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다시 말하면 7월과 8월의 남부지방 더 좁히면 경상도 더 좁히면 남동해안가 지역의 여름은 극한날씨 빅쓰리였다. 우선 극한가뭄이 먼저 찾아왔다. 정말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다음에는 극한폭염(39~40도가 일상!)이 찾아왔다. 마지막으로 연휴 동안 연속 외출 기록을 세우겠다는 나의 창대한 계획을 극한폭우가 막아섰다.


비는 토요일 밤부터 시작되었다. 그때 나는 운전을 하고 있었고, 전방 유리창에 빗방울이 어느 정도 맺히자 on으로 설정되어 있던 와이퍼가 성실하게 작동했다(잔고장 없는 나의 훌륭한 자동차!! 구입한 지 십 년이 넘었지만 넌 아직도 내 눈에는 새 차란다!). 그때만 해도 비가 많이 내릴 거라는 생각을 못한 채, 내일은 빗길 운전이 되겠군 정도만 예상했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 날씨 뉴스를 보니 호우 특보, 물폭탄, 200mm 이상 예상 등의 내용이 있었다. 이런 날씨에 괜히 외출했다가 지하차도에 고립, 도로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외출 계획은 취소하고 집에 있기로 했다. 딱히 중요한 용건이 있는 건 아니었고, 그냥 외출하고 싶은 마음이 든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집에서 좋아하는 작가(캐럴라인 냅)의 책을 침대에 드러누워서 읽다가, 낮잠도 자고, 드라마(요즘은 <유미의 세포들> 보는 중, 딱히 재미는 있지 않지만 별 스토리 없는 느슨한 전개와 등장인물들의 소시민성이 무해해서 맘에 든다) 보다가 홈트하고 씻고, 또 책 읽다가 잤다. 그게 밤 열 시. 극한폭우라는 날씨와는 별개로 내 하루는 무해했다. 강수량 약 100mm 이상


그러고 나서 대체 휴일인 어제, 오늘은 외출 좀 해볼까 하고 날씨 뉴스를 봤는데 심각했다. 산사태로 인한 토사가 그대로 아파트 건물을 관통했다는 뉴스를 보고는 잠시 멍했다. 작년 산청 지역 폭우 때도 그랬지만 산사태와 토사로 인한 매몰, 그런 게 생각보다 더 공포스럽다. 어제 못했던 외출을 할까 했는데, 그냥 안전하게 집에서 뒹굴기로 했다. 좋아하는 작가(패티 스미스)의 책을 읽고, 유미의 세포들을 이어서 보고, 낮잠도 자고, 홈트도 하고, 여러 가지 생필품과 여름 세일+세일 맞이 ACC들을 샀다(온라인 쇼핑). 극한폭우에 대한 걱정은 다소 있었지만 나름 무해한 하루였다. 패티 스미스의 단편을 마저 읽고 잤다. 음... 소설보다는 에세이 쪽이 더 낫다는 생각. 강수량은 어제와 비슷한 약 100mm 이상. 하지만 지역별로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정확히 우리 동네가 얼마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48시간 동안 비 많이 내렸다. 극한 가뭄은 해결되었을 만큼 많이 내렸다. 


잠귀가 매우 어둡다. 아니 잠귀가 없다. 하지만 유독 나를 깨우는 소리가 있었으니 그것은 빗방울이 창문이 있는 외벽에 장식해 둔 징크를 때리는 소리다. 가늘디 가는 빗방울이 철판을 때리는 소리는 천둥만큼 크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나는 외벽에 그따위 장식을 돈 들여 가면서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필이면 침실 창문이 있는 외벽에 그런 걸 붙이다니... 

가장 무서운 폭우는 모두가 잠은 새벽 2~5시 사이의 폭우일 것이다. 새벽에 빗방울이 무섭게 외벽 징크를 치는 소리가 연속해서 들렸다. 잠결에 어제저녁 뉴스에서 봤던 밤사이 2~3분 사이에 도로가 빗물에 잠기는 CCTV 영상이 꿈속에서 재생되었다. 다행히 동네가 물에 잠기는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금도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빗줄기는 굵었다 얇았다 하고 있다. 바로 지난 목요일의 짧고 어설펐던 소나기를 매우 매우 아쉬워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는 몰랐었지. 약 30시간 뒤부터 극한폭우가 내릴 줄은... 물론 뉴스에서는 남부지방 폭우를 예보했었지만 계속 ""극한""가뭄이었기에 느닷없는 폭우 예보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려웠다. 


뉴스에서는 이 모든 극한 날씨들의 이유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했다. 참 쉽죠잉? 매년 기상관측 이래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원인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하면서도 AI 혁명에 열광하고 있는 걸 보면 뭐 이런 병신 같은 인류가 다 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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