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정현주 지음 / 예경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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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정현주 지음, 도서출판 예경, 초판 2쇄 발행: 2016년 5월 20일, 246p

 

 

 

 

<거기, 우리가 있었다>와 <그래도, 사랑> <다시, 사랑> 등 감성적인 에세이로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린 방송작가 정현주의 또 다른 저서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는 '한국의 피카소'라는 애정어린 별명으로 불리우는 화가 김환기와 그의 아내인 김향안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세이다. 김향안의 본명은 본디 변동림으로, 그녀는 소설 '날개'와 시 '오감도'로 유명한 이상의 전처이기도 하다.

 

 

 

1937년 4월 17일, '멜론이 먹고 싶소'라는 상의 말에 나는 철없이 천필옥에 멜론을 사러 나갔다.
안 나갔으면 상은 몇 마디 더 낱말을 중얼거렸을지도 모르는데.
멜론을 들고 와 깎아서 대접했지만 상은 받아넘기지 못했다.
향취가 좋다고 미소짓는 듯 표정이 한 번 더 움직였을 뿐 눈은 감겨진 채로.

나는 다시 손을 잡고 가끔 눈을 크게 뜨는 것을 지켜보고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수필 <월하의 마음>, 변동림 회상

 

 

이상과 사별한 후 변동림은 7년 후 자녀가 셋 있는 화가 김환기와 사랑에 빠져 함께 살게 된다. 변동림의 이름이 김향안으로 이 책에 실린 이유는, 당시 부인이 있던 김환기와 사는 것은 본부인을 내쫓는 것이며 아이가 셋 있는 집에 첩으로 들어가는 것을 반대했던 가족들과 계속해서 부딪히자 가문과 인연을 끊겠다며 성과 이름을 버리고 남편인 김환기의 성 '김'과 호 '향안'으로 바꿔 지냈기 때문이다.

이렇듯 쉽지 않았던 그들의 시작. 우여곡절은 많았으나 그들은 행복했다. 특히 이 책에서 집중해 다루고 있었던 부분은 그들의 삶의 방식, 사랑의 방식이다. 책에 첫 장에도 강조해 한 페이지를 할애할 만큼 사랑에 대한 정의는 인상적이다.

 

 

사랑이란 지성이다.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이 말을 듣게 되면 '안다'라는 뜻의 지성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는 '사랑 = 지성' 이라는 정의는, 보다 상대를 이해하고 폭넓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 이야기이다.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서로와 공감하고 통하며 상대를 확대시켜줄 수 있는 세계가 있다면 매력적이지 않을까.

나는 이 정의(사랑이란 지성이다)를 가지고 책 한 권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이 지성이라는 것이 남편과 아내가 이야기할 때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지성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똑똑하다, 다시 말해 소위 '섹시하다'라고 느껴지는 정보들이 나에게 들어올 때도 감화가 되지만 이 사람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해줬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있지 않나 싶었다.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되었을 때 느껴지는 상대의 소중함. 이 공간은 그(혹은 그녀)만이 채워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더 특별해지는 느낌. 애틋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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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주 작가의 특유 문체와 롱디(아주 먼 거리에서 떨어져 사는) 부부의 스토리가 어우러지며 어찌 보면 사랑이라는 것이 아름답게만 느껴질 수 있다. 남편의 꿈을 지지하기 위해, 동시에 자신을 위한 커리어를 동시에 쌓아나가는 아내의 모습. 얼마나 이상적이고 멋지며 아름다운가. 그러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는 내내 한편으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 '현실'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세 아이의 아빠인 김환기는 과연 어떠한 아버지였고, 그 아이들과 새어머니인 향안의 관계는 또 어떠했을까. 외국으로 나간 남편의 공백과 표현하진 않았겠으나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렸을 그녀의 삶. 쓸쓸하게 혼자 마주해야 했던 밥상과 침상을 보며 향안은 어떠한 기분이 들었을까.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혔기에 혈연도 끊고 살아갔던 향안의 마음은 과연 어떠했을까.

