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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수프 - 미하엘 엔데 동화전집 2 ㅣ 동화 보물창고 2
미하엘 엔데 지음, 베른하르트 오버딕 그림, 유혜자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8월
평점 :
여덟 편의 단편을 읽고 나서 첫 느낌이 그랬다. 천진함과 심오함의 경계를 교묘히 왔다 갔다한다...
매우 환상적인, 아름다운 동화 한편을 읽은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심오한, 해석하기 어려운 철학책을 읽은 듯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책이 <마법의 수프>였다.
표제작인 '마법의 수프'는 이미 '냄비와 국자전쟁'이라는 동화책을 통해 읽었던 것이었는데, 마법의 수프라는 이름을 달고, 나와있으니 읽는 느낌이 새로웠다. '냄비와 국자전쟁'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마법의 수프는 천상 동화였다. 아이들에게 전쟁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그러면서 해법을 던져주는 깔끔한 결말. 때문에 자칫 식상하게도 보여지는 게 사실이다. 왕자와 공주의 등장도 그랬고..
'내 곰인형이 되어 줄래?'도 구조면에 있어서는 매우 단조로와서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이나, 각각의 동물들이 전해주는 삶에 대한 자세는 단조로움을 뛰어넘는 철학적인 사고의 기반을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내 곰인형이 되어줄래?'는 미하엘 엔데의 색깔이 드러나는 깔끔한 작품이었다.
'헤르만의 비밀여행'은 시간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주는 작품이다. 아침부터 저녁 때 집으로 돌아오기 까지 하루에 있었던 일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헤르만의 엉뚱한 상상력이 작품의 전반에 흐르면서 아인쉬타인이라는 괴팍한 사기꾼을 통해 현실을 깨닫게 하는 절묘함이 재미있었다. 다만, 결말 부분에서 엄마와 아빠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아시는 분? 설명을 듣고플 만큼... 궁금하다.
'나비가 되는 긴 여정 혹은 이상한 교환'과 '주름투성이 필레몬'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등장인물이 의인화된 동물이어서인지 전혀 다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느낌을 남겼다. 등장인물의 구조가 유사한 두 작품이 나란히 배치된 탓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느 무서운 밤'은 한 편의 그림동화책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정말로 주인공 아이가 되어 함께 무서운 밤을 맞이하고 있는 착각. 아이의 심리묘사가 매우 세심하게 드러나있었다. 그림동화로 엮어도 좋을 것 같았다.
'꿈을 먹는 요정'도 그랬다. 그림동화... 꿈먹이라는 설정도 좋거니와, 정말로 악몽을 꾸곤 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듯한데, 이런 이야기를 사실인양 받아들일 수 있는 6-7세 정도 아이를 타킷으로 하여 그림동화책으로 엮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이 매우 환상적이었으면 좋겠고...
'오필리어의 그림자극장'은 그림책을 통해 읽었던 것이었다. 그림책-출판사가 어디였더라?-을 봄서 눈으로 느꼈던 감동을 글자화된 것으로 보니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아무래도 그림책이 우선일 것이다...
책을 덮고, 미하엘 엔데의 기발한 상상력과 그의 심오한 철학에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을 보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