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노래를 들을까 생각하다가 애플뮤직의 댄스 카테고리를 눌렀더니 제일 먼저 추천된 것은 아비치 2014였다. 언젠가 유명해서 들어봤다기 '내 취향은 아니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제 아비치의 곡들을 듣는데 맘에 들었다. 맘에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슬펐다. 이렇게 흥이 나는 음악을 만든 사람이 자살을 하다니... 최전성기(더 살았더라면 더 높이 오르지 않았을까)에, 28살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끝낸 사람이 만든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슬펐다. 갑자기 아비치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서 검색해 보았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호텔방에서 와인병을 깨서 목을 그었다고 한다. 데뷔 이후 10년 간 휴식 없이 계속 공연을 하러 다녔다고 한다.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의 문화예술계 간단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조수미에게 "재능과 노력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냐"라고 물었다. 조수미의 대답은 이랬다. "우선 재능은 필수다. 하지만 노력 없이는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없다." 그 대답을 듣고 나는 "재능이라는 계륵."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재능이 없는 것이 사는 것에는 더 편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재능=버리긴 아깝고 그걸 발휘하려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 그러니 계륵이지라는 생각을 했다. 


아치비의 노래를 들으면서는 계륵이 재앙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목숨을 연료로 재능의 불꽃을 피우는 게 합리적일까? 탁월한 재능이 없는 내 처지에서 탁월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그 재능을 발현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수단이나 방법들을 이해하고 납득할 길을 없지만.


남들이 없는 재능이 있으니 그 재능을 모른 척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쓰는 데는 대가가 따른다. 그러나 엄청난 보상이 주어진다. 


영화 <페니키안 스킴>에서 딸이 아버지에게 "도대체 이런 무모한 싸움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 그때 아버지의 대답은 "누가 이기는지 알고 싶어서."이다. 나는 사람들이 싸우고, 노력하는 게 부와 권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 대사처럼 인간세상의 이 난리법석의 이유는 '누가 이기는지 궁금'해서 일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몹시 슬퍼졌다. 


재능을 쓰는 사람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재능과 나 자신 중 누가 이기는지 알고 싶어서. 재능에 잡아먹히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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