 

책에서는 서로 대화하고 존중하며 꿈을 이루어 나가는 데 지지와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아내와 그를 고마워하며 모든 것을 아내와 나누려 했던 남편의 모습이 나오지만, 한 편으로 이런 모습들을 곱씹지 않을 수 없어 책을 읽는 내내 아름다움만 가득한 채 정작 중요한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저자가 집중했던 테마는 너무도 아름답다. 그건 읽을 수록 인정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기저에 깔려 있으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키워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당대와 어우러지며 '과연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라는 경외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생계 유지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서 조금 떨어져 생각해보면 아내 김향안과 남편 김환기 화백의 사랑의 모습이 나에게 깊은 감명을 준 것은 사실이다. 고차원적으로 보았을 때 나는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야 할까, 어떤 엄마가 또 어떤 아내가 되면 좋을까... 라는 질문을 책을 읽으며 계속 하기도 했다. 잔잔한 문체와 따뜻한 그림으로 이러한 질문을 조심스레 던져 주었던 책,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그들의 사랑이야기만으로 그치지 않는, 질문을 던져 주는 에세이여서 책에 대한 인상이 더 깊고 진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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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바라보기
이철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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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바라보기, 이철환, 자음과 모음 출판사, 초판 1쇄 발행일: 2017년 12월 11일, 303페이지

 

어렸을 적 제일 좋아하던 TV 프로그램 중 하나로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 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름 그대로 독서를 장려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져서인지 MC들이 나와 책을 읽는 시민들의 인터뷰도 하고, 해당 도서가 없는 사람에게는 책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故노무현대통령이 영부인과 함께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청년 시절 즐겨읽었던 책 이야기를 하며 국민들의 독서 문화를 장려했던 기억도 난다. 당시에도 책 읽는 걸 좋아해서 아무 책이나 집어들어 읽곤 했던 내게 깊고 넓은 독서의 폭을 알려준 고마운 프로그램이었는데, 이 프로그램 덕분인지 친구든 부모님이든 친척들이든... 그 누구와 책 이야기를 해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던 시기가 바로 이 즈음이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문화는 자연스럽게 학교에도 녹아들어서, 담임선생님 역시도 우리들에게 책 목록을 뽑아 주시며 읽으라고 장려하셨다. 교실 뒷편에는 우리가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책이 주루룩 꽂혀 있었는데, 선생님이 사다 넣어놓으시거나 친구들의 기부로 새로운 책이 들어올 때면 너도 나도 그 책들을 읽으려 순번을 정하고는 했다. 또 선생님은 아침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을 한 편씩 틀어주시곤 하셨다. 이금희 아나운서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드러운 내레이션과 감동적인 일화들을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절로 따뜻해지곤 했다. 이철환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이 즈음 방문한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서였다. 나는 이철환 작가를 <연탄길>이라는 책으로 먼저 알았다. 가난하게 살지언정 마음만은 부자인 사연들을 읽으며 눈물도 흘리고 깊게 감동했던 그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그러나 그 이후 입시 공부에 치여 이철환 작가는 기억에서 점점 잊혀지는 듯 했다. 간혹 <연탄길>이라는 책 제목을 들으면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라 설핏 웃음짓기도 했지만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옛 책을 꺼내 보는 일은 드물었다. 그렇게 10년 정도 지났을까... 당시 한참 마음앓이를 하며 힘들었던 내게 대학 친구가 책 한 권을 선물로 준 적이 있다. 이철환 작가의 <위로>였다. 그 때 친구의 마음씀에 무척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읽는 동안 책 속 이야기가 어지러웠던 마음을 토닥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스물 두 살의 나.

그렇게 나는 이철환 작가를 다시 만났다. 그 안에 쓰여진 편지와 따뜻한 이야기에 위로받았던 나는 아직도 그 책을 내 서재에서 가장 잘 보이는 데 꽂아둔다.

 

 

<마음으로 바라보기>는 <연탄길>, <위로>와 마찬가지로 작가 특유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읽어주는 느낌이 강한데, 우화 한 편을 먼저 이야기한 후 작가가 자신의 삶에 비추었을 때 느껴왔던 (세상, 사람, 나 자신을) '마음으로 바라보는 법 여덟 가지'를 말하고 있다. 처음 나오는 우화는 판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기 판다를 둘 키우는 어미 판다가 있다. 이렇게 셋으로 구성된 단란한 판다 가족.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깔깔 웃기도 하고 데굴데굴 구르며 장난도 치고 나무의 모양을 따라 춤도 추는 일상의 모습이 다채로운 색감으로 페이지마다 퍼져 나온다. 한 장, 한 장씩 이어질 때 그 주인공은 비록 판다이지만 마치 우리네 삶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건 아마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느껴온 부모님의 사랑이 떠올라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더 깊은 감상을 적어보고도 싶지만 개인적으로 이 판다 가족의 일화는 읽는 이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한 스토리를 먼저 이야기해 추후 읽는 독자에게 내 생각이 고스란히 들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이 판다 가족에게는 어떠한 일이 생길까? 어미 판다를 바라보는 다른 동물들의 모습이 과연 다른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읽힐까?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 내 감상을 적어보자면... 나는 사람이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외향적이에요. 저는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그런 건 잘 못해요. 이렇게 우리는 쉽게 자신을 하나의 모습으로 묶어 표현하곤 하지만 가족과 있을 때의 내 모습, 친구들과 있을 때의 내 모습, 연인과 있을 때의 내 모습, 학교에서의 내 모습, 직장에서의 내 모습 .... 그 때 그 때마다 변하는 모습들이 있다. 아기 판다들을 바라 보며 행복해하는 어미 판다의 모습, 상처받아 우는 모습, 외로워하는 모습, 먼 곳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 모습. 이 모든 감정들은 겪어보았기에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위로하지만 그 슬픔에 잠식당하기 두려워하는 모습도, 제3자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슬픔을 보고도 함께 슬퍼하거나 위로를 건네지 않았던 모습도, 나의 자존심을 내세워 그 당시 다른 이를 돌아보지 못했던 모습도 모두 나의 발자취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일면 따뜻하고 일면 차가운 존재이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상처받고 싶지 않기에, 과거의 힘든 상황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기에 가면을 쓰지만 그런 차가운 모습 뒤에 감춰진, 누군가를 대신해 아파주고 싶고 그를 위로하고 싶은 따뜻한 마음이 있다. 과거에 했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것의 소중함을 깨닫고 싶다면, 우리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마음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기 전에, 내 자존심을 내세워 사랑하는 사람을 상처주기 전에,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 더 깊은 곳으로 침잠하기 전에.

