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상강(첫서리가 내린다)이었다. 절기와 날씨가 대체로 일치하지 않는 시절을 살고 있는 나는 상강을 무시하고 시원하게 옷을 입었다가 오후가 되어 급기야 맑은 콧물을 흘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예상은 했지만 뜨거운 물 샤워를 멈추기가 힘들었다. 더 이상 헹굴 이유도 필요도 없었지만 온수가 계속 몸을 적시도록 내버려 두었다. 긴소매의 잠옷을 꺼내 입고, 전기요와 겨울용 침대커버도 꺼냈다. 21시부터 졸렸고, 전기요 위에서 자는 건 얼마나 따뜻하고 포근할까를 생각하니 더 이상 잠을 미룰 수가 없었다(내일 영화 볼까 말까 하는 고민과 동시에 영화 시간표를 짜고 있었다). 올해 첫 전기요 위에서의 꿀잠, 8시간 30분을 내리 잤고 수면점수는 99점이었다.
날이 추워지면 잠이 더 많이 진다. 심지어 이번 주에는 3일 동안 8시간, 11시간, 11시간을 자기도 했다. 이틀 연속 11시간을 잘 수 있다니, 신생아도 아니고... 이렇게 잠이 많은 내가 이 각박한 한국땅에서 낙오당하지 않고 자립해서 살아오고 있다는 것이 갑자기 매우, 몹시!! 서글퍼졌다. 일명 아구통 의사 장형우는 '먹고 싶은 걸 왜 참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먹는 거 정도는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싶다'라고 성토하던데, 나는 먹는 것에 잠을 대입하고 싶다. 왜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잠 정도는 매일 10시간씩 푹 자면 좋지 않은가!!
미밴드 수면앱도 웃긴 게 10시간 11시간 자면 수면 점수가 확 낮아진다. 밤 10시~아침 6시 사이 약 8시간 전후로 자면 99점이라고 설정해 둔 것도 사실 웃기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