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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티 마을 영미네 집 ㅣ 작은도서관 2
이금이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9월
평점 :
참 유쾌했다. 등장인물의 성격이 너무나 명쾌하고 뚜렷해서 마치 연속극 한 편을 보는 듯했다. 말이며 행동 하나 하나, 그들의 섬세한 심리 변화까지도 꿰뚫고 있는 작가의 힘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양상용씨의 그림 또한 글에 어울리는 정감을 부여했다. 참 잘 어울리는 글과 그림이었다.
새엄마에 대한 편견은 누구에게나 있다. 비단 옛이야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새엄마라는 사람은 앞에 '새'자가 붙음으로 인해서 기존에 구성되어 있던 가족과는 별개가 되어 버린다. 때문에 새엄마로서의 자리를 당당히 꿰기 위한 새엄마의 노력도 있어야 하고, 새엄마를 가족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받아들이려는 가족들의 노력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말처럼 쉬운 일은 분명 아닐 터이니 말이다.
영미네 집에 들어온 팥쥐엄마는 새엄마로서의 자리를 슬기롭게 잘 만들어가는 인물이다. 뒷방늙은이로 전락했던 할아버지를 집안의 어른으로 일으켜세우고, 술주정뱅이 남편을 일 잘하는 사람으로 바꾸어놓고, 친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큰돌이의 마음을 얻었으며, 새침떼기 영미에게도 큰 버팀목이 되어 주었으니 말이다. 참 좋은 새엄마상. 친절하고 정많은 엄마만큼이나 든든한 새엄마상을 그려주었음이 참 반갑고 좋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정말 그런 새엄마가 몇이나 될까. 의아스럽기도 하다.
아주 작은 사건들이 소소하게 연결되면서 이야기를 극적으로 끌고 가는 것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영미가 돌아오고, 엄마를 싫어하다가, 엄마를 따르게 되고.. 친엄마의 등장으로 한 차례 위기를 겪었다가 다시금 아니, 더욱 친밀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무리없이 엮이면서 재미있다. 그런데, 그러한 힘은 작가, 이금이 선생님의 힘이 아닐가 싶기도 하다. 사실, 영미네 집에서 볼 수 있는 사건들은 매우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것들이다. 급식. 다른 아이의 놀림. 친엄마의 등장. 운동회 등등... 따라서 전혀 새로운 것이 없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문장으로 아이들의 심리를 큰돌이는 큰돌이대로, 영미는 영미대로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이어주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뒤늦게 영미네 집을 읽고, 내일은 봄이네 집을 읽으려 한다.
큰돌이와 영미에게 엄마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힌 팥쥐엄마가 친딸, 봄이를 낳음으로써 또 어떠한 사건과 변화를 겪게 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