이 방법들을 내 삶에 적용한다고 하루 아침에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나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일순간에 나 자신이 변하리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고, 편견없이 진심으로 다가가고, 동시에 나를 사랑하고 정성껏 돌보는 하루하루가 쌓인다면 나는 이전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후회 없이 사랑하고 나 자신을 깎아내리지 않으면서도 다른 이를 존중하고 위로하고 감쌀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철환의 <마음으로 바라보기>를 통해 나는 또 한 번 위로받았다. 이 책을 읽는 누군가의 상처 위에도 그의 따뜻한 목소리가 하얀 눈처럼 덮여 포근하기를 바라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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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일주일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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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일주일,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초판 발행일: 2018년 1월 12일(해당 도서는 정식 출간본이 아닌 티저북),
144p(이 역시 티저북이므로 전 페이지가 아님을 밝힙니다)

 

 

 

 

  우선 이 책을 덮으며 들었던 생각은 '더 읽고 싶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정말 어떤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이들 앞에 펼쳐질 것인가.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이제 잘 시간이야"라며 책을 덮어버리는 부모님을 대할 때 느끼는 마음처럼, 아쉽고 아쉬웠다. 이 책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문학동네에서 <그 겨울의 일주일>을 발행하기 전 열었던 티저북 이벤트 덕분이었다. 서평단을 모집하던 글을 보고 응모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고, 운 좋게 당첨되어 이렇게 메이브 빈치라는 작가를 만날 수 있던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메이브 빈치가 실제로 무척 사랑스러운 사람일 것이라 상상했다. 누군가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사람이 여는 티 파티가 있다면, 한 번 참석해보고 싶을만큼 궁금한 사람이라고.

  메이브 빈치를 소개하는 글의 머릿말부터 왜 '아일랜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명시되어 있는지는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느낄 수 있다. 개인적인 감상에 불과하지만, 머릿속에 바다가 확 펼쳐지고 그 앞을 걸으며 사색에 잠겨 있는 한 여자가 자꾸 떠오르는 책이다. 또 각 인물이 오밀조밀 살아가는 모습들이 생생하고, 그들의 얽히고설킨 상황 전개에 점점 눈을 뗄 수 없다. 이는 개개인의 마음을 조금씩 들여다 보는 동시에 상상을 더 하게끔 만드는 작가의 필력 덕분일 것이다.

  메이브 빈치의 <그 겨울의 일주일>을 읽을 때 나는 마치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 머리 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소공녀', 그리고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을 처음 읽었던 어린 시절의 마음이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각 캐릭터의 입체적인 성격과 삶을 대하는 용기 있는 태도는 당시 나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고, 저마다에게 일어나는 각양각색의 스토리가 또 다른 캐릭터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전개 방식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겨울의 일주일>이라는 책 역시 나에게 비슷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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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스토니브리지'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펼쳐 보이며 전개된다. 맨 첫번째 인물은 '치키'. 그녀는 스토니 브리지에서 '월터 스타'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 부모님과 세 남매(캐슬린/메리/브라이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와 함께 뉴욕으로 떠난다.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월터는 그녀를 떠나게 되고, 셀렉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캐시디 여사'의 밑에서 일을 배우며 살아가게 된다. 묵묵하고 성실하게 일하던 중 캐시디 여사의 설득으로 가족이 있는 스토니브리지로 돌아가게 된 치키는 '미스 퀴니'라는 조력자의 도움을 얻게 되면서 스톤하우스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지을 계획을 짜 나가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게스트하우스의 장소를 제공한 미스 퀴니,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SNS와 컴퓨터를 이용한 체계적인 경영 방식에 도움을 주는 큰조카 '올라', 밭을 일구거나 담장을 쌓고 물건을 나르는 등 게스트하우스의 지배인 역할을 할 '리거'와 함께 고양이 글로리아를 키우며 살아가게 될 그녀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꾸며질 것인가?

