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솜씨껏 과자를 구웠다. 빅토리와 샘은 신이 나서 과자접시를 받는다. 열 두개. 두 명이 나눠 먹으면 여섯 개씩 돌아간다. 그 때 초인종이 울리고 이웃에 사는 두 명의 친구가 온다. 문 옆으로 손님들의 짐이 쌓이고, 부엌 바닥에 발자국이 찍히고, 아이들은 열 두 개의 과자를 세 개씩 나눠 먹으려 한다. 그 때 또 초인종이 울린다.이 책은 제목에서 밝혔듯이 자꾸 자꾸 초인종이 울리면서 변화되는 여러 가지 것들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찾아내고 짚어낼 수 있도록 꾸며진, 예닐곱살 아이들의 눈높이에 똑 어울리는 재미난 그림책이다.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과자의 개수와 아이들의 수를 헤아려 과자를 몇 개씩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지 살펴보는 것은 기본. 그 밖에 샘과 빅토리아를 찾아온 아이들이 갖고 온 소품을 찾아보는 일. 고양이나 가스렌지 위의 주전자, 발자국 등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동일한 공간에서 보여주는 달라진 풍경들을 하나 하나 짚어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아이들에게 수 개념 특히 나누기의 개념을 일러주는데 일조를 하는 반면 이웃과 함께 하기, 친구와 나누어 먹기 등 인성적인 측면에서의 교육까지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니 짧고 간단한 그림책 한 권이 주는 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할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 페이지에서 다시 초인종이 울린다. 이제 누가 올까? 자못 궁금해지는데 작가는 그 이후의 상황을 독자의 상상에 맡겨버렸다. 그냥 끝내버렸다. 애가 끓는다. 도대체 다시 초인종이 울리고 나서 또 어떠한 상황이 이어질까. 혹시 연재물은 아닐까. 갖은 상상을 다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또한 서양식 그림책의 묘미인 듯 싶다.아이들의 표정이며 소품들의 배치. 세밀한 변화 등이 느껴져서 좋았다. 아이와 함께 다리 쭉 뻗고 앉아 재미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