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않고 삽니다 -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하는 구독경제 소비생활
정희선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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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이니 AI이니해서.. 점점 더 급격하게 변해가고 있는 요즘이다. 코로나 때문에 작년에는 특히 "특별하면서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찾았던 것 같다. 예전엔 꽃을 주기적으로 사러 나가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꽃 구독이라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고...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멤버십으로 책을 추천 받고, 점점 늘어가는 책들의 공간이 부족해 북클럽으로 이북을 활용까지 알게 됐다. 또 자동차도 타고 싶은 것을 골라서 렌트를 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있다고 들었을 땐 좀 신세계였다. 점점 더 구독경제의 범위가 세밀하고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소유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요즘, 욕구에 맞춰 새로운 서비스들을 받아볼 수 있으니 이게 얼마나 좋은가 생각했다.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내가 사용할 만큼만 빌려 쓰거나' 무엇을 살지 고민하지 않아도 '필요할 대 내 취향에 맞는 물건을 배송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다. (중략) 최근 새롭게 등장하는 구독서비스는 이러한 기본 정의에 플러스알파의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새로운 가치는 크게 '큐레이션, 맞춤, 경험' 3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p6~7

저자 정희선은 일본의 경영데이터 플랫폼 회사에서 세계 각국의 산업과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동아비즈니스리뷰>와 <패션포스트>등에 비즈니스 트렌드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 구독경제를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발행했다.

이 책은 구독경제가 성장해온 배경에서부터 구독 서비스의 특징과 다양한 구독 비즈니스들, 그의 본질과 특징, 서비스 운영시 유의점 및 고객 경험 설계에 관한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다. 특히 우리의 모든 일상생활 영역에서 다루고 있는 구독경제의 다양한 예시를 볼 수 있어 많은 인사이트들을 얻을 수 있다.

*구독경제의 새로운 가치

큐레이션 :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제품을 골라줌으로써 선택에 따르는 수고와 시간을 줄여준다.

맞춤: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오직 나만을 위한 상품을 만들어 준다

경험: 구독 서비스를 통해 경험을 확장한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다.


"펑션오브뷰티의 창업자는 뷰티 업계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다. MIT출신의 기계공학 전공자들이 만든 이 회사는 고객의 응답을 바탕으로 최적의 재료를 배합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펑션오브뷰티가 만들 수 있는 샴푸의 종류는 무려 12억 개라고 한다. (중략) "기존 뷰티 업계에서는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절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을 이용했다. 사람에 따라 어떤 재료를 어떤 비율로 섞을지, 어떻게 생산할지를 모두 새로 발명했다"p97

" '가게에 가서 과자를 사는 게 귀찮아서', '인터넷으로 일일이 주문하는 것보다 간편하니까'와 같은 편리함이 아니다. 이들은 '박스를 열었을 때 즐거워서' 스낵미를 구독한다고 말한다. 어떤 간식이 도착할지 모르는 설렘과 기대, 상자를 열었을 때의 즐거움, 평소에는 먹어보지 못하는 과자와의 만남, 나만을 위한 간식 박스라는 특별함 등 체험적 요소를 얻는 것이 스낵미를 구독하는 주된 목적이다"p148

"구독 비즈니스는 2가지 커다란 축에서 진보된 마케팅을 통해 고객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첫번째는 비슷한 특징을 가진 고객군에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고객 한 명 한명' 이 하나의 세그멘테이션, 즉 고객군의 단위가 된다는 것이다. (중략) 두번째는 동일한 고객이라도 잣니이 처한 상황과 때에 따라 원하는 것, 경험하고 싶은 것이 달라지는데, 구독 서비스가 이를 만족시켜주고 있다는 것이다."p232

책에서 언급한 새로운 구독 서비스의 핵심가치( 큐레이션, 맞춤형, 경험) 중 무엇보다도 경험이라는 핵심가치가 가장 와닿았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좋아하는데.. 아직까지는 다양한 것을 경험하는데 한계(시간, 금전)가 있었고 잘 모르는 경우에는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또 심사숙고해서 결정을 했는데 후회라도 한다면... ㅠ.ㅠ 그래서인지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보고 "경험의 감각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 또한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이 핵심가치들에 감성 한 스푼 얹어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제공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같다. ^^