 

 

  두 번째로 소개할 인물들은 눌라와 그의 아들 리거. 눌라는 치키와 마찬가지로 스토니브리지에서 '앤드루'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그가 떠나버린 이후 본인이 임신했음을 알고 일해주던 곳의 주인인 '시디 자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그녀들의 도움으로 더블린으로 거처를 옮긴 그녀는 아들인 '리거'를 낳는다. 가족들에게는 말하지 못했던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블린에 살고 있는 오빠 '네이시'에게만은 털어놓으며 의지하게 되고 잘 살아가는듯 했으나, 점점 비뚤어지는 리거의 삶에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고만 있는다. 결국 범죄를 저지르고 눌라와 네이시에 의해 스토니브리지로 거처를 옮기고 마는 리거. 눌라는 그때부터 삶에 대한 의지를 잃는다. '아들이 이렇게 잘못된 길로 간 것은 다 아이를 제대로 기르지 못한 나의 탓이야.' 그녀는 그 죄책감과 상실감으로 하루하루 시들어간다.
  그러나 리거는 열심히 스토니브리지에서 치키를 도와 일하며 점점 바뀌어 나간다. 열심히 일하며 치키와 스톤하우스 게스트하우스의 지배인이 될 앞날을 기대하며 성실한 모습으로 탈바꿈해가는 그. 아내인 카멀과 결혼하여 스톤카티지라는 보금자리를 꾸며 나가는 그의 모습은 자못 진지하다. 그러나 범죄를 저지르고 스토니브리지로 오던 그 날 이후 자신을 만나러 단 한 번도 오지 않는 어머니 눌라를 걱정하며 마음은 점점 시들어만 간다. 그러나 열심히 살고 있는 리거와 카멀의 모습을 바라보는 눌라의 마음에도 점차 변화가 찾아오게 되는데...

 

   세 번째로 소개할 인물은 치키의 큰조카이자 치키의 언니 캐슬린의 딸 올라. 친구인 브리짓 오하라와 함께 스토니브리지에서 떠나 일하게 되지만, 정작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확신은 가지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 학교 다닐 때의 선생님 '데일리'의 삶의 방식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이 있다. 자유분방하고 솔직하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결단하는 것이 빠른 데일리와 계속 연락하면서 스토니브리지에서 치키를 도와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점차 마음에 들어하는 그녀지만, 1년이라는 시간 유예를 둔 채 짐짓 그 일에서 언제든 손 뗄 수 있다는 모습으로 자신의 본심을 감추는 올라. 과연 그녀가 앞으로 치키와 꾸려나갈 스톤하우스는 과연 어떤 모습일 것인가? 그녀는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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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겨울의 일주일>은 얼핏 보면 평범하고 흔해 보이는 인물들의 삶에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는 책이다. "누구의 삶도 평범하지 않아요. 우리는 모두 운명과 이겨내야 할 결점을 지닌 주인공들이에요." 메이브 빈치가 인터뷰에서 직접 한 말이다.
  그렇다. 누군가가 보기에 우리네의 삶은 일면 비슷하고 또 그런 비슷한 삶 속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고만고만한 인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그 누구의 고민 하나도, 인생의 하루 혹은 한 시간도 가볍지 않다. 저마다가 '나'라는 책의 매 페이지를 성실하게 적어내려가고 있다. 하루, 일주일, 한 달이 고만고만하게 느껴지는 누군가라면 나는 이 책을 추천하겠다. 실은 모두가 제 삶의 주인공이며 그 삶을 책임감있게 꾸려나가는 저 인물들의 삶 속에서 또 한 번의 용기를 얻고 나아가라고 말이다.

