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더릭 와이즈먼(1930년~)은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내가 이 감독을 처음 알게 된 건 <내셔널 갤러리>(2016.8.25. 개봉)가 개봉했을 때였다. 그 다음에 본 건 <뉴욕 라이브러리에서>(2018.10.11.개봉). 수시로 보고 싶어서 구글 영화에서 두 편 다 구매했는데 최근에는 잘 안 본 것 같다. 장삼이사 인간들에 대한 혐오가 치밀어 오를 때 보면 감정이 순화된다. 세상에는 악인보다는 선량한 사람이 다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안심하게 되기도 하고.


와이즈먼 회고전에서 본 다큐 네 편과 영화 한 편을 기록해 보겠다.


프레더릭 와이즈먼 다큐의 평균 러닝타임은 180분 정도가 아닐까 싶다. 3시간 넘는 다큐가 2/3 정도. 3시간이면 보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3시간 순삭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멍 때리면서 보면 된다. 일상브이로그 센트럴파크 편, 일상 브이로그 법원 편, 일상 브이로그 주 의회 편, 일상 브이로그 시청 편. 특별한 줄거리가 없기 때문에 졸리면 잠시 자면 되고, 눈은 화면을 보면서 머리로는 다른 생각을 해도 된다. 특별한 내용이 없기도 하거니와 사실 다 아는 일상의 말들이다. 주 의회나 시청에서 하는 말들이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대충 정치 유튜브 보듯 듣듯 하면 된다. 이미 아는 내용 90%+ 새로운 뉴스 10% 정도의 난이도. 


<센트럴 파크> 1989년작 176분.

이번 회고전에서 제일 보고 싶었던 작품. 한때 나는 센트럴 파크 뷰의 파크 하얏트 뉴욕의 스위트룸에서 1박을 해보는 것이 로망(현재는 전혀 아님)이었기 때문. 

공원에서 노숙하는 사람, 러닝 하는 사람, 결혼식 하는 사람, 풍경화 그리는 사람들, 공원의 꽃과 나무를 가꾸는 자원 봉사자들이 연속으로 나오다가 잠시 쉬어가는 페이지는 멋진 공원 풍경 영상들 ㅋㅋㅋㅋ 공원의 오래된 테니스 코트의 유지&보수 또는 철거에 대한 회의, 각종 행사들(에어로빅 행사가 압권 ㅋㅋ), 달리기 대회 등등. 계절은 여름. 영화 <뉴욕의 가을>에서 보이던 단풍 든 센트럴 파크도 나올까 했는데 여름 한 철의 센트럴 파크에서 끝남. 약 3시간짜리 영상이었는데, 30분짜리 일상 브이로그 감상한 정도의 피로감이었다. 


<시티 홀> 2020년작 272분

주연: 2014~2021 보스턴 시장 마티 월시, 바이든 정부 노동부 장관,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물론 다큐에 주인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 다큐 촬영 당시 보스턴 시장으로 다큐에 가장 많이 출연함)


도널드 트럼프 2기의 미국 정부 시절에 이 다큐를 보니 뭔가 매우 이질적이었다. 불과 6~7년 전의 미국이 저렇게 휴머니티와 민주주의가 넘쳤다고???????? 협의와 합의와 토의와 토론과 절차가 지켜지는 행정 과정, 약자와 이민자를 위한 행정 등등. 

다큐에서 인상 깊었던 것 몇 가지, 매년 열리는 재향군인 추모 행사와 불법주차 과태료 발급과 소명. 다 알면서도 그들의 사연에 속아주는 시청 공무원의 사려 깊음 ㅋㅋㅋ 벌금 면제 해줌. 어쩌면 시간을 들여서 시청에 소명하러 가는 그 절차 자체가 벌칙인지도. 또 영업이 잘 되지 않는 슈퍼마켓에 시청 직원이 직접 찾아가서 슈퍼마켓 사장과 함께 상생 방법을 논의하는 것. 즉 사장은 우리 슈퍼마켓을 이렇게 저렇게 리모델링하면 영업이 잘 될 것 같으니 시청에서 공사를 허가해 주고 지원도 좀 해주쇼 하는 읍소였고 시청 직원은 슈퍼마켓 투자자라도 되는 듯 매우 진지하게 들음. 원래 진지한 건지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이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으니 저절로 진지해진 건지는 의문. 다큐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이 말을 청산유수로 잘 함. 막힘이 없달까. 