"이제는 '고객에게 어떠한 새로운 가치를 전달할 것인가' 그리고 '그 가치를 통해 고객은 무엇을 경험하기를 바라는가'를 질문하자."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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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기 위해 쓴다 - 분노는 유쾌하게 글은 치밀하게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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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부 밀리언셀러 <노동의 배신>저자 신간"

"가디언 선정 '21세기 가장 뛰어난 책 100권 저자"

"2021펜 아메리카 펜 다이아몬스타인 스필보겔 수상작"

바버라 에런라이크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책 <노동의 배신>. 부끄럽게도 아직 노동의 배신을 읽어 보진 못했지만 얼마나 유명한 책인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이런 사회 부조리에 관련한 책들을 읽으면 불편한 현실에 마주해야하기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모두가 함께,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과 세상으로 변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 중요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바버라 에런 라이크는요? ( 책날개 중에서 )

2001년 미국에서는 논라의 책 한권이 출간된다. 중견 여성 저널리스트가 3년간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객실 청소부, 가정집 청소부, 요양원 보조원, 월마트 매장 직원 등으로 일하면서 직접 생계를 꾸려 나간 경험을 담은 책이었다. <노동의 배신>은 1996년에 제정된 미국의 복지개혁법이 현실성이 있는지, 즉 '최저 임금을 받아서 과연 먹고살 수 있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실험이었다. 에런라이크는 비숙련 저 임금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할수록 가난해진다'는 사실을 몸으로 증명했고,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에 더해 현실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예일대학교를 비롯한 600여개 대학의 필독서가 되면서 '최저 임금 인상 운동'의 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2007년 7월 미국 연방 정부는 최저 임금을 인상하기에 이른다.

'지지 않기 위해 쓴다'는?

1장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2장 몸과 마음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3장 지금 여기, 남성에 대하여

4장 여성들이 계속 써야 하는 이유

5장 신, 과학, 그리고 기쁨

6장 중산층 몰락 사회의 탄생

총 6장으로 이루어진 35년간 "행동하는 저널리스트"로서 활동하며 써온 37편의 칼럼을 모은 것이다.

"복지 개혁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생활 보조금에 의존해 온 한부모 가정 여성들이 매달 5만 명씩 발을 들여놓는 세상, 그곳을 탐험하는 중산층 저널리스트로서의 내 정체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내 두려움은 전혀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빈곤과 고된 노동을 견뎌 내며 생활한 한 달 동안 내 이름을 알아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을뿐더러 내 이름을 불러 주는 사람조차 거의 없었다. 우리 아버지가 광산을 떠나지 않고, 내가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평행 우주에서 나는 ‘야’ ‘아가씨’ ‘거기 금발 머리’ 등으로 불렸고, 그중에서도 ‘야’라고 불리는 경우가 제일 많았다."p25

"직원들에게 휴식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섯 시간에서 여덟시간 내내 소변을 볼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서 있어야 했다"p53

"리비 로스 재단Libby Ross Foundation에서 (컬럼비아 장로교 메디컬 센터 등을 통해) 유방암 환자들에게 나눠 준 선물 가방에는 에스티로더 보디 크림, 핫핑크 새틴 베개 커버, ‘화학요법 치료를 할 때 도움이 되는 명상 프로그램’이 담긴 오디오테이프, 박하사탕이 든 작은 통, 유리가 박힌 싸구려 팔찌 세 개, 분홍 줄무늬가 쳐진 ‘그림 일기장’ 그리고 (조금 충격적이게도) 크레용 한 상자가 들어 있었다. 리비 로스 재단의 창립자 중 한 명인 말라 윌너(Marla Willner)는 크레용을 “다양한 기분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그림 일기장에 사용하라고 넣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도 자기는 한 번도 크레용으로 일기를 써 보는 시도를 해 본 적이 없다고 인정했다. 어쩌면 아이처럼 의존적이 되는 상태로 퇴행하면 길고도 괴로운 치료를 견뎌 내는 데 더 적합한 마음 상태가 될 것이라는 논리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사회 일각에 팽배한 특정 젠더 이데올로기의 버전에 따라 여성성이 본질적으로 다 자란 성인의 개념과 배치된다는 개념, 성장이 멈춘 상태라는 개념에 기초한 것일 수도 있다.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남성이 미니카를 선물로 받는 일은 없지 않은가"p138

