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과 일본의 대표작가들이 같은 사건과 같은 상황을

한국여자와 일본남자라는 상황에서 풀어낸 책이다. 츠지 히토나리의 책은

아직 읽지 않았으나, 공지영의 것은 역시 공지영답다.

참으로 섬세하면서도 힘이 있다. 대수롭지 않은 듯 한 상황에 대한 섬세한 묘사.

흔들림 없는 캐릭터와 적절한 시공간 구성을 통한 완급조절의 성공.

겉표지만큼이나 화사하고 아름답게 공지영은 스물 아홉 노처녀

-나는 이 부분에 공감할 수 없다. 요즘 누가 스물 아홉을 보고 노처녀라 하는가-

최홍이 겪는 사랑을 다룬다. 더불어 최홍이 칠년 전 겪었던 격정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 모든 것을 다 내어던지는 사랑을 오버랩시킨다.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다만 색채가 옅어질 뿐이라고 말하려는 듯이...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구석이 있다.

첫째로는 일본의 대표 남녀작가가 엮어내어 화제를 뿌렸던

<냉정과 열정 사이>의 기획을 그대로 답습한 점-한국여성과 일본남성이라는 점만

다를 뿐. 내용에 있어서도 한 때 열렬히 사랑했던 남녀가 몇 년 후에 재회하여

사랑했던 당시를 돌아보고 사랑을 완성해낸다는 점에서 같다.

두번째로는 남녀의 책을 동시에 읽지 않고서는,

이 한권만으로는 무언가 석연치않은 구석이 있다는 거다.

물론 그로 인해 두 권의 책을 사게 만드는 상술에는 감탄을 할 노릇이지만

독자로서는 그저 남녀의 연애담이 담긴 소설책을 9천원이나 주고 두 권이나

사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깝다.

세번째로는... 해피엔딩이다.

아니, 억지로 해피엔딩을 만들어버렸다는 점이다.

한일수교를 기념하며 기획된 책이라고 들었는데 그래서일까.

주인공 최홍과 사사에(준고)는 결국 만남을 이뤄낸다. 동생 록이의 말과

아빠가 옛 사랑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설정. 할아버지가 홍이를 막지

말라고 했다는 몇 가지 암시를 통해 가족 모두 일본인 남자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독자에게 사실을 알려주고, 결국 십 오년 동안 홍이를 바라본 착하고 능력있는 남자.

민준을 홀로 떠나게 한 채, 홍이는 준고와 맺어진다. 그 장면에서 화가 났다.

차라리 준고와 민준 모두를 보내고 홀로서기를 시작한다면 더 좋았을 것을.

꼭 남자에 기대어 비로소 삶의 완성, 변화를 맛보기 시작한다는 설정이

화를 오도독오도독 끓어오르게 했다.

 

츠지의 책도 읽어봐야겠다.

도대체 그 남자, 준고는 무엇 때문에 홍이를 그렇게 외롭게 했고

무엇 때문에 다시 홍이 앞에 나타났으며 무엇 때문에 결혼하겠다는 홍이 곁을

다시금 찾아와 훼방을 놓는지. 화가 나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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