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빨간 신호등 - 원칙과 소신을 지키기 위한 자기성찰의 거울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을 때는 늘 비판적으로 읽으라고 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에
그대로 흡수당하고 모조리 동조하는 것은 때로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더구나 읽는 이가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에 대해 한없이 얕은 배경지식과 식견을 가지고 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닥치는대로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제대로 된 안목 없이 무턱대고
그래 맞아 맞아를 외치며 자신도 모르게 휩쓸려버리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빨간 신호등'이 나에겐 그런 책이었다.
저자 홍세화씨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게다가 나는 작년에 학교 동아리에서
홍세화씨를 초빙하여 그의 강연를 들은 경험까지 가지고 있었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를 읽으면서 주위 친구들에게 좋은 책이라고 적극 권장하며 다녔고,
강연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 날 식탁에서 홍세화씨의 의견에 마구 동조하며
얘기를 하다가 엄마에게 '귀가 얇다'는 말까지 들었었다.
그만큼 나에게 홍세화씨는 진즉부터, '옳은 말만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박혀있었다.
하지만 은연 중에서도 너무 한쪽 이야기만 들어서는 모른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의 문제의식에 더욱 더 동조해 가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80%도 90%도 아니고 100%의 동조였다. 주위에서 홍세화와 한겨레는 극진보다, 너무 진보쪽으로만
생각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이는 것을 어찌할까.
그가 제기하는 문제들, 비판하는 구조체제들이 내 눈에도 적나라하게 문제시되고
삐뚤게 보이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원래 내가 뭐든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성격일지도)
이 책은 홍세화가 지난 몇년간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을 모아서 2003년도에 출간된 책이다.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몇년동안 우리 사회에 일었던 파문, 사건들, 의혹들이
다시금 내 머릿속에 하나 둘 떠올랐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라 지금 읽기에는 어색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지나간 시간을 회고하면서 그 의미를 면밀히 따져보기에는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내 성격이 이 얘기를 들으면 이런 가 보다, 저 얘기를 들으면
저런 가 보다하는 줏대없는 성격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주 분별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이 일부 사람들의 평가처럼 홍세화의 거만이든, 욕심이든 허황된 꿈이든 간에
나중에라도 내가 이 책을 통해 많은 걸 얻었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을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