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좋은 거야. 믿느냐 안 믿느냐가 아니라, 모르니까 좋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

(중략)

"나는 괴담을 이야기하고 있으면, 좀 과장일지 모르지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

(중략)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이따금 소름이 돋거나 항문이 스멀거리거나, 그런 구체적인 생리 반응을 체감할 수 있잖아? 아아, 내가 무서워하고 있구나, 내 몸이 반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중략)

태어난 지 반세기나 지나면 대부분의 감정은 너무 익숙해져서 이골이 나 있고, 대개는 상상이 간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공포는 만날 때마다 신선한 감정이다.

<커피 괴담 / 온다 리쿠>


이렇게 무난하게 매일을 반복하면서 계속 살아나가면 되는 걸까? 생존 말고는 다른 의미 따위 없는 걸까?

뉴스들은 스포츠 중계를 하듯이 올여름 폭염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기후 학자들이 다 예언한 일들 아닌가? 2016년 이후로 돌이킬 수 없게 된 것이 지구온난화의 가속화인데 왜 이제 와서 호들갑인지 알 수가 없다. 한편에서는 이상기후, 폭염이라고 하고 한편에서는 AI 대전환이라고 하고. 왜 굳이 지구를 더 더워지게 하는 쓸모없는 기술 개발에 인류의 모든 가능성 몰빵하는지 안빈낙도가 생존전략인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온!! 매년 여름 뉴스에서는 이 멘트를 복붙하겠지. 


역대급 폭염이라고 하지만 나의 생활 속에 폭염은 없다. 집, 자동차(+실내주차장), 회사, 백화점, 영화관, 마트 속에서 모든 생활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실외 즉 노상을 걸어 다닐 일이 거의 없다. 폭염은 뉴스 속에나 있는 것이지 내 생활에는 없다. 도박과 다름없는 주식도 하지 않으며, 단군 이래 계속 불경기 악화일로인 자영업도 하지 않으니 내 생활에는 불황도 없다(반대로 호황도 없지!). 빚이 없고, 자가 주택이 있고, 1인 가구로 생활하기에는 충분한 급여를 받는 회사원이라 사실 생계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 


다만 문제는 이 무난함이 너무 지겹다는 것!!! 지금 이 생활이 내가 바라던 '파랑새'였다는 건 알고 있다. 이 생활이 내 최대치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이걸 유지하는 것 말고는 없는데, 그게 참 지겹다는 거...


온다 리쿠는 처음 읽어봤는데 소소하니 매우 만족스러웠다. <커피 괴담>에 나오는 무해한 미스터리 정도가 딱 좋다.  도파민은 없지만 지겨움을 덜 느끼게 해 주는 정도의 이야기라서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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