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 일기 책읽는 가족 48
오미경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그림에서 장마철의 우중충함을 막 벗어던지려는 상큼함이 느껴졌다. 아래쪽에 보여지는 세 명의 소녀들. ‘교환일기‘가 어떤 식으로 끌려갈지 짐작케하는 표지였다.

<교환일기>는 일기를 매개로 하여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세 명의 소녀가 허물을 벗고 성장해가는 내용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세 명의 소녀는 매우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있기는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어쩌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녀일 수도 있다.

경제위기로 가정해체를 경험하고, 철저하게 가면을 쓴 채 일탈행위(도벽)를 통해 사춘기 특유의 반항기를 표현하려는 강희와 일찌감치 소녀가장이 되었지만, 어릴 적부터 따스한 가족으로부터 배워온 온정으로 의젓하게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민주, 그리고 철부지 철딱서니로 그려진 유나까지. 책을 읽어가는 내내 세 명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음이 이 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졌다. 또한, 군데군데 서정적인 묘사를 통해 아이들의 심적상태를 표현하고 있으며, 짧고 간결한 문장을 통해 사건을 빠르게 전개시켜감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이 책에 스스로 빠져들게 하는 묘미가 있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들어간 비유와 표현들은 작가가 이 책을 써내는데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처음부터 곤충을 유난히 좋아하는 해찬이를 등장시킴으로써, 누에를 자연스럽게 끌어내고, 강희가 누에의 허물벗기를 관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놓은 설정도 절묘했다. 어렵게 허물을 벗는 누에를 통해 부모의 사랑과 스스로 뒤집어 쓰고 있는 허물의 깊이를 절감하게 했으니 말이다. 다만, 너무나 면밀하게 계획하여 도둑이 든 것처럼 위장하여 돼지저금통을 훔친 행동은 꼭 필요한 설정이었다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행위였으므로, 이에 대한 작은 아빠의 훈계라든지 처벌이 있었어야 한다고 본다. 만약, 강희가 우발적으로 텅 빈 집에 혼자 있다가 돼지 저금통을 슬쩍 가져간 정도라면 몰라도 말이다.

이 책은 세 명의 소녀를 담고 있으면서도 결과적으로 강희와 민주에게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고 있다. 유나는 어쩌면 들러리에 가까운데 특히 후반부로 가면서 유나의 역할은 아예 드러나지 않는다. 세 명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면 세 명에 대해 적절히 분배를 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고, 그것이 어려웠더라도 유나에게도 뭔가 또래,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표현했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민철이의 담임이나 강희의 담임 그리고 강희네 작은 집 식구들 등 주변 인물들이 모두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어 전체적으로 잘 다듬어진 공들여 만든 작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고, 초등 고학년 어린이들에게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무게감 이 이 책에서 느껴졌다. 마지막 장을 덮은 느낌은 참 좋았으며 오래 오래 기억이 되고, 이야기될 수 있는 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좋았던 부분...
46쪽) 교환일기가 자신의 속을 들여다보려는 내시경처럼 느껴졌다. → 적절한 비유
60쪽) ‘하늘나라 편지‘ 라는 동시... 참 좋았다...
77쪽) 강희의 가슴 속엔 날카롭게 다듬은 화살이 수북했다. 그러나 몇 발 쏘아 보지도 못한 채 활을 내려놓아야 했다.
125쪽) 사람은 한쪽에서 위로받았을 때만, 다른 한쪽을 틀 수 있는 여유와 용기가 생기는 모양이다
160쪽) 바다 건너온 태풍이 나무들을 쓰러뜨릴 때 착한 나무인지 나쁜 나무인지는 생각하지 않잖아. 우리에게 나쁜 일이 닥친 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