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2편을 굳이 20년 만에 제작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볼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영화 시간표를 짜다 보니, 영화 지원금 6천 원 행사가 있다 보니, 마지막으로 팟캐스트 필름클럽에 에피소드가 있어서(이 영화 내용 중 다룰만한 무엇이 있나 싶어서 궁금했다) 보게 되었다. 사실 시간도 돈도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ost 정도 건졌다는 걸로 만족하자.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충격적이었던 것은 (수많은 아는 혹은 알지도 못하는 명품 의류가 아닌) 미란다(메릴 스트립)의 검정 뿔테 돋보기안경이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장면의 절반 쯤 끼고 있다는 것도 충격적!!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개봉 때 극장에서 보았고 그 후에도 서너 번은 봤고, OST는 너무 좋아서 CD 샀고, 요즘도 운전하면서 종종 듣는다. 왜냐하면 CDP가 차에만 있기 때문. 왜인지 모르겠지만 멜론이나 지니에서는 전곡 다 감상할 수 없다. 그래서 OST는 CD로 들을 수밖에 없고 CDP는 차에만 있고. 하지만 2편은? 그것도 20년 후 2편이라고?? 20년 후라면 앤디가 미란다가 되어 있고, 신입 직원이 등장해야 이야기가 되는 건데, 여전히 미란다는 미란다, 앤디는 앤디라고?? 적어도 제대로 된 구조라면 미란다는 조연이 되어야 하는 건데 여전히 주연이라고? 기대가 전혀 되지 않았고, 예상대로 엉망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도대체 이 영화의 무엇이 필름클럽의 한 회차 소재인가 궁금해서 들었다가 마지막 5분부터 끝까지의 방송과 잡지 다시 말해 기존 미디어 종사자들의 성토를 듣고 피식했다. 뭐 어쩌라는 건지?? AI로 폰트를 만드는 시대에 서예를 지켜달라는 소리같았다. 서예에 대한 아쉬움이 많은 나로서는 먹 대신 먹물로 서예를 할 때부터 글러먹었다고 생각했던지라, 서예의 근본은 먹을 가는 마음이 절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일본 애니 <아따맘마>에서 먹 가는 장면을 보고 역시 근본이 있는 애니야 라고 혼자 끄덕끄덕하곤 했다. 아따맘마의 중요한 문화, 여가 생활이 서예임!! 


pd는 필름클럽에 대해서 생각을 해달라고 했다. 어떻게 10년째 방송을 이어가고 있는지 생각해 달라고 했다. 솔직히 황당했다. 그걸 내가 왜 생각해야 하지? 이럴 때 쓰는 말이 누칼협인가? 10년째 청취하고 있는 나한테 고마워하지는 못할 망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 pd 본인은 왜 10년째 팟캐스트에만 안주하고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스스로가 방법을 찾았어야지 왜 청취자들에게 지켜달라고 강요하지? 필름클럽을 했기 때문에 해당 프로그램의 pd는 씨네 21에 영화음악 관련 칼럼을 기고하게 되었고, 또 영화음악 관련 책도 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pd 스스로가 성취한 필름클럽의 열매라고 생각하고, 또 다른 보상을 바란다면 그것 또한 방송을 만드는 pd와 진행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청취자를 위해서 방송을 만들었다는 생각은 착각이니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의 커리어를 위해서 만든 거 아닌가? 10년 간 영화 관련 팟캐스트를 만든 이력으로 또 다른 보상을 만드는 것 또한 진행자들이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인기 없고 수지타산 맞지 않으면 그냥 고별하는 것이다. <책 이게 뭐라고>나 <책읽아웃>처럼 연재 종료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청취자가 지켜주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가 다른 문화 유산보다 더 소중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가 생겨난지 고작 100년 남짓. 네이버 AI 프리핑에 의하면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래프 공개 상영을 출발점으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 어쩌고 이다. 영화의 나이는 2026년 현재 130살이다. 영화가 없어진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관객이 지키고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동정표로 조금의 수명은 연장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시한부라는 것. 영화가 없어지는 것도 받아들여야 할 판국에 일개 영화 감상 팟캐스트야 말해 뭐하나. 운이 있으면 살아남는 것이고 운이 없으면 종료하는 것인데, 그 운 없음을 청취자 탓하는데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해당 회차의 마지막 5분에서 기성 미디어 종사자의 나약함을 봤다. 팟캐스트로 밥벌이하는 1인 팟캐스트 진행자도 저런 약해빠진 징징댐 안 한다. 진심 개어이없었다. 기득권(?) 업계 종사자들은 대체로 저런 것 같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의 기득권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걸 받아들이지 못한다. 검찰이나 방송국 pd나 똑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알아서 살아남아라! 기득권 없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알아서 살아남거나 그러지 못하면 말 그대로 죽으니까. 


ps. 내가 해당 pd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긴 것이 몇 가지 쌓였는데 이 회차에 폭발한 것 같다. 가장 가까운 사례는 sbs 이큰별 pd가 만든 <고래와 나> 사연 후기와 홍보였다. 짜증 나서 <고래와 나> 안 봄. 그땐 이큰별이 누군지 몰랐지. 최근에 이큰별이 누군지 알게 되었지. 아 니가 그 유명한 그알 pd였구나. 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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