<가정 폭력 2> 2002년작 160분

처음 시작 10분 정도는 경찰이 주택가 골목에서 가정 폭력의 가해자를 체포하는 장면. 나머지 150분은 전부 재판임. 세 곳의 재판정에서 가정 폭력 재판을 받는 부부 또는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정식 재판장 또는 판사의 사무실(아마도 기소 전 절차?)에서 소명하는 장면.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부는 엘리트 부부(특히 남편은 가정폭력 예방 수업 강사로 봉사활동도 하는?)의 남편이 술을 마시고는 아내를 위협하기 위해서 허리띠를 풀어 아내가 서 있는 뒤쪽 벽을 내리쳤는데, 아내는 남편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더 위험한 사고(더 심한 폭력 혹은 음주운전)를 일으키는 것을 막고자 경찰에 신고했는데 이에 남편은 가정폭력 가해자로 형사 기소 당하게 됨. 미국에서 가정 폭력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서 아내의 해명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남편은 폭력범이 됨. 아무튼 그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영화의 엔딩은 영화의 배경인 힐스버러의 도로변 상점들을 촬영한 장면들이다. 맥도널드, 주유소, 이런저런 상점들, 빌딩들. 맘에 들었다.  인간들이 살아가는 현재의 공간을 미화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줘서 좋았다!!


법원은 플로리다주 힐스버러 카운티라고 한다. 




<주 의회> 2007년작 218분


아이다호주 보이시 주 의회가 배경이다. 다큐는 돔 지붕을 가진 황토색의 고풍스러운 벽돌 건물인 주 의회 건물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된다(기억된다). 살아오는 내내 정치에 관심이 없다가 윤석열의 내란 이후에서야 정치 뉴스를 보고 법사위원회를 보고 했던 게 전부였던 나는 아이다호 주 의회 의원들은 진지하고 예의 바른 회의 모습이 믿어지지 않았다. 아이다호주 주 의회에는 고장 난 라디오처럼 헛소리를 반복해서 하는 국민의힘 의원 같은 자들이 없나 보다. (주진우, 송언석 이런 자들이 법사위에서 내뱉은 말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빡침. 특히 주진우는 말의 내용도 견디기 힘들지만 그 코맹맹이 목소리는 더욱 견디기 힘듦. 돈이 많아도 비염 걸린 목소리 같은 건 치료가 안 되나 봄???) 

안건과 안건에 대한 근거를 발표할 때의 차분함과 안정적인 발음과 억양, 논리 정연함! 저것이 참 민주주의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연출 아닐까? 아니면 지나치게 촬영을 의식한 겉치레?' 하는 의심도 들었다. 현재의 도른 자 도람프와 그 졸개들을 생각하면 한때라도 미국의 주 의회가 언행은  엘레강스하고 내용은 민주주적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것이 사실!!!!! 


이 다큐에서 좋았던 점: 한 번의 회의가 끝날 때마다 천고가 높고 내부가 대리석 같은 비싸고 단단해 보이는 돌로 마감된 의회 건물 중앙 계단을 비춘다. 그렇게 보이는 복도에는 고급진 자가드 천이 덧대어진 싱글 침대보다 커 보이는 카우치가 놓여 있는데, 이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매우 매우 좋았다!! 


기억에 남는 회의가 하나 있다. 건축업 면허제 실시 여부에 관한 회의였다. 아이다호주 의회에서는 건축업자들에게도 면허를 발급하고 면허를 발급받은 자들만 건축업을 할 수 있게 하려고 하자, 건축협회 회장(당연히 직업은 건축업)이 나타나 이것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짓이라면서 결사반대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국가가 개인에게 강요하는 모든 면허를 반대한다라며 내가 참 리버럴이다!!라고 외친다. 이에 한 의원이 하나씩 질문한다. 대답은 예, 아니오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 

너는 미용 면허에 반대하니? 반대다!

너는 변호사 면허에 반대하니? 반대다!

너는 의사 면허에 반대하니? 어.. 음.. 저 그러니까 나는 기본적으로 자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규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의다!

그래서 너는 의사 면허에 반대한다는 거야 찬성한다는 거야 찬반으로 말해. - 음 저 그러니까 나는 규제를 최소화하고 

그럼 다음 질문. 교사 자격증은? - 반대다. 