"미시간에 사는 전직 웨이트리스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썼다. "웨이트리스로 일할 때 날마다 성희롱을 견뎌야 했다. 고발할 인사과 같은 건 물론 없었다. 매니저와 소유주가 그런 짓을 제일 심하게 하는 당사자들이었으니까. 입 닥치고 조용히 당하거나 아니면 해고되는 것 둘 중 하나였다. 나는 일자리가 필요했다""p277

< '분노를 유쾌하게 글은 치밀하게' 지지 않기 위해 쓴다 >

빈곤과 불평등, 건강 열풍의 숨은 진실들, 페미니스트로서의 남성과 여성의 시대적 문제들, 과학자 출신답게 종교와 과학에 대해 면밀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계층 양극화의 심화를 고찰하며 통찰을 이끌어낸다. "분노를 유쾌하게 글은 치밀하게 지지 않기 위해 쓴다"라는 제목이 딱 맞는 책이다.

사회 끝자락에서 쉽게 꺼내지 못할 이야기들은 단순 겉핥기의 취재로 썼던 글들이 아니다. 그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당사자가 되어 마주하는 현실들과 그 절박함까지 느낄 수 있는 것들도 볼 수 있다. 미국 내의 이야기이지만 충분히 우리도 겪었고 공감할 수 있는 글들이며, 저자의 이 노력이 오랜 시간 글을 통해.. 세상 밖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으로... 더 나은 우리의 삶이 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뼛속까지 진정한 행동하는 저널리스트 "비버라 에런라이크"의 지지 않기 위해 쓴다!!

*이혜미 한국일보 기자

"이 책은 오일을 반지레하게 먹인 원목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서, 마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 디지털 활자로 담론을 쥐락펴락하는 책상머리 엘리트를 향한 어퍼컷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몇 퍼센트 정도의 현실인가. 소거된 목소리를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가. 인식의 사각지대를 밝히기 위해 삶의 가장자리에서 누군가는 치열하게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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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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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저자:하현

(약속이 취소되면 마음 속으로 기쁨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일탈보다 일상에 관심이 많다. <달의 조각><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어쩌다 보니 시페인어였습니다>를 썼다. 장래희망은 부유하고 명랑한 독거노인이다) -책날개 중에서

약속이 취소되면 마음 속으로 기쁨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니.. 왠지 공감이 가면서도 제목을 보자마자 나랑 비슷한 부류의 사람일거란 예상과 함께 어떤 내용의 에세이일지 호기심이 생겼다.

"약속이 취소되면 나는 함게라는 가능성을 가진채로 기쁘게 혼자가 된다(중략) 그 안전한 고립감이 너무 달콤해서 들키지 않게 조용히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창밖은 푸르고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어느 맑은 날에" p19

"같은 곳에 살아도 마음 속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에 따라 사람들은 각기 다른 세계를 본다. 집을 찾기 시작하면 집만 보이고, 나무를 찾기 싲가하면 나무만 보이는 것처럼. 집을 찾는 사람이 나무를 찾는 사람을 만날 때 세계는 조금 낯설어지고, 꼭 그만큼 넓어진다"p42

"10대에는 마음만 먹으면 특별한 살마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고, 20대에는 냉정한 현실을 깨달으며 끊임없이 좌절하고 나를 미워했다. 그렇다면 30대는 평범한 나로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시간이지 않을까. 열등감이나 패배감이 잠식되지 않은 건강한 마음으로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을 사는 사람. 이제 나는 특별한 사람보다 그런 살마이 되기를 꿈꾼다"p90

"지긋지긋한 아홉을 견디게 해주었던 단 하나의 기쁨을. 그때 우리는 짐작했을까? 우리가 함께 통과한 그 시간이 미래의 어떤 날에는 곱씹을 때마다 새로운 용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몰라도 좋았고 몰라서 좋았다. 어떤 미래는 아득할수록 좋았다"p138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시간을 통과하는 동안 내 안에는 희미한 믿음이 생긴다. 조급한 마음을 달래며 몇 번의 아직을 견디고 나면 바라던 기쁨을 만나게 될 거라는 믿음"p166

"오늘도 나는 어떤 꿈을 꾸게 될지 모르는 채로 잠들 것이다. 잠에서 깨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모르는 채로 살아갈 것이다. 아무도 본 적 없고 누구도 알 수 없는 우연한 미래를 향해 씩씩하게 걸어간다. 그 사실이 두렵다가도 기쁘게 다행이다"p240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는 소중한 존재이기에 가치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되며 나자신을 더욱 사랑하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런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고 또 인터넷상 활발한 교류들로 인해 타인의 삶을 옅보게 되며 가끔은 특별한 삶을 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한다.

