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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일주일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평점 :

그 겨울의 일주일,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초판 발행일: 2018년 1월 12일(해당 도서는 정식 출간본이 아닌 티저북),
144p(이 역시 티저북이므로 전 페이지가 아님을 밝힙니다)
우선 이 책을 덮으며 들었던 생각은 '더 읽고 싶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정말 어떤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이들 앞에 펼쳐질 것인가.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이제 잘 시간이야"라며 책을 덮어버리는 부모님을 대할 때 느끼는 마음처럼, 아쉽고 아쉬웠다. 이 책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문학동네에서 <그 겨울의 일주일>을 발행하기 전 열었던 티저북 이벤트 덕분이었다. 서평단을 모집하던 글을 보고 응모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고, 운 좋게 당첨되어 이렇게 메이브 빈치라는 작가를 만날 수 있던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메이브 빈치가 실제로 무척 사랑스러운 사람일 것이라 상상했다. 누군가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사람이 여는 티 파티가 있다면, 한 번 참석해보고 싶을만큼 궁금한 사람이라고.
메이브 빈치를 소개하는 글의 머릿말부터 왜 '아일랜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명시되어 있는지는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느낄 수 있다. 개인적인 감상에 불과하지만, 머릿속에 바다가 확 펼쳐지고 그 앞을 걸으며 사색에 잠겨 있는 한 여자가 자꾸 떠오르는 책이다. 또 각 인물이 오밀조밀 살아가는 모습들이 생생하고, 그들의 얽히고설킨 상황 전개에 점점 눈을 뗄 수 없다. 이는 개개인의 마음을 조금씩 들여다 보는 동시에 상상을 더 하게끔 만드는 작가의 필력 덕분일 것이다.
메이브 빈치의 <그 겨울의 일주일>을 읽을 때 나는 마치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 머리 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소공녀', 그리고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을 처음 읽었던 어린 시절의 마음이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각 캐릭터의 입체적인 성격과 삶을 대하는 용기 있는 태도는 당시 나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고, 저마다에게 일어나는 각양각색의 스토리가 또 다른 캐릭터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전개 방식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겨울의 일주일>이라는 책 역시 나에게 비슷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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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스토니브리지'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펼쳐 보이며 전개된다. 맨 첫번째 인물은 '치키'. 그녀는 스토니 브리지에서 '월터 스타'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 부모님과 세 남매(캐슬린/메리/브라이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와 함께 뉴욕으로 떠난다.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월터는 그녀를 떠나게 되고, 셀렉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캐시디 여사'의 밑에서 일을 배우며 살아가게 된다. 묵묵하고 성실하게 일하던 중 캐시디 여사의 설득으로 가족이 있는 스토니브리지로 돌아가게 된 치키는 '미스 퀴니'라는 조력자의 도움을 얻게 되면서 스톤하우스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지을 계획을 짜 나가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게스트하우스의 장소를 제공한 미스 퀴니,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SNS와 컴퓨터를 이용한 체계적인 경영 방식에 도움을 주는 큰조카 '올라', 밭을 일구거나 담장을 쌓고 물건을 나르는 등 게스트하우스의 지배인 역할을 할 '리거'와 함께 고양이 글로리아를 키우며 살아가게 될 그녀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꾸며질 것인가?
두 번째로 소개할 인물들은 눌라와 그의 아들 리거. 눌라는 치키와 마찬가지로 스토니브리지에서 '앤드루'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그가 떠나버린 이후 본인이 임신했음을 알고 일해주던 곳의 주인인 '시디 자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그녀들의 도움으로 더블린으로 거처를 옮긴 그녀는 아들인 '리거'를 낳는다. 가족들에게는 말하지 못했던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블린에 살고 있는 오빠 '네이시'에게만은 털어놓으며 의지하게 되고 잘 살아가는듯 했으나, 점점 비뚤어지는 리거의 삶에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고만 있는다. 결국 범죄를 저지르고 눌라와 네이시에 의해 스토니브리지로 거처를 옮기고 마는 리거. 눌라는 그때부터 삶에 대한 의지를 잃는다. '아들이 이렇게 잘못된 길로 간 것은 다 아이를 제대로 기르지 못한 나의 탓이야.' 그녀는 그 죄책감과 상실감으로 하루하루 시들어간다.
그러나 리거는 열심히 스토니브리지에서 치키를 도와 일하며 점점 바뀌어 나간다. 열심히 일하며 치키와 스톤하우스 게스트하우스의 지배인이 될 앞날을 기대하며 성실한 모습으로 탈바꿈해가는 그. 아내인 카멀과 결혼하여 스톤카티지라는 보금자리를 꾸며 나가는 그의 모습은 자못 진지하다. 그러나 범죄를 저지르고 스토니브리지로 오던 그 날 이후 자신을 만나러 단 한 번도 오지 않는 어머니 눌라를 걱정하며 마음은 점점 시들어만 간다. 그러나 열심히 살고 있는 리거와 카멀의 모습을 바라보는 눌라의 마음에도 점차 변화가 찾아오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