 

 

 

 

 

 

 

* 작가인 메이브 빈치(Maeve Binchy)
  아일랜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이자 극작가. 칼넘니스트. 메이브 빈치의 작품은 위트 넘치는 이야기, 생생한 캐릭터, 인간 본성에 대한 관심과 애정, 독자의 허를 찌르는 결말 등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작품은 40여 개국에서 번역 및 출간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4천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1940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아이리시 타임스>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 1982년 첫 소설 『페니 캔들을 밝혀라』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친구의 범위』『타라 로드』『프랭키 돌보기』등 발표하는 소설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큰 사랑을 받았다. '브리티시 북 어워드 평생 공로상' '아이리시 펜/A.T. 크로스 상' '밥 휴즈 평생 공로상' '아이리시 북 어워드 평생 공로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2012년 7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자, 당시 아일랜드 총리였던 엔다 케니는 "아일랜드의 보물이 떠났다"며 국민을 대표해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고, 아일랜드는 물론 영국,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아일랜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의 죽음"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그 겨울의 일주일』은 메이브 빈치의 마지막 작품으로, 사후에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아이리시 북 어워드'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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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안드라 왓킨스 지음, 신승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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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안드라 왓킨스 지음, 신승미 옮김, 글담출판사, 초판 1쇄 발행: 2017.11.20 , 375page

 

 

안드라 왓킨스의 <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은 2015년 1월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그해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문학 작품을 저술한 작가에게 수여하는 '내셔널 북 어워드' 후보작으로 선정된 책이다. 저자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아버지와의 여행 과정을 공개하면서 미국 언론과 글로벌 독자들에게 격렬한 찬사와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이 책은, <Not Without My Father> 라는 원제로 대중에게 공개 되었다.

 

 

 

<Not Without My Father>, One Woman's 444-Mile Walk of the Natchez T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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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라 왓킨스의 책, <Not Without My Father>를 소개 하는 글 / 발췌

Can an epic adventure succeed without a hero?

Andra Watkins needs a wingman to help her become the first living person

to walk the historic 444-mile Natchez Trace as the pioneers did.

Fifteen miles of rugged highway each day for thirty-four days.


After striking-out with everyone in her life, she settles upon her disinterested eighty-year-old father.

And his gas. The sleep apnea machine and self-scratching.

Sharing a bathroom with a man whose gut obliterates his aim.

Her father is every grown child’s nightmare of embarrassing behavior.

They’ve never gotten along.


As Watkins trudges America's forgotten highway, she loses herself in despair and pain.

Her tenuous connection to her father unravels in a series of epic misunderstandings.

Will they finish the trip and turn ‘I wish I had’ into ‘I’m glad I did?’

Or will they kill each other?


Not Without My Father: One Woman’s 444-Mile Walk of the Natchez Trace is a New York Times

best selling memoir for everyone who suffers from shattered dreams

and dysfunctional relationships.

If you like Cheryl Strayed, Bill Bryson, or Elizabeth Gilbert,

you’ll love this humorous, heartbreaking memoir

from New York Times best selling author Andra Watkins.


- (빈약한 번역)


영웅없이 모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안드라 왓킨스(Andra Watkins)는 개척자들이 그랬듯

역사적인 나체즈 길-무려 444 마일이나 되는-을 걸을 수 있게 도와줄 조력자가 필요합니다.

34일간 울퉁불퉁한 고속도로를 매일 15마일씩 걸을 거거든요.

모진 인생의 풍파를 겪은 후, 무관심한 80세의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그녀.

아가는 데 있어 더는 어떠한 목표도 없는 것 같은 아버지, 수

면 무호흡증 기계, 코골이를 견뎌야 하는데다 화장실까지 나눠써야 하는 상황.

아버지의 당혹스러운 행동은 그녀에게 악몽과도 같습니다. 

도저히 사이가 좋아질 기미가 없는 상황.

사람들에게 잊혀진 옛 도로를 걸어가며 안드라는 절망과 고통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릴 듯 위태롭지만,

아버지와 함께 하며 그간의 오해가 점차 풀리는데요.

여행을 끝내고 난 이후 그들의 '내가 원했던가?' 싶었던 마음이 '해내서 기쁘다!'로 바뀌게 될까요,

아니면 서로를 엄청나게 미워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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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한 줄 모르고 당연히 여기며 살아간다.

소중한 가족과 추억을 만들어야 하는 순간에도
다음이라는 말로 미루기 일쑤다.
그러나 다음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삶이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버리기 때문이다.

<책 여는 말 중에서>, 안드라

 

 

 

안드라 왓킨스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소중한 사람을 붙들라고, "그걸 못 한 게 한이 돼요." 라는 말을 "같이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라는 말로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지금 당장 이 순간에 치이듯 살며,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훗날의 어느 순간으로 미뤄버린다. 그러나 그 훗날이 올까. 안드라는 반문한다.