저자는 모두가 소중할 수는 있어도 모두가 특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제 알아버렸다고 말하지만 우리도 겪었을 그녀의 지극하게 평범한 일상들이 그녀의 생각과 손을 거치는 순간 특별함으로 변해버렸다. 평범함 속에서 의미를 느끼고 살아가는 것.

세상에 그 많은 평범한 사람들 중 나는 단 한 사람이라는 것. 나라는 사람을 특별한게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닐까? 책을 읽고나서 그러한 점을 배웠다. 그녀(저자)가 그래했듯 나도 나의 일상에서 뜻밖의 좋은 순간들을 발견해나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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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기억 1
윤이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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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추리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인데.. 이번에 읽은 "놈의 기억"은 정말 읽을 만했다. 2권의 책을 쉬지 않고 내리 읽었으니... 흡입력이 대단하다.

놈의 기억은 News1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현재는 연년생 아들 둘을 키우며 글을 쓰고 있는 윤이나님의 소설이다.

"네이버 공모전 크리에이티브 선정작"

주인공 한정우는 천재 뇌과학자이다. 기억을 삭제하고 타인의 기억을 이식한다는 흥미로운 논문을 게재한다. 모두의 축하를 뒤로 하고 결혼기념일인 그날 한 교수는 한국에 딱 석 점만 있는 한정판 귀걸이를 사고 집에 도착한다. 그런데, 그날.. 누군가 그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쳤고... 그의 아내 지수는 19층에서 떨어져 살해 된다. 유일한 목격자인 딸 수아는 충격을 받고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한정우는 딸 수아의 기억을 지우는 수술을 하는데, 수술은 성공적이다. 범인을 잡기 위해 살인자를 추적해나가면서 기억을 삭제하고 타인의 기억을 이식하는 수술을 반복적으로 해 나간다.

" 네가 누군가의 기억속에 손을 대는 게 정말 그 사람을 돕는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1권 p56

"“원래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상담을 통해 특정 기억을 활성화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잠든 상태여서 내가 원하는 기억을 바로 알 수 있을진 모르겠어. 뭐든 해 봐야지.”

“기억 이식을 마치면 내가 다시 2층으로 데려갈게. 그래야 남자가 정신이 들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치 못 챌 거 아냐.”

기억 이식을 마치자마자 수진은 그를 2층 내과로 데려갔고, 정우는 혼자 남았다." 1권 p95

"-삐삐삐삐삐 누군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지유는 저신이 돌아와지만, 엎드려서 기절한 척을 했다. 남자가 양손에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신발장에서 신발을 벗으려고 할 때 누군가 뒤따라 집에 들어왔다"1권 p239

"'그날 지수에게 선물하려던 귀걸이를 서두원이 가지고 있었고, 지수의 목걸이는 놈의 딸이 하고 있었어. 지수를 죽인건 내가 아니야. 다만..."2권 p104

"생각에 잠겨 있는데 인욱이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조사실로 되돌아왔다. “형! 찾았어요. 근데….”인욱이 평소답지 않게 말끝을 괜히 길게 끌었다.“근데?”“이정출 씨 일주일 전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대요.”“뭐, 뭐라고?”"2권 p190

"기억이란 게 진실만을 말하는 건 아니란 것을. 기억은 머릿속에서 주관과 해석에 따라 재입력된다..(중략)..기억 속에 나는 내 필요에 따라 실체보다 더 나은 사람일 수도, 더 못한 사람일 수도 있다. 온전한 나의 선택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음에도. '그땐 상황이 어쩔 수 없었어. 누구라도 그랬을걸?'하고 마치 떠밀린 과거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수치심에서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남을 탓하고, 자신의 잘못은 희미하게 지워버리는 경우도 잦다. 그렇게 스스로 거짓말을 끊임없이 되뇌고 나면.. 충분히, 자신도 그 거짓말에 속을 수 있다. "2권 p252~253

누구에게나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지우고 싶은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 기억을 삭제하고 이식하는게.. 윤리적인 문제는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트라우마를 지우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스스로 그 기억을 떠나보낼 기회" "그런데 트라우마라는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몸이 다시는 그런 위험한 상황 속에 자신을 두지 말라고 보내는 경고 같은 거거든. 보호하는 거야, 자신을" 이 글을 보고 있으면 참 쉽지 않은 문제인 듯하다.

