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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시답지 않아서
유영만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목을 보자마자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이 시답지 않아서! 시답다는 말이 운문인 시라고 한자로 적혀 있지만, 마음에 차거나 들어서 만족스럽다는 의미의 시답다라는 말을 이중적인 언어로 사용된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더더욱 읽고 싶은 책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만나게 된 '인생이 시답지 않아서"
프롤로그 첫 제목부터 참 마음에 든다. "유영만의 낯선 詩作.. 始作하지 않으면 時作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곤 시작되는 말들이 한편의 장면처럼 어우러저 여러 질문들을 던진다.
"기약이 없는 이별이 매일같이 반복되고
가망이 없는 미래가 무겁게 앞을 가려도
멈춤은 미덕이 되지 않음을 믿으려는 발버둥,
결코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질문이
고독의 임계점을 넘어서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려는 까닭은?"
모두 총 30장의 목차. 목차도 정갈하니 잘 정리되어 있다.
01 당신은 되돌아보았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발걸음입니다
02당신은 찰나적 다정함으로 하얀 밤을 지새우는 문풍지입니다
...
11 당신은 소음도 소리로 번역하는 늦은 밤의 시인입니다
12 당신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하는 반올림입니다
...
29 당신은 거처할 곳이 없는 아랑곳없음입니다
30 당신은 우리 시대의 역설(逆說)을 역설(力說)하는 항거입니다
<07 당신은 일생을 버티게 만드는 그리움 한페이지입니다>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이 흐르고 늦가을의 처량한 낭만에 취해 억제할 수 없는 격정으로 파고 들며, 기울어지는 서쪽 하늘의 노을을 타고 안타깝게 넘어가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저자는 세상은 언제나 고된 여정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간절하게 그리운 미지의 세계가 있음에 오늘을 살아간다며, 내일은 희망과 격정의 노래로 다가올지 절망의 비탄의 음악으로 변주될지 지금 여기서 알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는 질문을 던진다. 모든 생명체가 목숨 걸고 햇빛을 비추며 고통을 참는 것도, 갈아 뭉개며 뜨거운 물을 뒤집어 쓰고 화상하나 입지 않는 커피도, 비바람과 천둥 번개를 이겨낸 노지 배추가 된서리 맞고도 푸른 잎으로 절망을 항변하는 것도, 그는 오늘 밤 몰려오는 긴 어둠의 장막에는 또 누구를 위해 적막 속의 슬픈 연가를 바람결에 실어나를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고했다. 세상 사는 것들이 힘든 일도 많을 것이고 고통이 수반되며, 역경으로 험난한 과정을 겪을지언정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그 푸르름과 난 잘하고 있다라는 항변은 어느 새 나를 성숙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도 모르게 그것을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것 같다. 또 나의 경험보다 어쩌면 더 한 기다림을 갖고 있는 자연들을 보며 배움에 더 견딜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무언가가 생긴다. 그러기에 나도 작가처럼 또 누구를 위해 적막 속에 슬픈 연가를 바람결에 실어나를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별의 아픔도 모르면서
모든 걸 잊기로 결심한 불타는 단풍잎이
자기 몸을 베어 내는 듯한
찬바람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생태계가 파괴되면 생계도 걱정된다는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그는 삶'이' 시답지 않아도 사람'은' 시답게 살아야 사람 답게 살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낯선 경험과 날 선 개념을 융복합, 코나투스외 출간된 100여 권의 책을 근간으로 의미를 심장에 꽂아 의미심장한 강연을 재미있게 펼치는 지식 산부인과 의사이자 한양대학교 교수이다 - 책날개 중에서-
저자의 소개를 책날개에서 가지고 왔다. 내가 이 책과 저자를 소개하기엔 너무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한번에 읽기보단는 한꼭지씩 의미를 두어 새겨가며 천천히 음미해 볼 것을 추천한다. 우리에게는 평소 그냥 지나치는 것 혹은 짧거나 얇팍한 사유임에도 작가는 깊은 통찰과 의미를 만들며 우리를 그 속에 빠져 들게 해 그 깊이를 더욱 더 진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아니한가? 라는 생각을 자주했다. 그래서 인생이 시답지 않아서라고 했던건가? 나는 이 책을 조금씩 아껴 읽으며 내 삶을 더욱 더 깊이 새롭게 들여다보겠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읽었을 때는 또 다른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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