 


내 마흔네 번째 생일 전 주의 일이었다. 아빠의 어깨가 내 눈앞에서 축 쳐졌다. 나는 아빠가 내슈빌까지 버티지 못할까 봐 걱정됐다. 아빠가 다음 날 아침에 과연 잠에서 깨아날 수 있을지 혹은 그날 오후에 중풍으로 쓰러져버리지나 않을지 불안했다. 아빠는 설탕이 든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었고 내가 몸을 움직이게 할 때마다 불평을 늘어놨다. 그러나 엄마한테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엄마는 다 알았다. 우리는 죽어가는 아빠를 보고 있었다.
나는 걱정을 떨쳐내고 엄마의 괴로운 생각을 중단시키려고 몸을 쭉쭉 펴며 스트레칭을 했다. 아무리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날마다 조금씩 죽어간다. / 부모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 209page

 

 

안드라의 아버지는 맹장이 터진 이후 급속도로 노쇠하여 볼일을 가리는 것도 힘든 상황. 계단 오르는 것이 힘겨워 안드라와 다닐 때조차 1층에서 숙박하기를 고집하기도 한다. 그런 아버지를 안드라는 게으른 것이며 고집스러운 아버지의 성격 탓이라고 판단하고 말아버리지만, 하루하루 힘들게 걷는 여정이 계속되고 온몸이 심하게 아파오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아, 아버지는 이렇게 힘든 몸으로 걸어다니시는 걸까.' 이전에는 본인이 젊고 건강해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늙음'과 '노쇠함'에 관하여 안드라는 다시 돌아본다. "우리는 죽어가는 아빠를 보고 있었다."

 

 

수없이 생겼다 가라앉고 또다시 생기는 겹겹의 물집이 이기적인 동기를 덮어버렸다. 내가 걷는 목적은 단순히 책 때문이 아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나는 늙어가는 부모와 함께하는 모험의 가치를 결코 몰랐다. 문명은 역사의 실수를 되풀이한다. 마찬가지로 가족은 불화를 대대손손 답습한다. 714킬로미터를 혼자 걷는 도보 여행은 허황된 기대들을 벗겨냈고 나를 엄마와 아빠에게 밀접하게 결합시켰다. 우리는 과거의 자리에서 벗어나 역사를 다시 쓰게 되리라. / 언젠가는 이 순간을 그리워할 것을 알기에, 307page

 

 

처음 미시시피주 나체즈부터 테네시주 내슈빌까지 이어지는 나체즈 트레이스 파크웨이, 444마일(=714킬로미터)을 아버지와 함께 걷기로 결심한 것이 그녀가 책을 쓰게 된 동기이다. 그녀의 초심은 처녀작 발표를 앞두고, 1만 년의 역사를 지닌 길을 조상들과 똑같이 걷는 살아있는 최초의 사람이 되는 동시에 본인의 소설의 주인공이자 저 유명한 루이스와 클라크 탐험대의 한 축인 탐험가 메리웨더 루이스를 재현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길을 계속해서 걸으며, 그녀의 생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하는 이 순간순간이, 되돌아 오지 않을 선물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내 마음은 5주 동안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 아무도 지울 수 없는 추억으로 밝게 빛났다. 한 시간 한 시간이 지나 하루가 되고 하루하루가 지나 일주일이 되는 과정의 모든 순간에 기쁨에 대한 교훈이 담겨 있었다. 나는 부모님의 관 앞에 서서 "우리가 그걸 같이 못 한 게 한이 돼요"라는 말을 중얼거릴 일이 없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뒤늦은 후회는 아무 소용없다. 못해서 한이 될 일을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삶에 구멍이 사라지고 빛을 발한다. 속에 담아둔 소원을 끄집어내 이루며 후회 없이 사는 게 진정한 삶이다. / 못해서 한이 될 일은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360~361page

 

 

 

결국 그녀는 모든 코스(?)를 완주한다. 도보 여행을 시작하는 처음, 완주할 용기도 배짱도 없어 모두 앞에 약속하고 떠나겠다는 명목 하에 홈페이지에 본인의 여정을 알렸던 그녀였지만, 결국 용감하게 모든 여정을 마무리하고 축하를 받으며 기뻐한다.
그러나 떠들썩한 자리도 끝나고, 가족들과 3킬로미터 뒤에 있는 커다란 돌 표지판으로 돌아가 나체즈 길과 작별할 준비를 다시 하는 안드라.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모든 모험을 마무리 하는 자리에서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누군가 우리를 기억하는 한 우리는 영원히 사는 것이니까."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의 기억에서 영원히 살기도 하고, 또 영원히 죽기도 한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무관심과 서로에 대한 비난으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 쉬운 요즘 시대.


