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는 무엇을 들었을까? 그림책 보물창고 13
모디캐이 저스타인 지음, 천미나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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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음악에 문외한이어서 그런가. 찰리 아이브스는 낯익은 이름이 아니다. 하지만 모디캐이 저스타인에 의해 그와 그의 음악은 새롭게 조명을 받게 되는 듯 싶다. 책장을 덮으며, 그의 음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강렬하게 사로잡았으니까...

모디캐이 저스타인은 참 특이한 작가다. 그는 그림책이라는 단순하면서도 손쉬운 매개체를 통해-여기에서, 단순하면서도 손쉽다고 하는 것은 대중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의 작품에 소개된 사람의 사상과 행적을 알게 하니 말이다.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와 와일드 보이에서도 그러했듯이.

아주 오랜 동안 보통 사람들에게 외면되었던 찰리의 음악은 과연 어느 날, 어떤 일을 계기로 알려지게 되었을까. 책에서는 한 페이지. 어느 한 사람의 연주자가 연주를 시작하였다라고만 적혀있는데, 과연 그 연주자는 찰리가 만들어낸 어떤 점에 이끌려 찰리의 곡을 연주했을까. 그것이 궁금했다. 찰리가 현실적인 음악의 선구자였다면, 그 연주자 또한 찰리의 음악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였을 법 한데 그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음이 아쉬웠다. 이로 인해 찰리의 음악이 알려지게 된 계기가 다소 밋밋하게, 개연성을 잃어버린 채 지나친 점이 아쉽다.

하지만, 찰리의 음악성을 만들어낸 유년기, 아버지와 함께 했던 소리의 체득 과정은 낙서처럼 표현된 수많은 의성어로 인하여 나 또한 찰리처럼 수많은 소음 가운데 서있는 느낌, 소음을 함께 느끼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였다. 그리고, 소리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수많은 의성어로, 크게, 작게, 또한 다양하게 그려놓은 점은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 좋은 삽화인 듯 하다. 이 삽화를 보면서 나도 내 주위의 소음들을 하나씩 받아적어볼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으니까.

주위의 소음을 예술로 승화시킨 찰리 아이브스와 찰리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어 새롭게 보여주는 모디캐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더불어, 나는 나의 아이에게 무엇을 들려주고 있는가,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나의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고 있는가... 반성을 하였다. 지금도 반성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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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선생님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2
패트리샤 폴라코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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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증. 다른 활동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하나 유독 글읽기만을 못하는 증세.

유전적인 원인이 있다고는 하나 지금까지도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패트리샤 폴라코의 그림책 <고맙습니다, 선생님>은 희귀병인 난독증에 걸린

여자아이-패트리샤 폴라코 자신-가 어떻게 해서 난독증을 치유하게 되었는 지를 그린

매우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특히나 이 그림책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 자기 이야기,

실화라는 점에서 더더욱 감동을 하게 되었는 지도 모르겠다.

 

조부모와 시골에서 매우 감성적인 어린이로 성장한 주인공은

글읽기보다는 그림 그리기, 공상하기를 즐기며 학교에 들어간다.

하지만, 학교에서 글읽기를 시작하면서 주인공, 트리샤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이다. 친구들은 벙어리라며 트리샤를 놀리고

그러면 그럴수록 트리샤는 말문을 닫은 채 어두운 곳,

친구들이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몸을 숨긴다.

 

그러던 중 새로 부임해온 폴커 선생님은 트리샤의 숨겨져있는 재능을 발견하고

트리샤가 자신감을 갖고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여러가지 상황을 만들어준다.

덕분에 트리샤는 글을 읽게 되고, 결국에는 어린이책을 쓰고 그리는 작가로

성장을 하게 된 것이다. 하여 주인공 트리샤는 마지막 페이지에서

폴커 선생님을 향해 외친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가슴이 뭉클해지는 장면이다.

 

학기 초, 스승의 날을 앞두고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읽어볼만한 책이다.

다만 폴커선생님이 지나치게 트리샤를 감싸고 돈 건 아닐까, 그런 걱정은 든다.

한 사람만 편애하는 선생님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자를 옹호함으로써 왕따에서 해방시켜준 일.

소극적이고 어찌 보면 장애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는 제자를

따스하게 품어안고 훌륭히 성장할 수 있도록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준 점은

높이 사고 싶다. 내 아이들에게도 폴커선생님 같은 분이 계시기를... 바라게 된다.

 

천상 엄마여서 그런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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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안녕? 사계절 그림책
제니 오버렌드 지음, 김장성 옮김, 줄리 비바스 그림 / 사계절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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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을 보게 되는 아기에게 보여줄만한 책' 

 

이 책은 곧 동생을 보게 되는 아가에게

동생이 어떻게 생겨서 태어나는 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어린 아이들에게 동생이 태어나는 경이로움과

아가의 탄생을 기뻐하는 가족의 행복을 아가에게 고스란히 전해

동생을 쉽게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어느 선생님의 말씀이셨다.
 

책을 보고 나서 말씀에 일정 부분 공감을 했다.

전체적으로 따스하게 그려진 그림이 아가 탄생과 가족의 행복을

정말 따스하게 행복하게 전해주니까. 더불어 아가가 태어나는 장면이

매우(?) 사실적으로 하지만 깔끔하고 아름답게 그려져 아이에게

생명 탄생의 순간을 일러주기에도 편하게 되어있다.

 

이 책을 보고 나서 아들이 물은 첫 마디.

 '엄마도 나를 서서 낳았어?' 였다.

 책에서 엄마는 아이를 서서 낳는다. 서양인 탓일까.

