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의 기억 1
윤이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소 추리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인데.. 이번에 읽은 "놈의 기억"은 정말 읽을 만했다. 2권의 책을 쉬지 않고 내리 읽었으니... 흡입력이 대단하다.

놈의 기억은 News1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현재는 연년생 아들 둘을 키우며 글을 쓰고 있는 윤이나님의 소설이다.

"네이버 공모전 크리에이티브 선정작"

주인공 한정우는 천재 뇌과학자이다. 기억을 삭제하고 타인의 기억을 이식한다는 흥미로운 논문을 게재한다. 모두의 축하를 뒤로 하고 결혼기념일인 그날 한 교수는 한국에 딱 석 점만 있는 한정판 귀걸이를 사고 집에 도착한다. 그런데, 그날.. 누군가 그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쳤고... 그의 아내 지수는 19층에서 떨어져 살해 된다. 유일한 목격자인 딸 수아는 충격을 받고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한정우는 딸 수아의 기억을 지우는 수술을 하는데, 수술은 성공적이다. 범인을 잡기 위해 살인자를 추적해나가면서 기억을 삭제하고 타인의 기억을 이식하는 수술을 반복적으로 해 나간다.

" 네가 누군가의 기억속에 손을 대는 게 정말 그 사람을 돕는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1권 p56

"“원래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상담을 통해 특정 기억을 활성화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잠든 상태여서 내가 원하는 기억을 바로 알 수 있을진 모르겠어. 뭐든 해 봐야지.”

“기억 이식을 마치면 내가 다시 2층으로 데려갈게. 그래야 남자가 정신이 들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치 못 챌 거 아냐.”

기억 이식을 마치자마자 수진은 그를 2층 내과로 데려갔고, 정우는 혼자 남았다." 1권 p95

"-삐삐삐삐삐 누군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지유는 저신이 돌아와지만, 엎드려서 기절한 척을 했다. 남자가 양손에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신발장에서 신발을 벗으려고 할 때 누군가 뒤따라 집에 들어왔다"1권 p239

"'그날 지수에게 선물하려던 귀걸이를 서두원이 가지고 있었고, 지수의 목걸이는 놈의 딸이 하고 있었어. 지수를 죽인건 내가 아니야. 다만..."2권 p104

"생각에 잠겨 있는데 인욱이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조사실로 되돌아왔다. “형! 찾았어요. 근데….”인욱이 평소답지 않게 말끝을 괜히 길게 끌었다.“근데?”“이정출 씨 일주일 전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대요.”“뭐, 뭐라고?”"2권 p190

"기억이란 게 진실만을 말하는 건 아니란 것을. 기억은 머릿속에서 주관과 해석에 따라 재입력된다..(중략)..기억 속에 나는 내 필요에 따라 실체보다 더 나은 사람일 수도, 더 못한 사람일 수도 있다. 온전한 나의 선택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음에도. '그땐 상황이 어쩔 수 없었어. 누구라도 그랬을걸?'하고 마치 떠밀린 과거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수치심에서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남을 탓하고, 자신의 잘못은 희미하게 지워버리는 경우도 잦다. 그렇게 스스로 거짓말을 끊임없이 되뇌고 나면.. 충분히, 자신도 그 거짓말에 속을 수 있다. "2권 p252~253

누구에게나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지우고 싶은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 기억을 삭제하고 이식하는게.. 윤리적인 문제는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트라우마를 지우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스스로 그 기억을 떠나보낼 기회" "그런데 트라우마라는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몸이 다시는 그런 위험한 상황 속에 자신을 두지 말라고 보내는 경고 같은 거거든. 보호하는 거야, 자신을" 이 글을 보고 있으면 참 쉽지 않은 문제인 듯하다.

책을 읽은 내내 무엇보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읽어갈 수 있는 소설이었다. 2권의 분량이라 시간 좀 걸리겠군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범인을 찾는 과정 속에서 기억 삭제 이식이 왠지 현실적일 것 같으면서도 거기에 꼬리를 무는 반전이 있다. 마지막에 있는 에필로그3은 영화의 끝장면을 보는 듯하다. 혹시 읽어 보신다면 에필로그도 꼭 읽어보시길....

"나쁜 기억에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나의 평범한 일상을 헤집어 놓지 못하도록. 평생 고문관처럼 자신을 따라다닐 것 같은 그런 기억도 결국세월 속에 찬찬히 옆어지면서 결국은 흐려지고, 끝내는 담담해진다" 에필로그2 중에서.

불펌금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