소개책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로 거듭났다. 그 일본인 작가가 누구냐고? 바로...


네모(tokyo_nemo)

본명 에노모토 야스타카(榎本尉孝). 도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도 도쿄에 살고 있는 일본인 남자.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처럼 도쿄의 맛집을 찾아다니는 게 취미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어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2012년 서강대학교 국제문화교육원(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일본에 돌아간 후, 서울에 사는 동안 한국인 친구들이 맛집을 알려줬던 것처럼, 한국인에게 도움 되는 정보를 주고 싶어 인스타그램에 도쿄의 맛집 탐방기를 연재하고 있다. 이 책도 한국어로 집필했다. 쓴 책으로는 본격 식탁 에세이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이 있다.

인스타그램 @tokyo_nemo



여러분은 <고독한 미식가>를 아시는지? 벌써 시즌 10까지 나온 장수 드라마다. 주인공인 고로상이 음식점을 찾아 다니며 나직한 목소리로 음식을 먹어 보고, 품평하고, 감탄하는 것이 골자인데, 저자 네모는 이 고로상처럼 본인이 먹어 본 음식점의 베스트 메뉴를 추천하고, 먹는 순서와 방법, 팁까지 알려 준다. 더불어 한국과 일본의 음식 문화 차이를 알려 주며 이 음식은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 일본인이 이 음식을 다른 방식으로 먹는 외국 사람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왜 그렇게 보는지까지도) 설명한다.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의 챕터는 돈부리-라멘-면 요리-고기-생선-그 밖의 일본식(솥밥이나 오코노미야끼 등)-양식-카레-베이커리와 디저트-편의점 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토리-메뉴-팁-(가게) 위치라는 구성으로 통일성을 주어 지역별 맛집들을 추천하고 있다.


특히 내가 좋았던 부분은 ① 일본어 발음 표기가 주문할 때 편한 방식으로 적혀 있다는 점 ② 구글 맵을 많이 사용하는 일본 여행 특성상 검색 시 영어 주소를 적어 두었다는 점 ③ 메뉴판에 표시된 가격을 그대로 적었다는 점 ④ 웨이팅 시간을 각 점포별로 표기했다는 점 등이다.





개인적으로 가 보고 싶었던 집, 첫 번째는 토지나이 카츠동을 파는 시부야의 즈이초. 카츠동을 먹을 때 싫은 점은 물컹물컹하거나 덜 익은 느낌이 있는 것인데(날계란은 아닌데 약간 덜 익어서 흐물텅한 흰자가 느껴지는 것), 돈가츠나 밥의 잔열로 익힐 수 있다면 좋겠지만 결코 만족할 만큼 익지 않아서 가급적 카츠동은 피하는 편이다. 그런데 토지나이 카츠통은 얇게 구운 달걀말이와 단짠단짠 소스, 바작바작한 돈가츠가 어우러져서 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부야라니... 이번 도쿄 여행 코스와 맞물려서 너무 아쉬웠다.





두 번째로 가 보고 싶었던 집은, 히츠마부시를 파는 나고야의 우나후지. 까끌까끌한 느낌이 싫어 장어가 들어간 음식을 거의 먹지 않다가, 최근 생 장어구이의 맛을 알았다. 3월에 드레스 투어 다녀왔을 때 같이 갔던 친구를 대접한다고 일부러 찾아간 장어 맛집에서 히츠마부시를 처음 먹어 보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편견을 가지고 있어 그랬는지) 예상외로 너무너무 맛있었다. 특히 이 책에서는 히츠마부시 먹는 법을 상세하게 알려주는데, 내가 먹었던 한국 맛집의 먹는 방식과 거의 동일해서 나중에 도쿄 여행을 한 번 더 가게 된다면 이 집도 꼭 가 봐야겠다고 생각.





