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가 아닌 추분이었는데 오후 4시에 시작된 낮잠은 밤잠으로 이어져 무려 15시간 20분(미밴드5 측정 기준)을 잤다. 이 시간 동안 깬 시간은 0초!! 대단하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좀 대단하다. 신생아도 아니고. 내 방광도 대단하다. 낮잠 자기 전에 물이랑 우유랑 엄청 마셨는데 그걸 15시간 동안 버티다니!! 


한 달 동안 굶주림에 시달린 사람이 뷔페에 가서 배가 터지도록 음식을 먹듯이 잠을 쳐 잤다. 굶주린 사람과 나의 차이라면 굶주린 사람은 굶주림에 대한 자각이 있었을 테지만, 나는 나의 불면에 대한 자각이 없었달까. 분명 나는 밤이면 밤마다 잠을 잤으니까. 내 미밴드의 평균 수면 시간도 충분했으니까. 


지난 엿새 동안 내 집에 머물렀던 불청객들이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짐 싸서 야반도주하듯 떠난 후, 연휴 시작과 함께 (이걸 폭면이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청녀보다는 중년에 가까운 나이의 성인이) 15시간을 내리 잔다는 게 말이 되나. 


지덕체 3 요소가 균형 잡힌 인간이 되고자 그렇게나 노력했건만, 역시 체가 전부였다. 인간 된 도리로 받아들인 불청객들을 견디는 동안 내 몸은 작살이 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설정한 물리적&내면적 울타리에 그 누구도 들이지 않고 오직 나 자신만 있을 때가 좋고 편하다. 내 울타리 안에 누군가 들어오면 전부다 불청객이다. 진짜 싫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인간관계는 부모, 자매형제남매(이촌), 친구 뭐 그런 것들이다. 그런 인간관계가 싫다. 그런 건 필요 없다. 그런 게 나를 불'면'하게 하는 거다. 클래스메이트(친구 말고 급우!), 직장 동료 같은 관계가 적당하다. 그런 사람들은 몇 명이건 상관없다. 직장 동료가 천 명이든 천만 명이든 상관없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는 단 1명도 견딜 수가 없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겠지, 그러니 그들이 야반도주하듯 가버린 거겠지. 근데 나는 사정이야 정황이야 모르겠고, 그 불청객들이 물리적으로 없어졌다는 그 현상 자체가 너무 편하고 좋다. 그 증거가 15시간의 숙면이다. 


내게 주어진 나흘 간의 휴일을 방해할 인간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진짜 좋다. 자고 싶은 대로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것만 먹고(명절 음식 진짜 싫다!!!), 거실에서 내가 보고 싶은 드라마나 영화 맘껏 보고. 집에 누군가 있으면 그걸 못하니까. 그게 너무 힘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