여러 가지 면허와 자격증이 발급되는 직업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다가

그런데 너는 그동안 다른 직업들에 대한 면허제가 실시될 때는 침묵하다가 왜 건축업 면허제 실시에만 나타나서 자유를 주장하니? 면허제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닌 거 같은데?라는 의원의 질문에 또 어버버 거린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비리 검사들(엄희준, 강백신, 박상용: 상용아 멋지다 너의 그 검정 버버리 코트, 새 거 같던데 국정감사를 위해서 새로 산 거야?, 정일권: 남의 자식은 공공재, 내 새끼는 개인정보 ㅋㅋㅋ아주 구냥 깨알 같다ㅋㅋㅋㅋㅋ 니 애새끼 그래 참 소중하구나) 같았다. 

이후 회의에서 건축업 면허제는 가결된다. 


**와이즈먼 다큐를 보면서 든 의문점

다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촬영 카메라를 의식해서일까 하나 같이 말을 논리 정연하고 차분하게 잘하지? 

판사든, 하원의원이든, 시청 공우원이든, 불법 주차 과태료를 받은 운전자든, 가정 폭력을 저지른 이민자 출신의 하층 노동자든 간에 말이다. 말을 더듬지 않고, 말을 멈추지 않고, 말이 삼천포로 빠지지 않고(이게 진짜 신기함) 자연스럽게 미리 준비한 연설문(+프롬프트)을 읽듯이 자신의 의견과 근거를 잘 말한다는 것이다. 이건 단순히 그들이 영어로 말하기 때문에 내가 적당히 미화해서 듣기(읽었기) 때문일까? 


**와이즈먼 다큐의 부작용

다큐를 다 보고 나면 천리마 노동마저도 긍정하게 되는 어엿한 산업 역군 근로자로 정신이 개조되어 버린다는 것. 즉 긍정해서는 안 되는 것 마저도 긍정하게, 안주하도록 만들어 버린다는 것.

자신의 일터에서 근면성실하게 소명을 다하는 근로자(노동자X)들 때문에 지금의 도날드 트럼프가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쟁=돈이니까. 가정에 비유하자면 가정폭력을 일삼는 가부장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가출하지 않(못하)고 그 집에 같이 살기 때문 아닌가? 근면성실한 근로자(납세자)와 민주시민은 어떻게 보면 도람프(+베냐민 네타냐후) 같은 전쟁광의 숙주(호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한나 아렌트 식으로 말하면 근면성실함=악의 평범성(악의 단조로움?)



<마지막 편지> 2002년작, 62분

와이즈먼 너마저.... 에휴.... 나치 점령하의 우크라이나에서 아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는 여자의 일인극인 흑백 영화. 62분 동안 편지를 읽는 게 전부다. 에휴... 홀로코스트 관련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게 유대인 자본으로 돌아가는 미국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자의 생존을 위한 통과 의례인가 보다. 이건 마치 박정희 유신 시대 건전 가요 필수 1곡 수록 같은 건가 ㅋㅋㅋㅋㅋㅋㅋ? 와이즈먼도 암흑의 유대인 자본 세력에게 협박받아서 이 영화 만든 건가요????


남이 나를 때린 것 폭력죄이고, 내가 남을 때리는 건 정당방위라는 유대인식 논리를 참을 수 없었던 히틀러와 그의 추종자(나치)들은 인류를 위해 유대인들을 제노사이드해 버리기로 한 건가? 대의였나?? ㅋㅋㅋ 하는 자조를 하게 되는 요즘이다. 


한나 아렌트가 살아 있다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왜 히틀러보다 더 심한 학살자가 되어 버렸나? 저승에서라도 답을 달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홀로코스트 영화를 마오쩌뚱이 문화 혁명하듯 불살라 버리고 싶은 기분이니까. 마오라면 홀로코스트 영화의 감독, 제작자, 출연자들은 모두 처형. 영화 감상자들도 처형, 파일 유포자도 처형... 했겠지만 나는 착하니까 사이버범죄 수사과 엘리트 경찰만 불러서 영화 파일만 영구 삭제하는 휴머니즘을 발휘해 보겠다. 


일단 <힌드의 목소리>(2026.4.15.개봉 예정)를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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