나 역시 다음으로 미루기 일쑤인 그렇고 그런 사람 중 하나였지만 지금부터라도 안드라 왓킨스가 던지는 사랑의 메시지를 떠올리며, 장장 몇 주 간에 걸친 그녀와 같은 모험은 아닐지라도 당장 오늘부터 아빠 엄마를 꼭 안아드릴 1분의 시간을 내보기로 했다.
'다음은 영원히 오지 않으며, 예측할 수 없는 삶이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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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8 (10주년 특집판)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8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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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8-황금 개의 해,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 김난도,전미영,이향은,이준영,김서영,최지혜,이수진,서유현 저

/ 미래의 창 출판사 / 초판 1쇄 발행일: 2017.10.27 / 487page

 

 

 

김난도 저자의 <트렌드 코리아 2018>이 발행된 지 한 달 여의 시간이 흘렀다. 올해는 이 책이 발행된지 10년째를 맞이하는 해이자, 트렌드 코리아를 발행할 때 책에서 대표로 내세우는 12간지의 동물들이 모두 한 번씩은 나온 기념비적인 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에서는 지난 10년 동안의 트렌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트렌드 코리아 2007-2018’을 표로 만들어 책 사이에 간지로 삽입하기도(32, 33페이지 사이) 하고, 지난 12년간의 키워드를 정리하여 그로부터 대한민국의 최근 10년 간의 메가트렌드를 분석하는 특집 원고를 준비하기도 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메가트렌드라는 스펠링의 각 두운을 잡아 M부터 D에 이르기까지 9개의 주제로 원고를 써 나갔다는 것.

 

 

 

 

 

최근 있었던 책의 저자 전미영 교수의 강의를 다녀온 데다 책을 읽기까지 하니 책의 내용이 내 머릿속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다... 와 같은 내용을 쓰고 싶고, 쓴다면 무척 이상적인 독자임에 다름 없겠지만 실은 키워드의 나열인 이 책이 내게 주는 건 그 내용을 달달달 외우고 정리하는 치밀함이 아니라, ‘아 이런 것들이 나를 스쳐지나갔었지’ 혹은 ‘맞아 이건 내 얘기야’ 혹은 ‘이건 나랑은 맞지 않지만 내 친구들은 그렇다고 했었지 참 ...’ 의 나열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트렌드 코리아 2018의 저자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독자는 아닐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도 별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 꽤 괜찮은 독자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을 해본다. 그리고 책이 불러일으키는 이러한 공감대는, 트렌더스날을 포함한 많은 조사와 연구를 통해 나온 치밀함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트렌드센터는 2004년에 조직된 그룹으로, 2007년부터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발간하기 시작했으며 그 이전 2년 간은 신문에 원고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12간지를 내세워 각 원고 혹은 책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매번 짜 왔고, 다음해인 2018년은 무술년 개띠이므로 ‘황금 개의 해’로 칭하기로 정했으며 관련 키워드로 ‘WAG THE DOGS’를 정하였다고 한다.
(상식 하나. 우리 나라의 오방색인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 흰색, 검정색 이 다섯 가지의 색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두 글자씩과 맞닿아 있으며 올해는 무술년이므로 ‘무, 기’라는 두 글자가 노란색을 상징하는 글자임에 노란색 개-좋게 칭하여 황금 개, 로 설정했다.)

 

 

 

 

 


‘WAG THE DOGS’ 이 말인 즉슨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의미로 보통은 금융과 관련한 곳에서 쓰던 숙어였지만, 근래 들어 대형회사가 시장이나 소비자에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하는 소규모 회사를 견제하는 흐름을 보이는 요즘의 추세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키워드로 잡았다는 부연이 이어졌다.

 

 

트렌드는 갑자기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2017년 키워드부터 나열해보겠다는 전미영 교수. 2017년은 리뉴얼 제품 / B군 제품의 프리미엄화 / VR+AR서비스 / K뱅크와 카카오뱅크 / 인형뽑기-탕진잼 / 택시운전사(영화) / 푸드트럭 / 홈트레이닝 / 횡단보도 그늘막 / 힐링 예능 등이 두드러지는 해였다.

2018년은 수출은 많지만 내수경제는 어려움이 계속되는 해로,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나 희망이 사라진 해라는 이야기를 하며 내년은 소비자들이 실제 느끼는 경제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미영 교수. 기대감이 사라지기에 지갑은 열리지 않고, 내수경제는 점차 어려워져만 가고.

 

 

 

 


<소확행 / 작지만 확실한 행복>

그래서 등장한 것이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지었다는 이 단어, 소확행은 (작가 입장에서) 아침에 침대에 폴짝 뛰어 올라와 발을 간지럽히는 고양이의 촉감, 옷장을 열었는데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옷가지들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섬유유연제의 향, 갓구운 빵에서 나는 향기와 살짝 집어 조금씩 뜯어먹을 때 손끝에 느껴지는 온기 같은 것이라고 한다.

