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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5.18기념관
누군가 아직 기억하고 있다면
- 바람구두
나는 늙는다. 1980년....
나는 늙는다. 1987년....
나는 늙는다. 1992년....
나는 늙는다. 1997년....
나는 늙는다. 2002년....
그래, 나도 알고 있다.
아직 맑스를 생각하며
산다는 건 얼마나
고리타분한 일인지
80년 광주의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밥 퍼주던 몸빼 아줌마들의
둥글게 굴곡진 몸, 삶, 밥처럼
세상은 따뜻하지 않아 라고
차가운 성당 바닥에 쪼그려 앉아
삼립 단팥빵을 뜯어 먹던 87년
우리가 패했다고 대성통곡하던
너의 흐느끼는 등언저리를 보며
나도 울었지 그로부터
20년이 흐르고 나도 이제 늙었다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당신은 여전히 그곳에서
밥을 퍼주고 계신다
몸빼를 입고, 커다란 솥단지에 주걱을
힘차게 휘저으며 아이들을 쏟아낸
두 다리를 굳세게 벌리고 선 당신은
지금도 세상 가장 낮은 곳에 계시다
아아, 어머니! 너무도 거대한 계시...
BGM : Qui A Tue Grand'maman - Michel Polnare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