해서 나는 누워서 낳았다고... 가르쳐줬다. 아이가 자기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알고 나서... 좋아하는 것도 같았는데...

그아이의 속내는 알 수 없고...

 

하여, 좋은 책 같다.

아이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줬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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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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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대표작가들이 같은 사건과 같은 상황을

한국여자와 일본남자라는 상황에서 풀어낸 책이다. 츠지 히토나리의 책은

아직 읽지 않았으나, 공지영의 것은 역시 공지영답다.

참으로 섬세하면서도 힘이 있다. 대수롭지 않은 듯 한 상황에 대한 섬세한 묘사.

흔들림 없는 캐릭터와 적절한 시공간 구성을 통한 완급조절의 성공.

겉표지만큼이나 화사하고 아름답게 공지영은 스물 아홉 노처녀

-나는 이 부분에 공감할 수 없다. 요즘 누가 스물 아홉을 보고 노처녀라 하는가-

최홍이 겪는 사랑을 다룬다. 더불어 최홍이 칠년 전 겪었던 격정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 모든 것을 다 내어던지는 사랑을 오버랩시킨다.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다만 색채가 옅어질 뿐이라고 말하려는 듯이...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구석이 있다.

첫째로는 일본의 대표 남녀작가가 엮어내어 화제를 뿌렸던

<냉정과 열정 사이>의 기획을 그대로 답습한 점-한국여성과 일본남성이라는 점만

다를 뿐. 내용에 있어서도 한 때 열렬히 사랑했던 남녀가 몇 년 후에 재회하여

사랑했던 당시를 돌아보고 사랑을 완성해낸다는 점에서 같다.

두번째로는 남녀의 책을 동시에 읽지 않고서는,

이 한권만으로는 무언가 석연치않은 구석이 있다는 거다.

물론 그로 인해 두 권의 책을 사게 만드는 상술에는 감탄을 할 노릇이지만

독자로서는 그저 남녀의 연애담이 담긴 소설책을 9천원이나 주고 두 권이나

사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깝다.

세번째로는... 해피엔딩이다.

아니, 억지로 해피엔딩을 만들어버렸다는 점이다.

한일수교를 기념하며 기획된 책이라고 들었는데 그래서일까.

주인공 최홍과 사사에(준고)는 결국 만남을 이뤄낸다. 동생 록이의 말과

아빠가 옛 사랑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설정. 할아버지가 홍이를 막지

말라고 했다는 몇 가지 암시를 통해 가족 모두 일본인 남자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독자에게 사실을 알려주고, 결국 십 오년 동안 홍이를 바라본 착하고 능력있는 남자.

민준을 홀로 떠나게 한 채, 홍이는 준고와 맺어진다. 그 장면에서 화가 났다.

차라리 준고와 민준 모두를 보내고 홀로서기를 시작한다면 더 좋았을 것을.

꼭 남자에 기대어 비로소 삶의 완성, 변화를 맛보기 시작한다는 설정이

화를 오도독오도독 끓어오르게 했다.

 

츠지의 책도 읽어봐야겠다.

도대체 그 남자, 준고는 무엇 때문에 홍이를 그렇게 외롭게 했고

무엇 때문에 다시 홍이 앞에 나타났으며 무엇 때문에 결혼하겠다는 홍이 곁을

다시금 찾아와 훼방을 놓는지. 화가 나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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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네 I LOVE 그림책
팻 허친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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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솜씨껏 과자를 구웠다. 빅토리와 샘은 신이 나서 과자접시를 받는다. 열 두개. 두 명이 나눠 먹으면 여섯 개씩 돌아간다. 그 때 초인종이 울리고 이웃에 사는 두 명의 친구가 온다. 문 옆으로 손님들의 짐이 쌓이고, 부엌 바닥에 발자국이 찍히고, 아이들은 열 두 개의 과자를 세 개씩 나눠 먹으려 한다. 그 때 또 초인종이 울린다.

이 책은 제목에서 밝혔듯이 자꾸 자꾸 초인종이 울리면서 변화되는 여러 가지 것들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찾아내고 짚어낼 수 있도록 꾸며진, 예닐곱살 아이들의 눈높이에 똑 어울리는 재미난 그림책이다.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과자의 개수와 아이들의 수를 헤아려 과자를 몇 개씩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지 살펴보는 것은 기본. 그 밖에 샘과 빅토리아를 찾아온 아이들이 갖고 온 소품을 찾아보는 일. 고양이나 가스렌지 위의 주전자, 발자국 등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동일한 공간에서 보여주는 달라진 풍경들을 하나 하나 짚어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아이들에게 수 개념 특히 나누기의 개념을 일러주는데 일조를 하는 반면 이웃과 함께 하기, 친구와 나누어 먹기 등 인성적인 측면에서의 교육까지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니 짧고 간단한 그림책 한 권이 주는 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할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 페이지에서 다시 초인종이 울린다. 이제 누가 올까? 자못 궁금해지는데 작가는 그 이후의 상황을 독자의 상상에 맡겨버렸다. 그냥 끝내버렸다. 애가 끓는다. 도대체 다시 초인종이 울리고 나서 또 어떠한 상황이 이어질까. 혹시 연재물은 아닐까. 갖은 상상을 다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또한 서양식 그림책의 묘미인 듯 싶다.

아이들의 표정이며 소품들의 배치. 세밀한 변화 등이 느껴져서 좋았다. 아이와 함께 다리 쭉 뻗고 앉아 재미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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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8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화사랑 2006-02-28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감사합니다. 전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네요. 그냥 좋은 책에 대한 느낌을 적은 것 뿐인데... 이렇게 좋을 수가. 감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