가 보고 싶었던 집 세 번째. 탄탄멘을 파는 okudo 도쿄점. 공포의 돈코츠쇼유라멘 다음으로 먹었던 탄탄멘이 내 입맛에 몹시 잘 맞는다는 것을 몸소 체감했던지라, 이 설명글을 읽는데 배가 꼬르륵거렸다. 심지어 이번 여행 도쿄였는데... 네모 님의 책을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이 책은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라는 제목에 걸맞게, 친근하고도 재미있게 일본의 식문화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함께 소개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혹 조만간 도쿄 여행을 떠날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도쿄에 머무는 며칠 동안 맛집 탐방을 해 보는 건 어떠신지!



#진짜도쿄맛집을알려줄게요 #네모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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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 책이 좋아 3단계
박효미 지음, 임나운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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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아이들의 감정이 자라는 모습을 다각도로 조명한 웰메이드 동화'다. '사춘기'라는 글자가 들어가서 그저 단순한 첫사랑 이야기를 다뤘겠거니 싶을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속을 파고들면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기는 사고방식 / 상대를 제약하고 싶어 하는 마음 /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비이성적인 신성화(?) / 현실과 인터넷 공간의 인간 관계+SNS의 긍정적 부정적 면모 / 대체할 수 없는 관계 등의 주제를, 저자가 깊은 고민을 통해 진주 목걸이 잇듯 하나하나 꿰어냈음을 알 수 있을 것.


책은 ① 체중계의 사랑 ② 사랑의 물 분자 ③ 전류 차단의 원칙 ④ 나는 여기 있다 ⑤ 나는 괜찮나요? 와 같이 다섯 가지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분노에 차 다이어트를 선포하고 행동에 옮기지만 그 과정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담하의 모습에서,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의 슬픔보단 자존에 대한 생각을 더욱 많이 하게 된다. 나는 "다른 이들이 나를 재단하도록 허락하지 말고, 스스로를 헐하게 대하지 말 것"에 대한 메시지가 아이들의 마음에도 깊이 있게 가 닿길 바랐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직관적인 표현이 귀여워 웃음이 스쳤고, 상대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치기 어린 마음을 연애하며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 보았을 터이니 독자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예쁘고 완벽한 언니(희재)와 짝사랑하는 친구(진원)의 사랑을 지켜봐야 하는 희원의 심리를 그렸다. 전혀 이성의 대상으로 보지 않다가 급작스럽게 싹 트는 마음과 조절되지 않는 두근거림으로 혼란스러운 아이의 심리가 잘 그려져 있는데 "좋아해!"라는 심리에서 이야기가 그치지 않아 좋았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씌우고 마는 '프레임'과 현실의 그 사람이 얼마나 같고 다른지... SNS를 빠르게 접하는 아이들이라면 이미 충분히 느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난 '어린이는 아직 어린이'라고 생각되었고, '발치에 붙어 있던 슬픔이 조금도 떨어져 나가지 않았을 때'를 깨닫고, 그 세계를 인정하고 살아 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어린아이의 어깨를 감싸 안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가 무겁지만은 않은 것은 치킨 한 마리 뜯고 그 슬픔을 떨쳐 내는 모습 덕분이다. 아직 너희가 살아갈 삶은 길다고, 그러니 지금 그 감정 잘 모르겠거든 기분 좋아지게 맛있는 거 먹고 풀자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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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 -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보름달문고 93
하신하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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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하신하 작가의 <우주의 속삭임>은 SF 장르의 단편 5종을 담은 어린이책이다. 각각의 스토리는 상상력의 옷을 빼입고 있지만, 옷의 디테일은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 작품들이 각자 어떤 차림을 하고 있을지, 각 주인공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이 우주 한 공간에 머물고 있을지 궁금증을 품고 읽어 보았다. 어린이책 모임에서 한 편집자 분이 소개해 준 책이기도 해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컬처블룸에 신청해 책을 받게 되어 기대감이 배가되었다. 목차는 [반짝이는 별먼지-타보타의 아이들-달로 가는 길-들어오지 마시오-지나 3.0] 순.



