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학년 2학기>는 작년 9월 3일에 개봉했다. 현재까지의 관객수는 2.4만 명. 다수의 영화제에서 다수의 상을 받았다. 영화 기자 김혜리는 팟캐스트 씨네클럽 연말결산 올해의 영화 12편에 포함시켰다.
영화 <맨홀>은 박지리의 소설 <맨홀>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작년 11월 19일에 개봉했고 현재까지의 관객수는 4635명(출처 씨네 21)이다. 팟캐스트 혼밥생활자의 책장의 연말 특집 고독한 어워즈에 소개된 소설이다. 시사인 기자이자 이 팟캐스트 운영자인 김다은의 추천작이다.
<3학년 2학기>는 서부산영상미디어센터 개관 기념 상영 이벤트에서 무료로 봤다. 그 어떤 영화보다 무서웠고 조마조마해서 손으로 눈을 가리기도 했다. 결국 그 장면에서 비명을 지르고야 말았다. 훌쩍훌쩍 우는 관객도 있었다. 나에겐 눈물보다는 한숨이 컸던 영화였다.
특성화 고등학교, 내가 학생 때는 실업계라고 불렸던 학교를 졸업하여 공장 생산직에 종사하는 친구를 가져본 적이 없다. 아는 사람도 없다. 내 주변에는 다들 나같이 고만고만한 사람들뿐이다. 특별히 부자도 아니고 특별히 가난하지도 않은 부류들 뿐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었거나 부모가 이혼을 했거나 한 친구도 없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들보다 경제적으로 더 안정적이어서 아들에게 롤렉스 시계를 사주는 부모(이유는 그 집 사람들 중에 롤렉스 시계가 없는 사람이 그 아들뿐이라서), 3년 서비스 기간이 끝난 bmw를 아들에게 주고 본인은 새 차를 사는 부모, 박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 주고, 이제는 결혼하라고 좋은 아파트를 마련해 주는 부모. 서울살이를 하는 내 동생들만 해도 별 어려움 없이 살고 있다. 별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시가든 처가든 본가든 어디든 부모가 특별히 가난하지도 특별히 부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자녀들보다는 경제력이 더 낫기 때문이다.
영화 <3학년 2학기>의 주인공 창우는 중학생 때(5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했으니 중2 때로 추정) 택시운전을 하던 아빠를 잃은 삼 형제 중의 첫째다. 공부에는 큰 흥미가 없어서 특성화고에 진학했다. 엄마 혼자 벌어서 삼 형제를 키우니 가정 사정은 좋지 않다. 곧 더 넓은 집(방 2에서 방 3 집으로, 그래서 창우 혼자 방을 쓸 수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데 전세금 800만 원이 부족하고, 엄마는 그 부족한 800만 원을 창우의 실습 수당(?)으로 메우려고 한다. 불행 중 다행인 것(매우 매우 동화적 설정이라고 생각한다)은 창우네 삼 형제가 우애가 좋고 효심도 있다는 것. 창우의 개인적 특성은 의지가 약하고 소심한데 하필이면 착하고 성실하는 것이다. 이런 개인 성향과 저런 가정 배경을 가진 창우 같은 사람이 살아가기엔 이 세상(특히 자본주의 계급 사회)은 지나치게 터프한 것 아닐까. 이 영화를 보고 내가 내린 결론은 특성화고와 생산직 실습의 문제점 개선도 중요하지만 자식을 힘들게 하는 부모들(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둘 다든)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영화 <3학년 2학기>가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모로 인해서 고충을 겪은 청소년 이야기라면 영화 <맨홀>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모로 인해서 고충을 겪는 청소년 이야기다. 주인공 선오의 아비의 직업은 소방관이었고, 그 직업 때문에 순직하고 영웅이 된다. 화재 현장에서 십여 명의 목숨을 살리고 본인은 사망했다. 하지만 선오는 아비를 증오한다. 왜냐하면 그 아비는 배우자를 때리는(자녀는 때리지 않음) 심각한 가정 폭력범이기 때문이다. 가정폭력범이 순직 영웅이 된 것도 싫은데, 더 싫은 것은 '죽었다'는 이유만으로 엄마와 누나가 아빠를 용서했다는 점이다. 선오의 마음은 갈 곳이 없다. 아니 한 군데 있다. 어렸을 때 엄마를 무참히 때리는 아빠의 폭력이 이루어지던 범죄 현장인 집을 탈출해서 누나와 함께 갔던 곳. 안전한 아지트. 아무도 모르는 안전한 아지트. 맨홀이다. 선오는 그때나 지금이나 맨홀에서 위안과 평안을 얻는다.
선오는 일반계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성적도 좋은 편이었다. 아버지가 소방관이었으니 창우처럼 경제적으로 절박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이 집도 남매의 우애는 좋다. 아버지가 순직하여 영웅이 된 후 선오는 성적이 떨어지고 학교의 문제아들과 어울리게 되고, 사건이 발생한다.
사실 영화보다는 팟캐스트 혼밥생활자의 책장에서 소설 <맨홀>의 작가로 소개된 고 박지리 작가에게 더 흥미가 생겼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엄청난 수작이라고 했다. 지금 읽는 중인 <사탄 탱고> 읽고 나면 읽어야지. 또 한편으로 들었던 생각은 내가 정말 갖고 싶었던 재능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겐 없는 재능인 '이야기를 만드는 재능'을 가진, 그것도 빼어난 재능을 가졌었는데 어떻게 죽을 수가 있지? 하는 생각. 그런 좋은 재능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박지리 작가의 재능도 나이도 참 아깝다, 많이 아깝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영화의 관객수가 많이 아쉽다. 요즘 시대(넷플릭스와 유튜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자는 것은 얼마나 한가한 소리인가 싶기도 하다. 극장은 넷플릭스를 라이벌로 여기고 있지만, 정작 넷플릭스는 수면과 유튜브가 자신의 라이벌이라고 한다!
나의 경우 작년에 극장에서 본 영화는 96편, OTT에서 본 영화는 29편이다. 극장 WIN !!
추가로 OTT에서 본 드라마는 10편(4부작에서 16부작까지 다양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