덴마크, 스웨덴, 일본 등 잘 사는 나라의 소소한 행복들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많은데 휘게, 오캄, 라곰 등이 그러한 단어라 한다. 전미영 교수는 요즘 유행하는 미슐랭가이드/별따기와 파나소닉의 91번째 평소 프리미엄-일상을 담은 냉장고 광고, 한화의 워터파크 광고-대야에 발담그기 같은 자료들을 보여주었다. 더불어 예전에는 ‘소비와 행복은 반비례’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이제는 ‘소비와 행복의 궁극적 목적은 <관계>와 맞닿아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일본의 개인화 정서를 담은 Half birthday를 이야기했다.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하다>

2017년에는 샤오미나 빽다방 커피처럼 가격대비 가성비가 괜찮은 제품들(가성비 1.0)이 유행하는 것에서, 가격은 비싸지만 만족감을 주는 다이슨 무선청소기 같은 제품(가성비 2.0)이 유행했다.

2018년에는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한 제품(가성비 3.0)이 유행하면서 가격과 심리적 효용, 혜택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에 주력하는 상품들의 등장이 예견됐다. 강의에서는 ‘성능은 객관적이지 않고,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객관적이지 않음’을 이야기하며 약 개발을 할 때 플라세보 효과로 낫는 것과 비교했을 때 실제 효능이 더 좋은 의약제품을 개발하는 이야기를 함께 해주었다. (+뷰코셋 바이오)

 

 

<워라밸, Work-Life-Balance>
“부장님 이상은 소득 만불 이하의 후진국, 부장님 미만은 소득 3만불 이상의 선진국 시대인데 어떻게 부장님과 사원의 성장 배경이 같다고 할 수 있겠어요.”

전미영 교수의 웃픈 농담이 이어지며 삶의 가치관과 성장 환경이 그만큼 다른 서로의 삶의 운용 방식을 존중해야지 않겠냐는 워라밸과 관련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사장껌과 부장껌이라는 아이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언택트 기술>
사람이 대면하여 서비스하던 컨택트 방식에서 기계가 서비스하는 형태로 변경됨을 의미하는 언택트 기술. 로봇이 서비스 하는 일본의 ‘이상한 호텔(호텔 이름이 정말 이렇다 한다)’ 이나 개인적으로도 무릎을 탁 치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이니스프리의 장바구니(혼자볼게요/도움이 필요해요)의 예시가 나왔는데, 전미영 교수는 2018 키오스크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일자리가 감축 혹은 축소되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고객의 마음에 집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고객에게 직접 컨택하지 않는다면 고객을 어떻게 케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하며 단순한 것은 기계에게 맡기고 개별 서비스를 더욱 전문화해야한다는 메시지를 전달. [contact의 방법 모색 / contact과 uncontact할 지점을 선별하라]


<나만의 캐렌시아>
투우 경기 시 소가 오롯이 혼자만 쉴 수 있는 공간을 캐렌시아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에 자신만의 캐렌시아를 꿈꾼다. 그것이 행동이든 장소든 공간이든, 바쁘게 살아가는 이 시대엔 개인만의 숨고르기가 필요한 것이라고.
집 전체 가구비를 다 합쳐도 침실 내부 가구비보다 저렴하다는 이야기는 생각해볼 바가 많았던 부분이었다.


<SaaS(software as a service)-> EaaS>
어도비나 클라우드 서비스가 판매 대신 대여의 형태를 띠는 것으로 변화하는 추세. 개인적으로 인공지능 스피커 예시는 충격적이었다. 스피커가 선이냐, 스트리밍 프로그램이 선이냐. 주객전도의 이야기. 그리고 플랫폼을 누가 쥐게 될 것이냐.

 

 

<cutocracy>

귀여운 게 짱이야. 매력과 자본의 연결고리.
매력의 보상.
나를 좋아해줄 것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심리.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스마트폰. 구닥 어플.


<meaning out>
개인의 적극성. 표현해서 나를 알린다!
개인의 취향을, 그룹으로 다시 묶어주는 해시태그.

오늘의 패션. 오늘은 과연 검.스를 신어도 좋은 날씨인가? 궁금하다면 해시태그로!

 
<Gig-relationship Alt-family>
우리 관계가 Gig해지고 있다. 상황별 친구설정.
스터디 밥터디 영화친구 술자리친구 ...

이 관계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관계에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한 세대.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가 재구성된다.

 

 

<자기밀도 / 자존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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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부분.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는 집단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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