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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숨가쁘게 읽어내렸습니다. 참방거리는 여중생들의 반들반들 닳아빠진 교복 치마에서부터 작은 유진과 엄마가 묵은 콘도에서의 그 밤까지..... 읽으면서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제 머릿속을 드나들었습니다. 게 중에는 어떻게 이런 식으로 전개할 생각을 했을까, 라는 작품의 탄탄한 구조에 대한 감탄과 알알이 엮어있는 수많은 묘사들이 이금이라는 작가에 대한 존경심을 새록새록 다지게 했고요. 한 편으로 제 머리와 가슴을 혼미하게 했던 것은 유진과 유진.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그들의 가족이었습니다.

유진과 유진은 어린 시절, 그 놈에 의해 똑같이 끔찍한 일을 겪습니다. 그리고 십여년이 흐른 지금. 다시 만난 유진과 유진은 너무나 다릅니다. 그들의 다름은 가족 때문이었지요. 저도 아홉 살난 딸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족, 특히 아이들의 엄마들이 보여준 행동들은 제게 큰 울림을 남깁니다. 더불어 청소년상담소장이라는 건우엄마의 몰상식한 행동까지도요.

사회가 어린 영혼들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사회가 아이들을 궁지에 몰아넣더라도 가족들만큼은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편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상처받은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음을.. 그렇게 가족이 해야할 몫이 크고도 중함을 일깨워줍니다. 내가 혹시라도 내 아이를 모질게 대하려할 때 한 번씩 되새겨봐야 할 그런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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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7
한스 페터 리히터 지음,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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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을 덮고 난 느낌은 참혹하다. 나, 라인하르트가 장미덩굴을 경련이 일도록 쥐었던 것처럼... 나도 노란 표지의 책을 쥐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소년, 프리드리히와 라인하르트. 그들은 어릴 적부터 차곡차곡 우정과 이해를 쌓아가지만, 단지 유대인과 독일인이라는 이유로 그들은 결코 가까와질 수 없었다. 무엇이 서로를 끔찍이도 좋아하고, 아끼고, 위해주는 두 아이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몰고 가는가. 다른 방향으로 몰아가는 그것은 과연 올바른 가치관이며 정당한 기준인가.

전쟁에는 이유가 없다. 사랑에 이유가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겨운 이웃으로서 친구로서 인간으로서 친분을 유지하고 있던 프리드리히 가족과 라인하르트 가족의 상황이, 현실이 그저 아프고 또 아프다.

독일인의 유대인 탄압. 그로인해 고통을 받았던 유대인과 독일인이 적절히 매치되면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과연 무엇이 옳은가, 옳은 것은 무엇인가.....

다만, 마무리 부분에서 프리드리히가 나의 가족을 찾아왔을 때, 빵을 먹고, 목욕을 하고, 사진을 찾을 때부터 대피소로 프리드리히가 찾아왔을 때... 프리드리히의 절친한 친구인 나는 과연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그것이 너무나 불분명해서 찜찜한 기운을 남긴다. 그 때 프리드리히가 있었을 때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1인칭 시점에 연대기적인 나열이 사건에 긴박감을 주면서 점점 죄어가는 느낌이 독자로 하여금 프리드리히와 라인하르트의 감정에 최대한 이입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그것이 이 책이 갖고 있는 강점이 될 듯 싶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면서도 끝까지 단숨에 붙잡고 있게하는 그런 힘이 이 책에서 느껴졌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두 군데만 적어보자면...