책을 읽은 내내 무엇보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읽어갈 수 있는 소설이었다. 2권의 분량이라 시간 좀 걸리겠군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범인을 찾는 과정 속에서 기억 삭제 이식이 왠지 현실적일 것 같으면서도 거기에 꼬리를 무는 반전이 있다. 마지막에 있는 에필로그3은 영화의 끝장면을 보는 듯하다. 혹시 읽어 보신다면 에필로그도 꼭 읽어보시길....

"나쁜 기억에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나의 평범한 일상을 헤집어 놓지 못하도록. 평생 고문관처럼 자신을 따라다닐 것 같은 그런 기억도 결국세월 속에 찬찬히 옆어지면서 결국은 흐려지고, 끝내는 담담해진다" 에필로그2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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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보는 책 -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들려주는 현대인을 위한 마음 처방전
김민경 지음 / SISO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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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들려주는 현대인을 위한 마음 처방전"

사회생활하면서 많이 신경쓰이는 것이.. 내마음을 들키는 거 아닐까... 약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오픈되면 왠지 만만하게 보일 것 같은 느낌.. 손해 보는 느낌...하지만 정작 그것들이 타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내가 내 마음을 잘 돌보지 못함에서 오는 것들이라는 것을 잘 모르고 지나갈때가 많다. 그만큼 내 마음을 잘 돌보지 않고 단지 속상해하고.. 쉽게 상처 받고..

"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보는 책"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김민경님이 전해주는 여러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내 안의 우울을 들여다 봅니다 - 음식 중독>

"먹고 나서 배가 불러도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뭔가를 먹는다는 것이 이제는 영양을 보충하는 차원이 아닌 우리의 감정과 굉장히 가까이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p66

기분이 좋지 않거나 살짝 우울한 기분이 들때면 맛있는 음식을 통해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는 건 뭐 일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먹어도 그때만 기분이 풀릴 뿐 원천적인 것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평생 숙제인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결국 스트레스.. ㅠ.ㅠ 저자는 "힘들게 굶거나 욕구를 참으며 겨울 살을 좀 뺏다가 폭식하는 걸 반복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뇌가 지속적으로 보내는 식욕에 대한 신호가 결국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의 뇌는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과도한 에너지를 모아두려고 한다" 일단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고 우울한 감정을 잘 조절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모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 대인관계>

"대인 관계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를 그냥 받아들이고 지켜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p107

저자는 대인관계로 인해 상담을 오는 사람들 중 상대가 먼저 바뀌기를 기대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어찌보면 직장이나 속해있는 조직이 싫어서 그냥 벗어나거나 싸워보자라는 접근은 결국 상황은 바뀔 수 있지만 관계에 어려움은 매번 비슷하게 반복된다고 말하고 있다. 스스로 자신에게서 좀 떨어져서 자신을 살펴보기, 스스로의 감정을 그대로 이해하고, 상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며 그런 후에야 내가 바뀌든 상대가 바뀌는 것이 가능하다. 그에 더해 부부생활에서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언급을 하고 있는데 오랜 부부일수록 서로 이해하는 정도가 떨어진다는 통계는 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상대의 행동이나 마음을 짐작하고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것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관계 회복이 어려운 것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감정을 구체적 말하고 여유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

<한번에 하나씩, 선명하게 -결정장애>

"그럼 어떻게 우리는 잘 결정할 수 있을까요? 우선, 그것은 숱한 시행착오, 즉 연습을 통해서입니다. 어떤 결정 이후 성공하고 실패하고 그것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을 통해서 우리 뇌의 신경이 서로 연결되고 단단해지는 겁니다"p169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좀 객관적인 의견을 듣고 싶어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은 나로서는 이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약간 결정장애로 잘못 흘러가는 것을 인지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진짜 내 마음의 선택이 무엇인지 들여다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을 통해 단단해지는 마음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말이 너무 와닿았다.

질답형식으로 되어 있어 누군가 상담하는 것을 보듯 혹은 내가 상담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조금 더 편안하게 읽은 책이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들에 현실적이면서 진정으로 도움될만한 것들이 담겨져 있는 내용들이다. 힘든 세상, 용기 내지 못해 무언가.. 마음 속으로 끙끙 앓고 있다면 이 내용들을 통해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갖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인세중 일부는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기관에 기부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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