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소설의 중심에 낭만적 사랑을 놓고 인물들이 사랑을 추구하다 무언가 거대한 것에 도달한다고 하면, 독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 사랑이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을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되었는지, 우리가 사는 시대는 왜 이러한지, 그런 중대한 사실을 깨닫게 한다고 설득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날 사랑을 은유로 사용하는 것은 발견의 행위가 아니라 향수에서 비롯된 행위일 것이다.
<연애 시대의 종말 / 비비언 고닉>
구 휴대폰으로는 빅시스의 홈트 영상을, 현 휴대폰으로는 유튜브를 보면(들으면)서 매일 거의 빠짐없이 저녁 홈트를 한다. 그젠가 정준희 논 시즌3에 조정래가 나온 걸 들으면서 다시 한 번(스티븐 스필버그 디스클로저데이 왜 그랬어 ㅜ 만들지 말지 ㅜ 왜 아무도 안 말린 거야) 80세 이상은 국제법으로 창작활동 금지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거장일 수록! 거장의 마지막 작품이 졸작인 것은 너무 슬프니까요. (박완서 1931-2011년. 오래 살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거장답게 80세에 죽음! 죽어버렸기에 80세 이후 졸작을 남기는 참사는 면했다! 역시 박완서는 대가!!) 뭐 하지만 조정래는 <정글만리>(2013년작)부터 졸작이었으니까 딱히 슬프진 않지만, 느낌적느낌으로는 이번 소설은 <정글만리>가 대작으로 여겨질 만큼 졸작 오브 졸작일 거라는 데 내 서재에 2014년에 쓴 정글만리 일기(현재는 비공개)를 건다.
하필이면 내가 막 비비언 고닉의 <연애 시대의 종말>을 완독 했을 때라 더더욱 조정래가 한남 꼰대 안동 권 씨인가 김 씨인가 집안의 칠십몇 대손 할아범처럼 여겨졌다. 아주 그냥 머리에 갓 쓰고 두루마기 입고 출연하지 그랬냐. 턱수염도 천 원 지폐 모델 이황처럼 붙이고 출연했더라면 캐릭터 설정이라고 이해라도 했을 텐데. 사실 <연애 시대의 종말>을 읽으면서도 고닉도 좀 올드하네 하는 생각을 했는데, 조정래의 사랑관(?), 결혼관(?)을 듣노라니 비비언 고닉은 아나키스트임.
맙소사 1) 책 제목: 서리꽃. 맙소사... 한국 근현대 시인들의 시 제목에 무수히 등장하는 동식물들. 김소월: 진달래꽃, 산유화, 접동새. 김수영: 풀, 눈, 폭포(폭포는 자연물이긴 하지만) 제목 때문에 2026년 신간이라기보단 1926년 신간 같다.
맙소사 2) 줄거리: 맙소사... 동아리 이름은 '글밭', 네 명의 등장인물의 공통분모는 '시! 화! 전!'. 시화전ㅜㅜㅜㅜㅜㅜ 어쩔 거냐고...이제 시화전은 사어 아닌가? 이거 왜 안 말렸어... 이건 마치 70대 할배 손님 타깃의 대형 베이커리 카페의 선곡 같잖아. 주로는 트로트가 나오고 어쩌다 가끔 할배들이 40대(한창 날렸을 무렵)의 최신곡인 코요테 노래가 나오는 그런 카페. 장남은 가업을 물려받고, 재벌, 여주는 죽을병... 살면서 이런 드라마조차도 본 적이 없다.<여름향기>의 손예진이 죽을병이었던 것 같은데 안 봤음. 가장 근접하게 생각나는 게 이종원, 하희라, 배용준, 전도연 주연의 KBS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 여기서도 여주가 죽을병에 걸리진 않아!!!
맙소사 3) 제목과 줄거리를 듣고 생각난 건 최종적으로 근현대 시인 김종길의 <성탄제>(1969년)였다. 열병을 앓는 아들을 살리고자 애쓰는 찐 부정. 눈 쌓인 겨울에 산수유 열매를 찾아서 나는 간다, 아들아!!
맙소사 4) 목차... 빨간 장미꽃 백송이. 심수봉이세요? 백만 송이로 하지 왜... 촌스러워서 돌아버리겠다.
정준희의 논(겸손은 힘들다 유튜브) 조정래 편 28분부터는 듣는 것이 너무나 고역이었다.
조정래 왈: 요즘 사람들은 살아보고 나서 결혼한다던데 그러면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정절, 순결은 어떡하냐(네?!!!!! 정절, 순결???? 이런 말을 너무 오랜만에 들어봐서 신선했다 ㅋㅋㅋㅋㅋㅋ). 그런 인스턴트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시즌3까지 나온 유미의 세포들 의문의 1패. 김유미는 몇 번의 (조정래에 의하면 인스턴트일 뿐일 하찮은) 사랑을 한 후에 10살 혹은 띠동갑 정도되는 가난한(?) 연하남을 남편으로 맞이한다. 그러나 난 시즌4를 기대한다. 돌싱 유미!!). 그래서 나는 이재이를 만들었다. 이재이는 돈을 돌보듯 하고, 사랑에 목숨을 거는 남자다. 그런 게 진짜다. (중략) 당신은 나의 남편이야라는 뜻으로 이재이가 읽잖아요. 내가 참 잘 썼다고 생각한다 하.하.하.(평생 얼마나 칭찬만 들고 살았으면 저런 어이없는 자화자찬을... 할까 싶었다. 조정래는 요즘 젊은 작가 소설 읽은 게 있을까 매우 궁금. 한두 편이라도 읽었다면 자신이 얼마나 시대에 뒤처진 사람인지 알 수 있었을 텐데...)
