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 영화
<경주기행> 2026.08.26. 개봉
감독, 각본: 김미조
주연: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
전체적인 소감은 여자 봉준호 영화 같다는 것. 특히 공동묘지 옆 폐가로 추정되는 펜션 마당에서 전신 비닐봉다리는 둘러 쓴 살인범과의 난투극(bgm 제목은 콩콩이 난투극: 저놈 잡아라)은 <기생충>에서 거실 난투극과 <옥자>에서의 다이소를 거치는 긴 추격씬이 저절로 연상되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네 딸들의 엄마 옥실은 전형적으로 이기적이고 비겁한 한국의 엄마상이다. 옥실이 자신의 손에 피 묻히기를 두려워하여 망설이는 동안 옥실 대신 피 묻히고 피흘리고 하는 건 전부 딸들, 특히 셋째 동주의 몫. 그래 이게 부모지! 1948년 8월 16일부터 독립운동했던 친일매국노처럼 옥실도 동주가 다 차려놓은 밥상에서 속죄하는 게 부모지. 그 속죄까지까 부모가 자식을 괴롭히는 방법이다. 옥실은 자신의 몸이 카트라도 되는 듯 살인범을 실어나르는 모습(문경 십자가 자살 사건 같기도 했고. 최종 살인범 처리에는 거여동 밀실 살인 사건이 생각남. 뭐 어쩌면 실제로 감독 또한 두 사건을 참고했을지도) 또한 <기생충>에서 이정은이 온몸으로 벽처럼 보이는 미닫이 문을 여는 장면과 유사했다. 여자 봉준호... 하필 이정은 배우라는 동일 인물이 비슷한 몸연기를 해서 더 그렇게 느껴졌던 걸지도. 그리고 음악도 좀 유사함. 음악감독은 김사월&김해원의 그 김해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나는 옥실 같은 부모(특히 엄마)가 진짜 싫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서 자식 먼저 죽이고 자살하는(가족 동반 자살이라는 엽기적 단어) 부모의 전형이다. 옥실은 경주의 죽음 자체보다는 금지옥엽의 막내딸을 잃은 자신의 처지에서 슬퍼하고 노여워하면서 죽지 않은 나머지 세 명의 딸을 돌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세 명의 딸들이 엄마의 눈치를 살피면서 엄마를 돌보게 했고, 경주 여행도 그것이 원인이 되어서 기획된 것이었다. 옥실은 왜 자기만 유독 더 힘들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 인간이기에 부모가 되었고, 그래서 자식을 네 명이나 낳은 건지도.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었다면 욕심이 덜 했다면 잘 키우지도 못할 형편이라는 걸 뻔히 아는데도 불구하고 네 명씩이나 낳아서 자식들 고생시키지는 않았겠지. 영주가 받았던 돈뭉치 속의 편지(만약 영주 니가 더 좋은 조건의 부모에게서 태어났더라면, 다음에 태어나면 좋은 부모 만나라 운운)는 얼마나 위선적이고 가소로운가. 그걸 알았다면 적어도 자식을 네 명은 만들지 말았어야지. 진성성이라고는 1도 없는 부모들의 위선 그 차제였던 편지였다. 그래서 옥실의 그 편지는 완벽했다!!! 나는 속으로 그 편지를 보면서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이 "멋지다 연진아" 하면서 박수 치는 심정처럼 박수를 쳐댔다. K-어머니 대표 옥실 멋지다!!!! 김미조 감독은 이런 편지를 K-부모, 특히 엄마들의 위선을 알리게 위해 썼을까, 아니면 바로 그것이 부모 심정 꺼이꺼이, 니가 부모 심정을 아냐 하는 마음에서 썼을까 궁금. 한국의 부모들은 나 몰래 어디선가 위선적인 K-부모 되기 수업이라도 받는 걸까?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지금 이 문자를 받은 당신만 입장할 수 있어요 하는 vip 링크 같은) 임신을 한 부모들에게만 노출되는 문화센터 강좌라도 있는 걸까.
영화는 볼 만했다. <호프>가 별점7이라면 <경주기행>은 별점8.
#. 두 번째 영화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2026.08.26. 개봉
감독: 데이빗 로버트 미첼
주연: 앤 해서웨이, 이완 맥그리거
영화 보는 내내 생각났던 영화는 <쥬만지>와 <마이걸>
스타일(특히 패션)은 마이걸이고, 내용은 쥬만지.
내가 할리우드 오락(??) 영화에 바라는 것이 부족하지도 않게 과잉되지도 않게 마침맞게 들어있는 영화.
나는 나홍진의 <호프>는 상황만 있고, 플롯은 없다고 본다(영화는 뮤직비디오가 아님!!). 상황만 계속 보여준다. 그러니까 사실 <호프>는 촬영감독 홍경표의 영화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은 필수 기능에만 충실한 여행자용 초경량 패딩 같은 간단 명료한 플롯을 보여준다. 공룡이 유치할 수도 있지만 그 유치함은 인과가 명확하다. 그런데 <호프>는? 그 장면을 쓰고 싶어서 추가했다는 느낌 말고는 없는 것이다.
직전에 과잉 대 폭발(러닝타임부터 모든 것이 과잉)이었던 <오디세이>를 봐서였을까. 놀란 영화는 헤메코 장르에 비유하면 갸루. 그렇다면 이 영화 오크 스트리트는 긱시크 정도 될 듯 ㅋㅋㅋ 공룡=긱, 1980년대 배경=시크
<오디세이>를 프로이트가 봤다면 뭐라고 분석했을지 ㅋㅋㅋㅋㅋ 남근 남근 남근, 아들은 참 남근이 되지 못해서 아버지 찾아 삼만리하시고요, 왕비는 왕이 없는 20년 동안 이 왕국을 실제적으로 통치한 건 나였다고 하면서 자신에게 남근(하지만 그건 남근이라기보단 충동형 ADHD로 보였다. 오디세우스의 영웅 서사의 근본은 충동!!)이 부재한 것을 원통해 했다. 그 원통함의 해소였을까 <오크 스트리트리의 마지막 날>의 앤 해서웨이는 먼저 죽어버린 남근의 즉석 사진 한 장만 기념으로 간직한 채로 왕국을 구한다!!! 아싸!! 러닝타임 99분!! 완벽하다.
영화는 볼 만했다. <오디세이>가 별점7이라면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은 별점8.
ps. <오디세이>와 <호프>는 중국 부자의 명품 패션 같다. (가방 제외) 머리부터 발끝까지 최소 3억은 뒤집어쓴, 브랜드는 최소 7개 이상인, 이런 걸 스타일 아니 하다못해 패션이라고 부를 수 있나? 돈을 입을 순 없으니 돈 대신 명품을 입은 꼴갑 같지 않나?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하고 싶은 말: 영화가 최신 촬영 기술의 박람회라고 생각하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