<우주의 속삭임>은 2024년 1월 8일 출간된 책인데, 온라인 서점에 등장하자마자 독자 반응이 있었던 책이다. 아무래도 문학동네에서 주최하는 어린이문학상의 수상작이기 때문인 듯한데, 책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왜 이 책이 대상인지 조용히 수긍하게 된다.


① 생생한 묘사

이 책의 여러 가지 장점 중 첫 번째 요소로 꼽고 싶었던 것은 '생생한 묘사'였다. 책 곳곳에 나오는 설명은 지루하지 않고 되레 이야기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한다. 예를 들어 (독특하게 느껴졌던) '제로'라는 인물이 매일매일 집을 수리하는 장면에서는 은근한 쾌감이 느껴졌고, 오래된 할머니의 엽서 속 글씨 주변으로 번진 기름기는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실제로 나도 오래된 편지들을 보관하고 있는데, 그중 네임펜으로 쓴 종이들이 특히 저렇게 된다. 직접 겪어 본 바 있는 내용을 책에서 만나니 그렇게 반갑다.


② 다정한 시선


위 사진을 보면 이끼 이야기가 나온다. '홍 박사'를 포함, 인간이 전부 행성을 떠나면서 조사를 이어가라는 목적으로 남겨 둔 로봇은 인간을 흉내 내며 말 없는 동료 로봇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이끼를 발견하고 식물에게 '보보'라는 애칭까지 지어 준다.

로봇의 이야기이지만 인간적 면모가 계속 그려지는 두 번째 단편(타보타의 아이들)이 나는 참 좋았다. 특히 제 몸을 타고 오르면서 구석구석 파고드는 이끼의 생명력 그리고 그렇게 신경이 파고들면 제 기능이 멎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자랄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로봇의 사고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앞서 이야기했던 첫 번째 단편(반짝이는 별먼지) 속에서도 할머니는 손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복권에 빗대어 표현하는데, 난 이 표현도 참 따숩고 다정하고 좋았다. (이 아이는 내가 지구에서 당첨된 최고의 복권이었네.)


세 번째 단편(달로 가는 길)에서는 율동과 주문 세 가지를 섞으면 '치료의 주문'이 된다는 묘사가 눈에 띄었다. 집집마다 또는 사람사람마다 사적인 '암호' 하나씩은 있을 것인데, 초반(화목한 분위기)-중반(헤어짐)-말미(스포이니 생략)에 이를 때마다 이 동작이 언급될 때 마음이 찡했다. '아이다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부분.



네 번째 단편(들어오지 마시오)과 다섯 번째 단편(지나 3.0)에서 다루는 가족의 면면도 좋았다. 매몰차게 구는 것 같아도, 일면 냉정해 보여도... 가족을 바라보는 마음 기저에는 분명히 진실된 사랑의 마음이 있다고 믿고 집필하셨단 느낌도 들어 좋았다.


③ 사은품 구성

책 속에는 우주 복권이 한 장 들어있다. (첫 번째 사진 참조) 총 5편의 이야기 중 첫 번째 이야기인 '반짝이는 별먼지'에 나오는 것인데, 내용과 어우러진 사은품(실물 복권)은 읽는 즐거움을 한층 올려주었다. 50년 전 이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말하며 소녀 같이 들뜬 할머니는 무척 귀엽고, 보청기를 끼고 할머니의 일을 돕는 무던한 성정의 손녀는 꼭 애어른 같았다.


나는 책 속의 무언가를 사은품으로 구현하는 데 흥미가 많은데, 우주 복권에 당첨된 할머니 이야기 속에 실물 '우주 복권'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으니 순수하게 독자 입장으로 돌아가 괜히 즐거웠다. 어른인 나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어린이들은 이런 부분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의 고민이, 어떤 어린이에게는 즐거운 독서 경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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