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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티마을 봄이네 집 ㅣ 작은도서관 3
이금이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10월
평점 :
주말 내내 고향의 품처럼 넉넉한 밤티마을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어른만큼이나 의연하고 마음씀이 넓은, 애어른같은 큰돌이를 만나고(솔직히 너무 착하고 착한 캐릭터이다), 똑 그 나이 또래에 겪을 수 있는 마음 고생을 고스란히 껴안고 사는 귀여운 새침떼기, 영미도 만나고 막둥이 봄이도 만났다. 어릴 적 열병을 앓은 탓에 말을 못하게 된 할아버지의 끈끈한 가족애도 진하게 느껴보고, 고주망태에서 일 잘하는 목수로 변신한 아버지도 만나고, 뿔뿔이 흩어져 모래알처럼 위태했던 가족을 하나로 모아주고 엮어내어 마침내 튼실한 가정을 일구어준 팥쥐엄마도 만났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행복한 미래에 박수를 보내는 한 사람의 독자로 돌아왔다.
밤티마을 봄이네 집은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과 영미네 집에서 다시 이어진 연작물의 마지막편에 해당한다. 그래서일까. 전편들보다 더욱 강하게 마지막을 해피엔딩으로 장식하고 있는 느낌... 동화라서일까. 동화는 그래야하는걸까. 약간의 의문을 품게 되는 부분이 바로 결말이었다. 동화니까 어린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어야하니까 무조건 좋게, 행복하게 맺어야할까... 물론, 그래서 마지막장을 덮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져서 슬며시 웃음이 나서 참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 많은 재혼가정이 이러한 결말을 끌어내면서 살아가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진다. 실상은 더욱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는데 이렇게 덮어버려도 될까... 허긴, 그런 문제들을 살펴보려면 사회과학이론서나 상담심리자료집을 읽어도 될 것이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말 못하는 할아버지가 뒷방노인네 신세로 지내다가 가정의 중심으로 서게 되는 것 또한 그러하다. 현재 많은 어르신들이 가족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그러나,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딱히 답할 말은 없다. 아무튼 밤티마을 봄이네 집을 덮으면서 그런 두 가지 사회현실적인 문제가 상충되면서 찜찜한 구석을 남겼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또 다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티마을 봄이네 집>은 가족구성원간의 모든 문제가 해소되고, 행복한 결말로 치닫는 완결편으로서 독자에게 뿌듯한 행복감을, 따스한 가족애를 느끼게 해준다. 가족의 문제를 가족애로서 단단히 풀어나가는 밤티마을 큰돌이네, 영미네, 봄이네 식구들이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고맙다. 어쩌면 가족해체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을테니까...
참 행복한 밤티마을. 그래서 더 정겹게 느껴지는 밤티마을로의 여행을 잘 마쳐주신 이금이선생님과 양상용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