사랑에 목숨 건 재벌집 남자가 나오는 소설 최신 소설이 하나 있지. 그것은 바로 구병모의 <절창>(2025년 올해의 책).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너무 잼나서 소장하고 싶어서 이번에 화이트에디션으로 구매했다. 조정래 할배는 구병모의 <절창>을 제발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2020년대 판 슬픈 사랑 얘기의 정석 같은 거니까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물론 마지막에 손수건은 좀 밤티였다. 엥?? 했음 ㅋㅋ 혹시 알라딘에 조정래 할배 계정이 있다면(안다면) <절창>과 <연애 시대의 종말> 두 권 선물하기로 보내고 싶은 심정.
비비언 고닉의 <연애 시대의 종말> 마지막 장 제목은 '연애 소설의 종말'이다. 이 장에서 고닉은 시대가 변했음을 깨달은 늙크크의 비통함을 서술한다. 라떼는 사랑이 전부였지, 하지만 시대가 변했어, 이제 사랑은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야 흑흑. 그렇게 책은 끝이 난다.
사랑에 목숨을 걸기엔 존버해야할 인생이 너무 긴 100세 시대고요, 할 수 있는 게 사랑 혹은 연애뿐이었던 시절과 달리 요즘은 연애만큼 재미있는 것인 넘쳐 나고요. 아무튼. 무엇보다 문제는 사람들은 소설을, 특히 연애소설은 거의 읽지 않는다고요. 책을 읽더라도 소설은 안 읽는다고요. 웹툰 웹소 말고 고전적인 소설은 거의 안 읽는다고요. 나 같은 아날로그 인간들이나 읽는 게 소설인데, 이성애, 결혼, 부부, 정절을 주제로 한 이 세상에 존재 가능성 0%의 남주 이재이가 주인공인 소설을 1943년생 한국 나이 84세의 남류작가가 썼는데 그걸 누가 읽나. 1980년대에 대학생이었던 현재는 60대인 은퇴한 사람들 정도나 읽겠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뿔싸! 이들은 전후 베이비붐 세대라서 현재 60대는 현재 20대의 몇 배 일 테니 베스트셀러가 안 될 이유는 없겠지만...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대히트 이후 그 누구에게서도 비난을 받아본 적이 없을 거 같은 조정래의 꼰대스러운 소설관을 들어보니... 왜 <정글만리>가 졸작이었는지 잘 알 것 같았다.
p.s1. 정준희는 <서리꽃>이 잘 쓴 소설이라고 생각할까? 제목부터 너무 부끄럽다.
p.s2. 아래는 2014년 <정글만리> 읽고 쓴 일기
조정래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정글만리>를 썼을까.
아 정말 이건 소설도 아니고 신문찌라시도 아니고.
사나이대장부가 아니어서 도통 이 소설의 주제를 파악할 수가 없네.
고작 이 정도의 안목을 가진 자가 한국의 지식인?
희망없음. 미래없음. 이미 망했음.
이라는 내 결론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뿐이다.
현재 3권의 절반정도 읽었는데
이렇다할 사건도 없다.
혹시나 뭔가 사건이 있나 싶어서 계속 읽고 있는데
없다.
그냥 여기저기 흘러다니는 신문기사와 카더라 통신을 짜깁기 했을 뿐이고
여기에 작가의 고리타분한 민족주의와 대의명분주의를 김치양념 쳐바르듯이 쳐발라 놨는데
그 냄새가 코를 틀어막고 싶을 지경.
중국 근현대사라는 거대한 책을
장발장 동화책 버전으로 읽고 있는 기분.
태백산맥의 작가와 동일인 인지 심히 의심스러울 정도의 한심한 책.
ps3. 제미나이에게 출판사 해냄의 대표 소설가를 물어보니 조정래, 김훈, 이외수, 공지영이라고 했다. 내가 알라딘에서 수동으로 해냄 검색해서 본 거랑 일치. 저 네 명 다 비호감. 특히 김훈 진짜 싫어하는데... 저런 출판사에 저런 소설가, 끼리끼리라고 해야 하나 싶다. 김훈이 조정래에게 그랬데. 태백산맥에서 어떤 커플의 러브 라인이 춘향전 저리 갈라고 ㅋㅋㅋㅋㅋ 잘못된 칭찬이 사람을 얼마나 바보로 만들 수 있는 대표적 사례되겠다. 그 누가 이미 <태백산맥>으로 대 성공한 남류작가 조정래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었을까. 구병모가 현재의 구병모가 된 것에는 구병모에게 너는 절대 소설가가 될 수 없어라고 절창을 능가하는 언어폭력을 한 모 교수의 악역의 힘이 컸을지도. <태백산맥> 이후의 조정래도 합평회 같은 거에서 난도질을 좀 당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정글만리>를 더 설득력 있게 썼을 텐데, 그랬다면 <서리꽃>을 쓰지 않고 절필함으로써 <태백산맥>의 작가로서의 품위 정도는 지킬 수 있었을 텐데... 2026년에 낭만적 사랑이라고 하면서 정절? 순결이요?? 왜요??
ps4. 히가시노 게이고의 너무 이른 죽음을 보면서 아깝다는 생각을 했는데, 너무 오래 살아서 본인의 명성을 셀프로 조지는 작가를 보니 80세 이전에 죽는 것이 명성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망칠 명성이 없는 사람은 100세 가야지!! 망칠 명성도 없는데 오래 살지도 못하면 너무 억울하자나. 같은 이유로 미야자키 하야요(1941~)도 마지막 작품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년)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80세 넘어서 창작활동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 솔직히 저거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음. 소년이여 우쭈쭈 같았다. 솔직히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훌륭한 중이병 극복 사례 스토리를 만들고 나서 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병약한 소년 등장시켜서 우쭈쭈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