(96쪽) 노이도르프 선생님이 프리드리히를 전학시키면서 하는 말...
"너희들이 오늘날이나 혹은 미래에, 어떻게든 유대인을 경멸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더라도, 한 가지만은 꼭 기억해라. 유대인들도 인간이라는 것,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110쪽) 이곳을 떠나라고 당부하는 아빠에게 슈나이더가 하는 말...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제 아내와 아들을 받아 주십시오."
슈나이더씨는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로 힘들게 말했다. 아빠는 슈나이더씨의 손을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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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감옥 올 에이지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연휴의 막바지, 잠깐의 여유로움 속에 미하엘 엔데의 <자유의 감옥>을 읽었다. 여덟 편의 단편을 하나 하나 읽어나가면서, 머리 속은 엉클어진 머리카락을 헤집고 있는 것처럼 빳빳해지는 느낌, 날카로와지는 느낌, 삐릿삐릿 피부를 뚫고, 머리끝으로 전기가 들어가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조금 과장하자면 말이다.
미하엘 엔데는 참 똑똑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형체가 불분명한 무엇을 끄집어내어 이토록 선명하게 만들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이토록 선명하게 금을 그어가면서, 사람들을 알듯 말듯 잡힐듯 말듯 그러면서도 분명한 무엇인가를 잡아주는 힘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건축과 예술, 동양과 서양, 심지어 이슬람에까지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정말 그럴싸하게 사람을 속여먹는(!) 탄탄한 구성에 자유롭게 묘사되는 소설적인 상징성까지. 한 편 한 편을 읽어가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긴 여행의 목표'는 집을 잃어버린, 집이라는 의식조차 없는 불우한 소년이 집이 없는 곳에서의 긴 여행을 통해, 자아를 찾고자하는 비뚤어진 의식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보로메오 콜미의 통로'와 '교외의 집' '조금 작지만 괜찮아'는 공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어쩌면 있을 것도 같은 초공간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세 편을 연속으로 읽어나가면서 실제로 이런 공간을 만난 듯한 착각, 이런 공간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어설픈 상상력이 발동하기도 하였다. 더불어 어쩌면 이 세편을 통해 엔데는 공간이 아닌, 인간의 의식세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미스라임의 동굴'은 여덟 편의 단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다. 지하묘지에 갇혀있는 그림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무의식적으로 사회화된 그림자들, 그리고 그 그림자들을 조종하는 배후세력들, 또 배후세력을 조종하는 또 다른 세력들까지 겹쳐지면서, 어쩌면 이 단편에서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건 아닌가, 우리 사회의 단면을 꿰고 있는 것 같다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무언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니는 듯한 현대인들. 그들의 머리 속에 남아있는 무의식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느낌. 그래서 결말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식으로 애매하게 처리하여 독자로 하여금 다시금 생각을 하게 하는, 무게감 있는 단편이었다.
공간 혹은 의식세계에 대한 질문은 '여행가 막스 무토의 비망록'에서도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하얀 도시라는 공간. 그 허무맹랑함이 그저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만 읽혀지지는 않았다. '자유의 감옥' 또한 마찬가지이다. 동양적인 세계관이 적절히 묻어나는 이 단편에서는 인간의 삶에 대해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 마지막으로 '길잡이의 전설'을 읽으면서도 엔데는 여덟 편의 단편을 통해 삶과 죽음. 의식과 무의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작가였나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어찌보면 참 어려운 단편모음집이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을 것 같은 책. 때문에 역자 이병서님은 엔데를 어린이의 마음과 철학자의 지혜를 가진 작가라 칭했을 지도 모르겠다. 난해해서 더 호감이 가는 책. 한 번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세 번쯤은 더 읽고 생각을 해봐야 정리될 것 같은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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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 일기 책읽는 가족 48
오미경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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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에서 장마철의 우중충함을 막 벗어던지려는 상큼함이 느껴졌다. 아래쪽에 보여지는 세 명의 소녀들. ‘교환일기‘가 어떤 식으로 끌려갈지 짐작케하는 표지였다.

<교환일기>는 일기를 매개로 하여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세 명의 소녀가 허물을 벗고 성장해가는 내용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세 명의 소녀는 매우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있기는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어쩌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녀일 수도 있다.

경제위기로 가정해체를 경험하고, 철저하게 가면을 쓴 채 일탈행위(도벽)를 통해 사춘기 특유의 반항기를 표현하려는 강희와 일찌감치 소녀가장이 되었지만, 어릴 적부터 따스한 가족으로부터 배워온 온정으로 의젓하게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민주, 그리고 철부지 철딱서니로 그려진 유나까지. 책을 읽어가는 내내 세 명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음이 이 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졌다. 또한, 군데군데 서정적인 묘사를 통해 아이들의 심적상태를 표현하고 있으며, 짧고 간결한 문장을 통해 사건을 빠르게 전개시켜감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이 책에 스스로 빠져들게 하는 묘미가 있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들어간 비유와 표현들은 작가가 이 책을 써내는데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처음부터 곤충을 유난히 좋아하는 해찬이를 등장시킴으로써, 누에를 자연스럽게 끌어내고, 강희가 누에의 허물벗기를 관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놓은 설정도 절묘했다. 어렵게 허물을 벗는 누에를 통해 부모의 사랑과 스스로 뒤집어 쓰고 있는 허물의 깊이를 절감하게 했으니 말이다. 다만, 너무나 면밀하게 계획하여 도둑이 든 것처럼 위장하여 돼지저금통을 훔친 행동은 꼭 필요한 설정이었다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행위였으므로, 이에 대한 작은 아빠의 훈계라든지 처벌이 있었어야 한다고 본다. 만약, 강희가 우발적으로 텅 빈 집에 혼자 있다가 돼지 저금통을 슬쩍 가져간 정도라면 몰라도 말이다.

이 책은 세 명의 소녀를 담고 있으면서도 결과적으로 강희와 민주에게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고 있다. 유나는 어쩌면 들러리에 가까운데 특히 후반부로 가면서 유나의 역할은 아예 드러나지 않는다. 세 명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면 세 명에 대해 적절히 분배를 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고, 그것이 어려웠더라도 유나에게도 뭔가 또래,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표현했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민철이의 담임이나 강희의 담임 그리고 강희네 작은 집 식구들 등 주변 인물들이 모두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어 전체적으로 잘 다듬어진 공들여 만든 작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고, 초등 고학년 어린이들에게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무게감 이 이 책에서 느껴졌다. 마지막 장을 덮은 느낌은 참 좋았으며 오래 오래 기억이 되고, 이야기될 수 있는 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좋았던 부분...
46쪽) 교환일기가 자신의 속을 들여다보려는 내시경처럼 느껴졌다. → 적절한 비유
60쪽) ‘하늘나라 편지‘ 라는 동시... 참 좋았다...
77쪽) 강희의 가슴 속엔 날카롭게 다듬은 화살이 수북했다. 그러나 몇 발 쏘아 보지도 못한 채 활을 내려놓아야 했다.
125쪽) 사람은 한쪽에서 위로받았을 때만, 다른 한쪽을 틀 수 있는 여유와 용기가 생기는 모양이다
160쪽) 바다 건너온 태풍이 나무들을 쓰러뜨릴 때 착한 나무인지 나쁜 나무인지는 생각하지 않잖아. 우리에게 나쁜 일이 닥친 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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