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니가 어떤 자연의 요소로, 외로움과 눈물의 토네이도로 변하는 모습을 상상했고, 눈썹과 속눈썹을 뽑아낸 얼굴로 나타난 언니를 보면 겁이 났다. 낯설어 보여서가 아니라, 그만큼 강력한 슬픔이 내 안에도 도사리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 살갗을 조금씩 베는 것으로 그 슬픔을 쏟아내는 편이 더 나았고, 그게 다였다.
왜 토시는 그래야했을까? 그 질문에는 어른들도 대답할 수 없을 거다. 우린 아직도 왜 그랬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이건 그저 프랑스에서 만난 아이들의 우정을 담은 동화일 뿐인데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겐 이 글이 칼끝처럼 아프다. 우리는 언제쯤 그 많은 토시에 대해 당당히, 떳떳이 말할 수 있을까. 토시는 어쩌면 우리가 가장 이해해야하는 존재임에도 가장 쉽게 외면해버리는 그 모든 이들의 이름일지 모른다.
가끔 다른 목적으로 읽게 되는 책이 너무 재밌어서 정신도 없이 빠져들 때가 있다. 아이들 가르치려고 읽었던 책인데 앉은 자리에서 화장실 가는 것도 잊고 읽었다. 나도 그렇게 책을 읽던 때가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이야기를 써주는 어른들이 있어 그랬나보다. 지금은 작가의 이름도 떠오르지 않는 한 권의 어린이 소설이 날 글쓰며 사는 꿈으로 이끈 것처럼 이 책도 어딘가에서 야심만만한 어린이의 내일이 되어주고 있을 것이다. 그 꿈은 넓고 푸른 초원이라서 와니니와 친구들이 맘 편히 쉬어가는 터전이면 좋겠다. 나도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열두 살 그때처럼.
작가는 워낙 함께 살기가 어려운 존재입니다. 작업하지 않을 때는 우울하고, 작업에 돌입하면 거기에만 집착하니까요. - P162
당신의 삶에서 등장인물을 떼어내면 당신의 삶도 외롭고 쓸쓸한 삶이 된다. - P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