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영화제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짧은 영화(각각 약 12분, 14분, 5분) 세 편을 봤다. 놀랍게도 세 편의 주제는 똑같았다. '인간이란 무엇이고, AI는 무엇인가.'가 주제였다. 영화가 끝나고 세 편을 만든 감독들이 나오는 GV를 보다가 다음 영화 시간이 되어서 상영관을 나와 다른 상영관으로 갔다. 


그렇게 본 다음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1955년에 제작된 영국 여성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였다. 주제는 이상적인 가족과 부부상은 무엇인가? 이상적인 가족에는 반드시 자녀가 있어야 하는가였다. 내용은 이혼 직전의 연극배우 부부의 TV 일일 연속극 제작기였다. 그 시절 연극은 TV보다 고급문화였으며 연극배우가 TV에 나가는 것은 타락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엔딩 크레디트를 디지털로 제작할 기술이 없어서 실제 보드에 인쇄한 것을 사람이 한 장 한 장 넘기는 방식으로 촬영하는 장면이었다. 이 영화의 엔딩 크레티트 없었던 걸로 기억된다. 엔딩 크레디트를 만들 기술이 부재했던 시절. 


AI영화제 GV에서 제작 지원비도 없이 감독 혼자서 십여분 분량의 영화를 만든 감독의 제작기를 잠시 들었는데, 혼란스러웠다. 감독은 AI에게 이런 이런 내용으로 대본을 써봐라고 시켰다는 거다. 그러면 AI가 대본을 써주고, 감독은 이렇게 수정해 봐. 하면 또 AI 수정본을 짜고. 대본을 AI가 썼다는 게 놀라웠다. 시나시오는 AI가 쓰고, 촬영도 AI가 하고, 대사+배우도 AI가 하고, 사람은 말 그대로 감독만 해서 감독 1인이 일주일(이던가?) 만에 만든 영화. 


1955년과 2025년. 70년 만에 영상제작 분야는 천지가 개벽했군.


영화 관객인 내 입장에서는 AI가 감독, 각본, 이미지 제작 모두를 총괄한 100% AI가 만든 영화라 해도 그것이 재미만 있다면 문제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해야할 것은 내가 굳이 AI가 만든 영화를 볼 이유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AI프로그램을 이용해 자체 제작 내 영화를 만들면 되는데, 그게 더 재미있을 건데. 머지않아 공급 100% 수요 0%의 이미지 시장이 만들어지겠군. 남의 일기를 읽는 것 보다 내 일기를 쓰는 게 만 배는 더 재미있는 거랑 같은 이치. 막말로 내가 AI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소설<삼체>를 쓸 수 있다면 굳이 다른 사람이 쓴 <삼체>를 읽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말이다. 


p.s1. 어제 일기에서 내란 드라마 만들면 3617역에는 조진웅이 좋겠다 했는데, 은퇴한다고. 흠...근데 굳이 은퇴할 것 까지야. 조진웅 배우는 정치질 하는 이준석과 한동훈을 보고 뻔뻔해지는 법을 좀 배워야 한다! 나는 내 죗값을 다 치렀다라고 주장하고 잠시만 쉬고 복귀하길!  아무튼 이렇게 된 김에 어쩔 수 없나? 나노 바바나가 3617 생성해야지, 생성 이미지로 고고!!


p.s2. 영화 <히든 피겨스>를 보면 지하 사무실에서 인간 계산기들(엄청난 수의 여자들)이 우주에 보낼 로켓 발사 공식을 계산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인간 계산기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대체되었다. 마찬가지로 많은 직업들에서 인간 계산기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AI에게 대체될 것이다. 다들 자신의 직업이 인간 계산기가 아니길 바라고 있겠지만, 우리는 어쩌면 전부다 인간 계산기일 것이다. 이판사판이다!! 일단 '존재 자체가 오류인 조희대 판사 계산기'부터 없애버리자!! 이것이 지난 1년간 내란 뉴스에 찌든 인간의 뇌이다. 기승전 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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