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을 좋아하지만 장 뤽 고다르는 모르는 나를 어여삐 여긴 누군가가 OTT에서도 구하지 못하는 다수의 고다르 영화(무려!!!) 무료 상영 프로그램으로 나를 호객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는데도 안 볼 거야?'라는 듯이!
유일하게 본 고다르 영화는 지난 6월에 개봉한 <미치광이 피에로>였다. 내 감상은 주인공들의 패션(특히 채도 높은 색상)이 내 맘에 쏙 든다 정도였다.
내 기억 속 유일한 고다르는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에 등장(?)하는 고다르다. 사실 등장하진 않는다. 오랜 기간 칩거(두문불출) 중인 고다르의 집에 찾아갔으나 집 안에 있는 것이 분명한 것으로 보이는 고다르가 집에 없는 척하며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자 아쉬워하는 바르다가 나오는 장면만 있을 뿐이다.
이렇듯 장 뤽 고다르에 대해서 아는 거 없이 본 영화 <브리티시 사운드>는 충격적(?)이었다. 마오? 마오쩌뚱의 그 마오? 문화대혁명의 그 마오? 소설 <삼체>에서 예원제가 지구멸망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삼체 외계인에게 메시지를 보내게 할 정도로 무자비했던 그 마오?!!!!!!!!!!
영화 <주말>(1967년)의 도로 정체와 교통사고 장면은 충격적으로 굉장했다. 이 장면과 영화 <브리시티 사운드>(1969년)를 같이 떠올려보면 마오쩌뚱을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여겼을지도 모르겠다고 약간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장 뤽 고다르(1930.12.3.~2022.9.13.)의 일대기가 궁금해서 씨네21의 고다르 추모 칼럼을 읽어봤다. 그 칼럼에서 나와 고다르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하나는 팔레스타인 권리 옹호(나 역시 <쇼아>에 대한 소감이 부정적이다)와 다른 하나는 조력자살이다. 칼럼에 의하면 그는 "그는 심각하게 아팠다기보다 그저 더이상 사는 것에 지쳤을 뿐이고, 그래서 삶을 끝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고다르는 자신이 조력자살을 택한 사실이 숨김없이 전달되길 바랐다."고 한다. 조력자살이긴 하지만 한국나이 93세(만 91세)였다.
p.s. <브리시티 사운드>의 대본집을 갖고 싶다. 이 영화의 내레이션은 여성인권, 노동자 권리를 주제로 하는 책에서 발췌한 듯 문장이 좋았다. 나체의 여자가 집 안을 계속 걸어 다니는 장면에서 나온 여성인권에 대한 문장들을 갖고 싶다.